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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실바戰 떠올라…이번에도 잔치에 찬물을"

 


김동현은 약 1개월 전 UFC로부터 거너 넬슨과의 경기 제안을 받았다. 부상으로 닐 매그니와의 대결이 취소된 지 3주 밖에 되지 않은 시기였지만, 경기까지 앞으로 3개월이면 할 만하다고 판단했다. 경기 취소의 아쉬움이 컸던 터라 빨리 회복해서 출전하고 싶은 의지가 강했다.

그런데 주최사의 연락을 받고 고개를 갸우뚱 했다. 상대는 거너 넬슨. 10위권에서 활약하던 선수인 만큼 언젠가 맞붙을 수 있는 생각을 했기에 특별히 놀랄 것은 없었으나 장소가 의외였다.

지금까지 북미와 아시아에서 주로 활약했던 김동현으로선 이번이 첫 유럽 원정인데, UFC 이벤트가 꾸준히 열리고 익숙한 영국이나 독일이 아닌 북아일랜드라는 생소한 나라였다. 이에 연락을 받고 가장 먼저 한 것은 북아일랜드가 어디에 있는지 찾아보는 것이라고 했다.

김동현은 "일단 헛갈렸다. '북아일랜드가 대체 어디지? 아일랜드는 뭐고 또 아이슬란드는 뭐지?' 하는 생각에 바로 지도를 찾아봤다"고 말문을 뗐다.

약 1년만의 경기고, 두 번째 메인이벤트를 유럽에서 치르게 된 소감을 묻자 "부상으로 거절하거나 경기를 취소하는 등 주최사의 방향에 따르지 못한 뒤엔 이상하게 멀리 보내지는 우연이 있다. 에릭 실바와의 대결 전에는 경기 제안을 목 부상으로 거절했었다. 당시엔 브라질이고 이번엔 북아일랜드다"며 웃었다.

익숙한 곳은 아니지만 부담스럽게 다가오진 않았다. 약 3년 전 브라질 원정이 좋은 기억으로 남았기 때문이다. 국가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르고 열정적인 팬들로 가득한 브라질은 원정 경기를 치름에 있어 최악의 장소라고 걱정하는 팬들이 많았지만, 당시 김동현은 에릭 실바라는 기대주를 침몰시키며 잔치에 고춧가루를 제대로 뿌렸다. UFC 계약 약 6년 만에 보너스라는 것도 탔다.

상대에겐 뜨거운 응원이, 자신에겐 야유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싸워야 한다. 넬슨은 아이슬란드 국적이지만 아일랜드의 격투 영웅, UFC 페더급 챔피언 코너 맥그리거의 팀 동료로 활동하며 아일랜드에 장기간 거주한 만큼 100% 홈경기나 다름없다.

김동현은 "격투기를 시작할 때부터 적지에서 싸워 원정 경기에 익숙하고 한 편으로는 마음도 편하다. 경기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요소가 된다. 나에겐 어떤 상황이든 그 싸움에 자신이 있고 강한 의지를 갖게 하는 능력이 있어 걱정이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하지만 자잘한 고민거리는 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매니저가 동행하지 못해 통역을 구해야 하고 음식점도 알아봐야 한다.

"계체가 끝나면 죽이라도 먹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걱정이다. 현지에 거주하시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다. 혹시 도움을 주실 분이 계시다면 나나 팀매드 코리아의 SNS를 통해 연락을 주시면 고맙겠다. 대신 나에게 주어지는 4장의 티켓은 드릴 수 있다"며 도움을 구했다. 김동현은 2013년 브라질 원정 때 현지 해병전우회의 협조를 받은 바 있다.

끝으로 김동현은 "에릭 실바와의 대결을 준비하던 순간을 떠올리고 그 경기 영상을 보면서 그때와 비슷한 마음을 가질 생각이다. 아일랜드 팬들도 브라질 팬들 만큼이나 응원이 상당하다고 들었다. 날씨는 쌀쌀할 것 같고, 우리 원정팀은 단 세 명이며 현장엔 한국인이 거의 없을 것이다. 외롭게 싸우는 분위기가 상상이 된다. 이번에도 조용히 가서 잔치에 찬물을 끼얹고 돈뭉치를 들고 돌아온다는 생각으로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