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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타이틀 재도전 선언…추성훈과 TUF 코치대결에 욕심

 


오는 28일 열리는 'UFC FIGHT NIGHT(이하 UFN)' 서울 대회는 격투스포츠를 사랑하는 한국의 수많은 이들이 손꼽아 기다려온 이벤트다. 특히 선수들 입장에선 국내에서 열리는 첫 UFC 대회에 출전하는 사실이 단순한 기쁨을 넘어 영광스럽게 느껴진다. 한 편으로 UFC라는 세계 최고 격투이벤트의 국내 개최는 한국의 종합격투기가 다방면으로 크게 성장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번 한국 대회 개최가 이 선수만큼 감격스럽게 다가오진 않을 것이다. 2008년 한국인 최초로 UFC에 입성해 아시아 최고의 선수로 거듭난 김동현. 김동현은 그동안 지구 반대편의 적지에서 고군분투하며 옥타곤에서 11승의 업적을 쌓았다.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 경기를 치를 때마다 그는 대회의 주인공으로서 응원을 받으며 싸우고 싶다는 상상을 하곤 했는데, 그 꿈이 약 7년 만에 실현된 셈이다.
"꿈만 같기도 하고, 솔직히 내가 한국에서 싸운다는 게 아직도 잘 믿기지 않는다. 이러다 막상 경기가 코앞에 닥치면 놀랄 수도 있고 입장할 때 울컥 할까봐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다"는 김동현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60~70년대 힘든 시기를 보내고 80년도 올림픽이 열린 것에 비유하면 맞을지 모르겠다. 한국은 격투 불모지에서 단기간에 아시아의 맹주가 됐다"며 감개무량해했다.
한국대회라서 부담? 자신감만 있으면 전투력 상승
국내에서 경기를 치름에 있어 모든 게 긍정적이진 않다. 기대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의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국내 선수 중 맏형으로서의 책임감도 느낀다. 또 자신의 경기가 대회의 핵심카드에 해당하는 만큼 파이트위크에 들어서면 다양한 스케줄을 소화해야 할 전망이다. 경기에만 집중했던 해외 경기에 비하면 신경 쓸 부분이 많다.
그러나 김동현은 '멘탈 왕'답게 철두철미하게 정신을 무장했다. 많은 관심을 받거나 혹은 반대로 무관심 속에 경기를 치르는 게 중요한 부분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실로 그의 생각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지금까지 다양한 상황에서 경기를 치러본 결과, 생각해 보면 가장 중요한 것은 경기에 대한 자신감인 것 같다. 내가 이길 자신이 있으면 뜨거운 관심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자신감이 없으면 부담으로 느껴지기 마련이다. 존 해서웨이와의 대결 때가 그랬다. 한국 팬들의 많은 응원이 큰 힘이 됐다. 이길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상대가 강하다고 생각하던 우들리와의 대결에선 부담이 있었던 것 같다"는 게 김동현의 말.
이어 "중위권 야구팀 입장에서 상위팀과의 대결은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지만 하위팀과의 대결은 절대 놓쳐선 안 될 경기로 여겨지지 않나. 그만한 자신감도 있고. 마스비달과의 경기가 그렇다. 내가 질 이유가 없는 상대고 이 선수를 꼭 이기고 가겠다는 마음이 앞선다. 원래의 내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매미도 손과 발이 있고 때릴 줄 안다
김동현의 이번 상대인 마스비달은 라이트급과 웰터급에서 고루 활동하는 파이터로 쉽게 볼 상대가 아니다. 중소단체에서 챔피언에 오른 경험이 있고 스트라이크포스에선 컨텐더로 활약했었다. UFC의 랭킹에도 들었었으며 경험에서는 김동현을 앞선다. 또 현 웰터급 챔피언 로비 라울러, 김동현을 이겼던 랭킹 2위의 강자 타이론 우들리가 같은 팀 동료라는 점도 경계될 만한 부분이다. 총 전적은 29승 9패.
상대가 복병임에도 불구하고 김동현이 자신감을 나타내는 이유는 확실하다. 지금까지 UFC에서만 15전을 소화하며, 마스비달보다 강한 선수도 이겼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여러 선수들이 김동현의 테이크다운을 막지 못하며 패배의 쓴맛을 봐야 했다.
김동현은 "지금껏 어떤 누구도 나의 그래플링 전략을 뻔히 예상하고도 못 막았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물론 기술적인 능력치가 수준급 선수인 만큼 다양한 상황까지 고려해 철저히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김동현은 지난 9월 기자회견에서 "화끈한 경기는 다른 선수들에게 맡기고 이기는 경기를 하겠다"며 장기인 매미권을 사용할 것임을 예고한 바 있다.
그러나 아무리 승리하고 싶다 한들 홈 팬들 앞에서 따분한 경기를 보여줄 수는 없는 법. 이에 김동현은 조쉬 버크만을 꺾었을 때처럼, 수준 높은 그래플링으로 결국 항복을 받아내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업그레이드 매미권을 펼치겠다는 셈이다. "매미라고 붙어만 있는 게 아니다. 매미도 손과 발이 있고 때릴 줄도 안다. 또 먹고 살기 위해선 사냥을 해야 한다. 마스비달은 한국 매미가 얼마나 독한지 제대로 느낄 것이다. 최근의 경기들처럼 이번에도 피니시를 생각한다"는 재치 넘치는 말로 전략을 가늠케 했다.
타이틀 도전 그리고 추성훈과의 TUF 코치 경쟁
김동현은 35세임에도 선수로서 여전히 경쟁력이 있고 노하우가 늘고 있다고 하지만, 앞으로 활동할 날은 현실적으로 많이 남지 않았다. 어떤 누구라도 나이에는 장사 없기 마련이다. 또 한계가 명확하고 경쟁력을 잃었음에도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싸우는 모습만큼은 철저히 피할 생각이다. 돈은 중요하다. 그러나 선수로서의 격이 떨어지는 길은 걷지 않겠다는 확고한 신념이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얼마가 될지 모르는 남은 현역 기간 동안 그가 꼭 이루고 싶어 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김동현은 "난 가늘고 긴 게 좋고 또 챔피언이 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도 한 번 쯤은 타이틀이란 것에 꼭 도전해보고 싶다. 그 무대가 내년 한국 대회라면 최고일 것이다. 또 TUF 코치도 해보고 싶다. 추성훈 형과 코치로서 선의의 경쟁을 하면 재밌을 것 같다. 물론 코치로서의 경쟁일 뿐 실제 대결은 곤란하다"고 웃으며 대답했다.
김동현은 걸출한 백그라운드 없이 시작한 국내 파이터 중 가장 성공한 인물로 평가받지만, 프로로 활동한 지난 12년 동안 누구보다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계약 문제에 얽혀 신음했고 편파 판정에 의해 챔피언 등극 실패를 경험했으며, 계약까지 끝낸 뒤 데뷔전을 앞두고 있던 프라이드FC란 단체는 돌연 폐업했다. 그러나 2008년 1월 1일, 부산의 팀매드에 새 둥지를 트고 운동에 전념하자 꼬였던 모든 일들이 정리되며 풀리기 시작했다. 결과가 좋은 만큼 과거의 모든 어려움은 이제 추억이 됐다.
"재능이 있는 선수는 많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 운동은 장기 레이스라는 점이다"고 강조한 김동현은 "좋은 지도자와 동료들을 못 만나면 성공하기 어렵다. 중간에 그만 두는 경우를 많이 봤다. 그런 면에서 나는 복 받은 선수다. 훌륭한 감독님과 친동생 같은 선수들을 만났다. 다 함께 가족처럼 어울리며 운동하기 즐거운 분위기가 조성되는 게 중요한데, 그런 부분은 단연 팀매드가 최고라고 생각한다"는 말을 끝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