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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챔피언 목표는 나중에…성공적 데뷔가 우선"

 


김지연이라는 여성 파이터를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스치는 모습은 강한 펀치다. 복싱 동양 챔피언에 올랐을 정도로 펀치의 기술이나 파워에 대한 명성이 자자하다. 남성 파이터와의 성대결에서 승리하며 '남자 패는 여자'로 불리기도 했다. '인천 서구 불주먹'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그러나 김지연은 이제 복서나 킥복서가 아니며, 종합격투기에서도 타격에 치우친 선수가 결코 아니다. 그녀가 지금까지 거둔 6승(2무) 중 3승은 서브미션에 의해 기록됐다. 경험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종합격투기에 맞는 스타일을 갖출 수 있었다.

이틀 뒤 있는 UFC 데뷔전에서도 김지연은 종합격투기다운 경기로 승부를 볼 생각이다. 기본적인 전략은 스탠딩 타격이겠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김지연은 "상대는 키가 크고 리치가 길다. 또 젊어서 3라운드 내내 잘 뛰고 저돌적인 성향도 있다. 같은 타격가라서 열심히 싸우면 재밌는 그림이 나올 것 같다"고 타격전에 기대감을 나타내면서도 "다만 이렇게 큰 선수와는 처음인 터라 리치에 대한 적응력은 옥타곤에 올라가봐야 알 것 같다"고 했다.

선수로 활동하면서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부분이 조금은 걸린다는 뉘앙스다. 그래서 그래플링까지 준비했다. 여의치 않을 경우 테이크다운에 이은 그라운드 운영으로 선회한다는 계획이다.

"상대의 그라운드 역시 약하진 않지만 그 영역에선 내가 더 나은 것 같다"며 "서브미션으로 승리하면서 자신감이 붙었다. 종합격투기를 배우며 가장 막힌 부분이 그라운드였는데, 이젠 나만의 패턴이 생겼다. 전처럼 타격만 고집하지 않는다. 영리하게 종합격투기다운 경기를 펼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아쉬운 부분은 대회 3주 전 계약 제안을 받아 충분한 훈련을 못 했다는 점이다. 김지연은 갑작스럽게 강도 높은 훈련을 할 경우 부상을 당할 수 있다는 생각에 가벼운 기술 훈련과 정신적인 무장에 집중했다. 그러나 준비 기간이 짧았던 것은 상대 역시 마찬가지고 장소가 아시아라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데뷔전의 중요성은 아무리 말해도 지나치지 않다. 연패하거나 경기력이 인상적이지 않으면 언제든 떠나야 하는 곳이 바로 옥타곤이다. UFC는 특히 신인에게 관대하지 않다. 데뷔전에서 패하면 일단 다음 경기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반면 승리할 경우 어느 정도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다.

김지연은 챔피언이 되겠다는 큰 목표보단 한 계단씩 나아가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아직 큰 목표를 세울 입장은 아니다. 일단 성공적인 데뷔가 우선이고 조금씩 강한 선수와 붙어 좋은 성적으로 계약한 경기 수를 채우고 싶다. 차근차근 올라가면 좋은 기회가 올 것이라 생각한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종합격투기 적응이 끝난 만큼 무대만 익숙해지면 빨리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중학교 시절 종합격투기에 입문해 선수로 뛰어들었다가 지나치게 문이 좁아 복싱으로 외도했었다. 그리고 종합격투기로 돌아와 여러 단체와 팀을 거치며 서른이 다 되어 UFC에 입성했다.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전 축구 국가대표 이영표 해설위원은 "월드컵은 경험하는 자리가 아닌 증명하는 자리"라고 말했었는데, 격투기에서는 UFC가 그렇다. 김지연에겐 이젠 증명만이 남았다.

김지연은 "이 무대에서 싸우는 꿈만 꿔왔기에 생각만 해도 가슴이 쿵쾅거린다. 들뜬 마음을 내려놓고 최대한 집중해서 좋은 경기 보여주고 싶다"면서 "일단 밴텀급으로 데뷔하지만 플라이급으로 내려가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준비만 잘 하면 플라이급이 나에게 잘 맞을 것 같다"고 추후 계획도 공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