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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 보며 꿈 키운 김동현 "UFC에서 만나 뿌듯해"

 


2000년대 중반 격투기에 관심이 있었던 팬이라면, 당시 고미 타카노리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슈토 챔피언 출신으로 2004년 프라이드에 진출한 고미는 라이트급 초대 챔피언에 올라 제왕으로 군림했다.

대부분의 경기를 압도적으로 끝냈을 정도로 적수가 없었다. 상대를 때려눕힌 뒤 링에 올라 포효하는 세리모니는 10년 이상이 지난 지금도 생생할 정도로 상당한 카리스마를 내뿜었다.

그를 보고 종합격투기의 꿈을 키운 선수가 많다. 얼마 전 그와 맞붙었던 존 턱 역시 "난 고미를 매우 좋아해온 오랜 팬으로 그와의 대결을 꿈꿔왔다. 경기를 생각할 때마다 전율이 흐른다"고 말한 바 있다.

한국인 UFC 10호 파이터 '마에스트로' 김동현 역시 고미를 바라보며 꿈을 키웠다. 자신의 영웅으로 삼을 정도로 팬심이 넘치진 않았으나, 고미의 최전성기 시절 종합격투기 수련을 시작한 만큼 동경의 대상이었다. 고미라는 이름에서 전해지는 아우라는 여전히 적지 않다.

그래서 그와 붙으라는 제안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연락을 받고 순간적으로 심장이 뛰었다. 둘은 9월 23일(한국시간) 일본 사이타마에서 열리는 UFC FIGHT NIGHT 117에서 대결한다.

김동현은 "고등학교 시절 격투기를 시작할 때 고미는 최고의 스타였다. 저렇게 화끈하게 싸울 수 있다는 게 놀라웠고, 동양인이 서양인을 이기는 모습에 대리만족도 느꼈다. 그런 모습 보면서 좋아했었다. 프라이드 무사도의 메인이벤트를 항상 장식하던 기억이 난다"고 돌아봤다.

그런 고미와 붙게 될 줄은 전혀 몰랐다. 같은 단체의 같은 체급에서 경쟁하는 사이지만, 우러러봤던 과거의 영향 때문에 자신의 상대가 되리라 생각해보지 않았다. UFC에 오기 전까진 체급이 달랐다.

"고미의 활약을 보며 선수 생활을 시작했는데, 시간이 지나 UFC에서 붙게 되다니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 내가 봐오던 그 고미가 맞는지 아직도 긴가민가하다"는 게 김동현의 말이다.

한 편으로는 뿌듯하다. 종합격투기를 시작할 때만 해도 고미와 하늘과 땅의 차이였으나 지금은 동등하게 경쟁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고미라는 상징성이 있는 선수와 원하던 대회에서 붙게 된 사실 역시 만족스럽다.

그러나 경기를 내줄 생각은 조금도 없다. 4경기를 계약한 김동현은 현재 1승 2패를 기록 중이다. 이번 경기의 결과에 따라 재계약이 결정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패할 경우 뒤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4연패의 부진에 빠진 고미 역시 김동현에게 지면 더 이상 자비를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간혹 상대에 대한 지나친 호감이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지만, 고미가 김동현에게 그런 선수는 아니다. "좋아하고 바라보던 선수인 것은 맞지만 광팬이었던 것도 아니고 존경까지 하던 선수도 아니다. 감정이 앞서 경기를 그르칠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김동현은 감정의 동요가 적고 무덤덤한 편이다.

"이렇게 이슈가 된 적은 없었다. 나에겐 상당히 큰 기회다"는 김동현은 "고미는 지금 선수로서 황혼기에 있다. 홈에서 좋은 모습으로 마무리를 하려는 것 같고, 나를 해볼 만한 상대라 생각하고 경기에 응한 것 같다. 하지만 경기가 시작되면 실수했음을 깨달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한편 이번 대회에는 김동현 외에 두 명의 한국인 선수가 출전한다. 13개월 만에 복귀하는 임현규가 아베 다이치를 상대하고, 여성 파이터 전찬미는 곤도 슈리를 상대로 첫 승에 재도전한다. 메인이벤트는 마우리시오 쇼군 대 오빈스 생프루의 2차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