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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서희 "3R에 내가 왜 그랬을까…이런 후회는 처음"

 


패배라고 다 같은 패배가 아니다. 어설픈 승리보다 많은 것을 얻어가는 값진 패배가 있는 반면 큰 상심에 의지가 완전히 꺾여버리거나 극심한 스트레스까지 동반하는 쓰라린 패배도 있다. 후련하기는커녕 생각만 하면 잠이 오지 않을 정도로 아쉬움을 떨쳐내기가 쉽지 않은 그런 패배 말이다.

한국인 최초의 여성 UFC 파이터 함서희에겐 지난 벡 롤링스와의 경기가 그렇다. 지난 20일 열렸던 경기에서 함서희는 판정패했는데, 마지막 3라운드가 두고두고 아쉽다. 2라운드 종료 당시 판단되기로는, 1라운드는 대등했고 2라운드는 롤링스가 우세했다. 이에 함서희로서는 3라운드에 승부를 걸어야 했다. 장소가 원정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남은 마지막 5분 동안 KO시키는 것만이 확실한 답이었다.

그러나 함서희의 3라운드는 그런 운영과 거리가 있었다. 연타를 적중시키고 서브미션을 시도하는 등 중반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2분 30초경 롤링스의 노련한 클린치 전략에 말려들었다. 롤링스는 큰 체격을 앞세워 함서희를 케이지로 몰은 뒤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압박하며 시간을 끌었다. 유효타는 없었지만 계속 공격하는 자세를 취한 쪽이 롤링스인 만큼 포인트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의 시기는 4분이 지난 뒤였다. 함서희는 클린치에서 빠져나올 기회가 있었음에도 나오지 않았고 심지어 탈출한 상황에서 본인이 달라붙기도 했다. 조금이라도 빨리 떨어져서 펀치와 킥으로 충격을 입혀야 하는 상황이 분명했기에 그 순간은 보는 이들에게 안타깝게 다가왔다. 코너에 있던 양성훈 감독은 답답함을 감추지 못한 채 격앙된 목소리를 냈다.

가장 속상한 선수는 함서희 본인이다. 경기가 일주일 지났음에도 여전히 그때의 아쉬움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었다.

먼저 소감을 묻자 함서희는 "지금까지 이런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내가 왜 감독님 말을 안 듣고 3라운드를 말아먹었는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치른 모든 경기 중 가장 후회가 많이 남는다"고 말문을 뗐다.

이어 "3라운드만 생각하면 여전히 짜증이 난다. 영상을 보니 내가 오히려 붙더라. 원래 전략도 그게 아니었다. 감독님이 얼마나 답답하셨으면 그러셨을까. 큰 실력 차이로 인해 일방적으로 졌다면 이런 마음이 들지도 않는다. 경기가 끝나면 후련해야 하는데 계속 스트레스를 받는다. 감독님은 털어내고 다음에 잘 하자고 하시지만 맘처럼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미 끝난 경기지만, 냉정히 싸웠으면 3라운드에 롤링스를 쓰러트릴 수 있었다고 본인은 믿는다. "1, 2라운드에 보디블로를 맞고 버거워하는 모습이 눈에 보였다. 3라운드에 체력도 빠진 상태였고 충격도 입혔다. 위아래로 공략하면 충분히 피니시가 가능했을 것"이라고 돌아봤다. 많은 이들이 언급하는 작은 체구에 대해서는 "이전 상대들이 너무 커서인지 그렇게 크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생각보다 해 볼만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활동하면서 재대결을 그렇게 원한 적이 없었는데, 롤링스와는 정말 다시 한 번 싸우고 싶다. 그것이 한국대회라면 더할 나위 없다"며 복수를 다짐하기도 했다.

한편 함서희는 예상치 못한 등장음악에 당황한 사실을 털어놨다. 애초 주최사에 부탁한 음악이 아닌 생전 처음 듣는 음악이 흘러나와 차질이 생겼다는 것. "등장 음악을 들으며 긴장을 풀고 기분을 끌어올리는 스타일인 터라 시작부터 꼬이는 느낌이 들었다"는 게 그녀의 말. 또 2라운드 종료 후에는 왼쪽 어깨 부상까지 입어 팔이 제대로 올라가지 않는 등 함서희에겐 여러모로 운이 따라주지 않은 경기였다.

"힘들고 지치면 몸이 가는 대로 움직이는 게 문제인 것 같다. 생각 좀 하면서 영리하게 싸워야 하고 위기 대처 능력도 보완해야 한다"고 스스로의 부족한 점을 지적한 함서희는 "운동선수에게 뭐가 있겠나. 열심히 운동해서 잘 하는 것밖엔 없다. 담엔 절대 후회가 남는 경기를 하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