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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 커진' 알도 대 맥그리거…경량급 최고의 빅매치 임박

 


지금까지 UFC 페더급의 구도는 초대 챔피언 조제 알도의 독주였다. 2009년 WEC 페더급 챔피언에 올라 2차 방어까지 완수, 2010년 말 WEC가 UFC로 완전히 흡수되면서 초대 타이틀을 받은 알도는 현재까지 7차 방어라는 대 기록을 세웠다. 알도에게 도전한 모든 선수들은 실력차를 체감하며 패배의 쓴맛을 봤다.

가장 최근 경기인 그의 7차 방어전에서는 채드 멘데스가 재도전해 접전을 벌인 바 있지만 거기까지였다. 팽팽한 승부까지는 가능해도 알도를 넘을 순 없었다. 라이트급 챔피언 출신의 프랭키 에드가도 마찬가지. 그렇게 체력이 좋고 빠른 에드가였지만 알도와 맞설 땐 그의 장점이 결코 두드러지지 않았다.

바로 아래인 2위 그룹에는 알도에게 패해 고개를 숙인 대표적인 인물, 채드 멘데스와 프랭키 에드가가 포진하고 있다. 이들을 눈여겨 볼 점은, 최정상은 밟지 못했지만 확고한 2위 그룹을 결성해왔다는 점이다. 둘은 바로 아래에 위치한 선수와 뚜렷한 기량 차이를 과시해왔는데, 그 차이는 그들이 알도와 비교됐을 때 부족하다고 추정되는 전력치를 초과한다. 두 선수는 오는 12일 TUF 22에서 대결하며, 그 경기는 역대급 2인자 매치로 불린다.

즉 알도와 2위 그룹간의 기량 차이, 2위 그룹과 아래 선수들과의 기량차가 명확했기에 이런 구도는 당분간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UFC의 모든 체급 중 페더급에서만 눈에 띄는 부분이다.

그러나 아일랜드 출신의 코너 맥그리거라는 선수가 여기에 가세하면서 판이 흔들리고 있다. 2012년 말 UFC에 데뷔한 맥그리거는 3연승으로 순항하더니 더스틴 포이리에와 데니스 시버라는 강자를 잡아냈고, 그 과정에서 정상급 선수들을 정조준하며 도발했다. 굳어가는 타이틀 전선에 뉴페이스가 등장해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그런데 그 뉴페이스는 기량과 상품성을 고루 갖춘 인물로, 늘 화제를 몰고 다니고 있다. 자국 아일랜드에서는 순식간에 국민적인 영웅으로 부상했다.

18승 중 16승을 KO(TKO)로 이겼을 정도로 결정력 일품의 타격가인 그는 무엇보다 상대를 도발하는 데에 탁월한 재능을 보일 정도로 언변 능력이 뛰어나다. 원조 트래쉬토커인 차엘 소넨이 떠나자 어느새 나타난 맥그리거가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격이다. 그의 도발은 알도와 멘데스의 심기마저 건드렸다.

이에 알도는 멘데스와의 2차전에서 승리한 뒤 "멘데스와 그의 팀, 그의 가족에게도 존경을 표하고 싶다. 옥타곤에서 우리는 경쟁하지만 밖에서는 친구다"고 멘데스를 인정한 뒤 "이제 왕의 아래 서열이 만들어진 것 같다. 내가 왕이고 멘데스가 왕자다. 그리고 광대도 한 명 있다"며 처음으로 맥그리거의 도발에 응수했다.

그리고 알도의 다음 상대는 예상대로 맥그리거가 됐는데, 새롭게 떠오른 이슈메이커가 현존 최강의 선수와 대결하는 것에 엄청난 흥행 효과가 나타났다. 이에 UFC는 둘의 대결을 UFC 189에서 확정하고, 5개국 10개 도시를 거치는 대대적인 미디어 투어를 진행하며 관심도를 높였다. 알도의 홈 리우데자네이루를 시작해 LA와 보스턴, 뉴욕, 토론토, 런던, 더블린 등 둘은 다니는 곳마다 으르렁거리며 팬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데이나 화이트 대표에 따르면, UFC 189는 출범 이래 가장 많은 홍보비를 쓴 대회로 기록될 전망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공을 들인 UFC 189에 개최를 불과 2주 앞두고 사고가 발생했다. 대회의 핵심인물이라 할 수 있는 알도가 갈비뼈 부상으로 하차한 것. 그리고 그 자리에 채드 멘데스가 긴급히 투입했고, 맥그리거와 벌이는 그 대결에 잠정타이틀이 부여됐다. 2위인 멘데스가 투입해 경기가 잠정타이틀매치로 치러지는 것은 최선의 선택이었지만, 만약 멘데스가 이기기라도 한다면, UFC로서는 지금까지 홍보한 것을 날려버리는 셈이었다. 알도와의 대결이 물거품 되기 때문이다. 당시 경기에서는 멘데스가 이길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맥그리거는 멘데스의 테이크다운을 허용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였지만 우월한 신체조건과 강한 타격을 앞세워 결국 펀치로 멘데스를 쓰러트렸다. 그리고 잠정챔피언으로서 벨트를 허리에 감았다.

그것은 단순한 한 명의 잠정챔피언 탄생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큰 의미가 있는 결과였다. UFC가 막대한 투자를 하면서까지 공들인 대결, 세계 많은 팬들이 기대한 알도와의 대결의 판이 훨씬 더 커진 것이다. 도전자 대 챔피언의 대결이 아닌, 2인자를 나란히 꺾은 챔피언 대 잠정챔피언의 대결로 등급이 상승한 것으로, 당연히 애초 타이틀전이 진행됐을 때보다 관심이 더 뜨겁다.

격투스포츠는 일반적으로 무거운 체급일수록 인기가 많다. 종합격투기에 앞서 세계적으로 왕성했던 복싱에서 가장 흥행한 체급은 단연 헤비급이었고, 격투스포츠에서의 그런 현상은 여전히 바뀌지 않고 있다. 헤비급의 최강자는 곧 인류 최강자라는 뉘앙스를 강하게 풍기며 KO승부 확률이 매우 높은 것도 인기에 일조한다. UFC의 정규대회 PPV 판매 기록을 봐도 경량급 타이틀전이 메인이벤트로 치러진 대회는 PPV 판매가 저조한 편이다. 이에 경량급 타이틀전은 FOX 이벤트에서 치러지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알도 대 맥그리거의 페더급 통합타이틀전은 예외다. 크리스 와이드먼 대 루크 락홀드가 벌이는 미들급 타이틀전을 밀어내고 메인이벤트 자리를 꿰찼다. 단순한 타이틀전이 아닌 두 명의 챔피언이 격돌하는 통합타이틀전인 점도 한몫 했겠지만, 냉정히 봐도 페더급 타이틀전의 비중이 훨씬 크다. 이번 대결은 지금까지의 어떤 경량급 타이틀전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대 흥행을 예고하고 있다.

최근 UFC의 정규대회 흥행 분위기는 좋다. 가장 최근 호주에서 열린 UFC 193에 56,214명이 직접 관람하며 새로운 관중동원 기록을 세웠고, 당시 이벤트의 PPV 판매는 무려 약 110만건으로 집계됐다. UFC 193은 2009년 100번째 정규대회 이후 UFC 역사상 두 번째로 PPV가 많이 팔린 이벤트로 기록된다.

이번 UFC 194를 올해 최고의 대회로 보는 팬들이 적지 않다. 페더급 통합 타이틀전과 미들급 타이틀전 외에도 미들급 타이틀 도전자를 가리는 2위와 3위의 대결도 빼놓을 수 없다. 이번 미들급 타이틀전 승자는 2-3위 대결 승자를 상대로 타이틀 방어전을 가질 가능성이 높은데, 이런 상황을 두고 미들급 4강 토너먼트로 부르는 팬들도 있다. 더군다나 이틀 전에는 UFN 80, 하루 전에는 TUF 22 피날레가 열려 분위기를 살려주는 만큼 2회 연속 100만 PPV 판매가 가능할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