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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에 흥행보증수표…론다 로우지 영입은 '신의 한 수'

 


UFC 데이나 화이트 대표는 선견지명이 있는 사업가다. 지금으로부터 약 5년 전인 2010년 6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현재 여성 종합격투기의 사정은 미비한 상태다. 하지만 향후 5년 내에 뛰어난 여성 종합 격투가들이 격투계를 흔들어 놓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당시는 스트라이크포스에서 지나 카라노와 크리스티안 '사이보그' 저스티노가 대결한 이듬해로, 여성부가 조금씩 꿈틀대는 태동기였다. 그러나 카라노 대 사이보그의 대결은 예멜리야넨코 표도르의 스트라이크포스 데뷔전을 제치고 시청률 1위에 등극할 정도로 괄목할 만한 결과를 남겼다.

그러나 그는 여성의 격투경기를 반대하는 부류였다. "무슨 일이 있어도 옥타곤에서 여성경기가 열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확고한 입장을 보였다. 아직 선수층이 얇기도 했지만 화이트 대표 본인부터 여성의 싸움에 반감이 있을 정도로 사회적인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가 2011년 1월이었다.

그리고 약 2개월 뒤 세계 종합격투계가 발칵 뒤집힐 만한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 UFC의 모회사인 쥬파(ZUFFA)가 2위 단체인 스트라이크포스를 인수한다는 것이었다. 사실상 UFC가 인수한 것으로 봐야 했다. 지금은 스트라이크포스가 UFC로 완전히 흡수돼 브랜드가 사라진 상태지만, 당시만 해도 쥬파의 관리 아래 이벤트가 별도로 개최됐었다. 당시 스트라이크포스에는 여성부 두 체급이 도입된 상태로, 스트라이크포스의 운영에 직접적으로 가담하게 된 화이트 대표 입장에선 여성부 경기를 관심 깊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듬해 3월 스트라이크포스에서 펼쳐진 두 여성 파이터의 대결에 화이트 대표는 완전히 매료됐다. '그래봤자 여자일 뿐이지' 하는 편견을 완전히 깬 경기로, 매우 화끈하면서도 기술적이었다. 당시 격돌했던 두 선수가 바로 현 UFC 밴텀급 챔피언 론다 로우지와 톱컨텐더인 미샤 테이트였다.

초반 미샤 테이트의 러시부터 로우지의 유도식 테이크다운과 암바, 테이트의 그라운드 반격까지 쉴 새 없이 전개된 그녀들의 투쟁에 모두가 열광했다. 특히 테이트가 로우지의 암바에 완전히 걸려 팔 관절이 꺾였음에도 버티는 장면은 남성들에겐 적지 않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한 편으로 두 선수 모두 뛰어난 미모와 몸매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대부분의 팬들이 남성들로 구성된 종합격투기에서 확실한 매력이었다. 여성격투기의 무궁한 가능성을 보여준 경기로, 그 경기가 있었기에 지금의 UFC 여성부가 있다고 해도 과하지 않다.

로우지는 그해 6월 FOX 스포츠의 'UFC TONIGHT'에 출연해 "여자들도 UFC를 누비는 날이 분명히 온다. 여자는 터프하고 영리하다. 우리는 어느 분야에서도 활동할 수 있다. 아무도 우리를 막지 못한다"며 UFC에 여성부가 만들어지길 원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당시 진행자였던 케니 플로리안은 "로우지의 생각은 매우 훌륭하지만 가까운 미래에는 일어날 수 없다"며 UFC의 여성부 도입이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과거 "여성부 도입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던 화이트 대표 역시 "로우지는 인기스타인 동시에 환상적이다. 나는 로우지가 종합격투기 역사상 최고의 여자선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녀의 체급에서 마땅한 상대를 찾기 힘들다"며 아쉬워했다. 그러나 "UFC에서 여성경기가 펼쳐진다면 론다 로우지를 올리겠다"고 분명히 했다. 로우지의 상품성을 이미 충분히 파악한 그였다.

옥타곤의 여성부 도입은 결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몇 개월 뒤인 2012년 하반기, UFC는 여성부 밴텀급을 채택하고 스트라이크포스 챔피언 출신의 로우지에게 타이틀을 부여함을 공식 발표했다. 2013년 2월 23일 열리는 UFC 157에서 리즈 카무치를 상대로 하는 1차 방어전도 확정됐다.

이후 펼쳐진 여성부 밴텀급의 모습은 로우지의 독무대였다. 데뷔전이자 첫 방어전에서 카무치를 1라운드 암바승으로 제압한 그녀는 2차 방어전에서 미샤 테이트를 다시 만나 또 암바로 항복을 받아냈다. 프로 데뷔 이후 8경기 연속 암바 승리였다.

지난해부턴 일취월장한 타격 솜씨를 과시했다. 현재까지의 4경기 중 3경기를 KO(TKO)승으로 따냈고, 서브미션 1승을 포함해 4승을 올리는 데에 걸린 시간은 2분 10초밖에 되지 않았다. 한 경기를 승리로 장식한 평균 시간이 32초밖에 걸리지 않은 셈이다. 로우지는 현재 6차 방어에 성공한 상태로, 오는 11월 15일 열리는 UFC 155에서 7차 방어에 나선다. 상대는 복싱 세계챔피언 출신의 홀리 홈이다.

UFC의 여성부 밴텀급은 아직 선수층이 두텁지 않고 로우지의 대항마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지만, 이 체급의 출범으로 UFC는 한 명의 확실한 스타를 얻었다. 현재의 로우지는 UFC의 웬만한 남성 스타 파이터를 능가하는 흥행 보증수표나 다름없다.

로우지가 처음으로 메인이벤트에 출전한 UFC 157에서는 45만개의 PPV가 팔렸고, 올해 2월 열린 UFC 184의 경우 평균을 웃도는 60만개가 판매되는 실적이 나왔다. 특히 가장 최근 경기였던 UFC 190에서는 무려 90만개의 PPV가 판매되는 데에 크게 일조하는 막강 흥행력을 과시했다.

당시 대회의 메인이벤트는 로우지 대 브라질의 베시 코헤이아의 대결로, 둘은 경기 전 수위 높은 설전을 벌이며 시선을 집중시킨 바 있다. 브라질에서 열렸던 당시 경기에서는 로우지가 코헤이아를 34초 만에 잠재웠는데, 자국 선수와 외국인 선수에게 극명히 갈리는 반응을 보이는 브라질 팬들이 이례적으로 자국 선수를 이긴 로우지에게 박수를 보내는 모습은 로우지라는 선수의 가치를 잘 나타내는 장면이었다.

이번 주말 열리는 UFC 193의 메인이벤트는 원래 웰터급 타이틀매치였다. 그러나 카를로스 콘딧을 상대로 타이틀을 방어할 예정이었던 웰터급 챔피언 로비 라울러가 부상을 입으며 대회가 위기를 맞았다. 보통의 대진과 달리 정규대회의 메인이벤트는 그 무게감이 상당한 만큼 대안을 찾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 상황에서 UFC는 로우지에게 2개월 앞당겨 출전해줄 것을 제안했다. 그것은 곧 로우지의 흥행파워를 믿기에 가능한 것으로, 상당히 많은 의미가 담겨있다. 웬만한 남성 선수들보다 로우지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고 봐도 크게 이상하지 않다. 결국 로우지는 참전을 과감히 수락하며 위기에 빠진 UFC 193을 더욱 기다려지는 이벤트로 격상시켰다.

로우지 덕에 UFC 193은 당초보다 높은 흥행 결과가 예상된다. 화이트 대표는 "로우지는 브라질에서 대단했고, 그녀 덕에 훌륭한 이벤트가 됐다. 호주라는 시장은 우리에게 중요한 만큼 로우지가 간다. UFC의 최대관중동원 기록이 깨질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UFC 193이 열리는 호주 에티하드 스타디움은 약 5만 5천명의 관중 수용력을 갖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