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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에서 시작한 맥그리거와 디아즈의 성공, 그 원동력은 열망

 


성공엔 항상 단서가 있다.
자세히 살펴보자. 위대한 성취에는 항상 설명이 뒤따른다. 전 세계의 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팔각형 모양의 케이지에서 2명의 선수가 서로를 마주보고, 한 공간에서 호흡을 하며, 다음 순간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은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코너 맥그리거와 네이트 디아즈가 UFC 최고의 스타로 자리매김한데는 이유가 있다.
스포츠 심리 상담가이자 멘탈 컨디셔닝 코치로 이름이 높은 트레버 모워드는 양 선수 사이에서 한 가지 공통점을 본다.

모워드는 “배고픔이야말로 성공을 위한 최대의 원동력이다”라고 말한다. “배고픔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하다. 양 선수 모두 배가 고플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자라났다. 연약한 마음가짐으로는 생존이 힘든 그런 배경이다. 스스로 삶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야 하는 그런 곳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해하기 어려운 사고방식을 양 선수는 공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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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너 맥그리거와 네이트 디아즈는 과거 한 때 자신의 모습을 마음에 새기고 자기 자신을 기억할 것이다. 의심, 회의, 증오의 목소리에 재갈을 물려야 했던, 무에서 유를 만들어낸 싸움꾼이자 노력가로 말이다. 이제 양 선수는 UFC 202 대회에서 팬들의 크나큰 기대 속에 웰터급 재대결을 펼치는 상황, 맥그리거와 디아즈는 각자의 마음 속에 다시금 불을 지필 연료를 충전해왔다.

“예상승률이 낮은 선수(언더독)를 보면 나에게도 기회가 있다는 공감을 형성하게된다" - 스포츠 심리학자 해리 에드워즈 박사

디아즈의 목표는 1차전 이변의 승리가 우연이 아니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맥그리거의 마음 속엔 오로지 복수 밖에 없다.

스스로의 힘 이외에는 기댈 곳이 없었던 환경이야말로 스포츠 팬들이 양 선수에 열광하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자신의 체급 위까지 맨주먹의 힘으로 뚫고 나오는 이들은 신화 속의 인물과 같은 매력을 지닌다.
유명 스포츠 심리학자 해리 에드워즈 박사는 “예상승률이 낮은 선수(언더독)를 보면 나에게도 기회가 있다는 공감을 형성하게 된다. 미국 사회엔 언더독을 응원하는 경향이 있다. 현재 우리가 삶에서 맞닥뜨리는 험난한 장애물들을 극복하고 올라온 선수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수많은 팬들이 언더독에 매료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팬들은 언더독에 충성을 바친다”

언더독은 우리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거울이기도 한 것이다. 맥그리거와 디아즈는 서민정서를 대변하는 선수라 할 수 있다.

양 선수는 가난뱅이에서 부자가 된, 열망을 통해 성공을 거둔 스토리를 동시에 써왔다. 두 명 선수가 갑옷처럼 두른 것은 타인에 대한 반항과 경멸이다. 맥그리거와 디아즈는 속내 그대로를 입밖으로 내뱉는다. 체면치레란 없다.

그리고 지금은 익살이 더해져 맥그리거와 디아즈를 완벽한 선수로 만든다. 현재 극장가 최고 흥행을 기록하고 있는 영화 ‘수어사이드 스쿼드(Suicide Squad)’를 보자. 만화책의 안티히어로들이 주인공이다. 현재 미국 대선 레이스에선 현대의 정치인이라면 감히 꿈도 꾸지 못할 상식 밖의 발언을 즐겨 내뱉는 인물이 대선후보로 출마해있다.

하지만 누가 뭐라고 해도, 맥그리거와 디아즈는 독특한 존재다.

 

사회 내 스포츠의 역할에 대해 책을 써온 듀크 대학 문화인류학 교수 오린 스탄은 “사람들은 적절하게 미리 준비된, 아무도 상처받지 않는 예의바른 언행에 싫증이 난 상태다”라고 지적한다. 오린 스탄 교수는 “규칙을 깨는 인물에 대한 갈망을 사람들 사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여타 선수들이 상투적인 문구를 사용할 때 이 선수들은 육두문자 욕설을 내뱉고 언론 매체를 상대하는 것에 분통을 터트린다. 도널드 트럼프의 시대에, 기존 통념과 반대로 행동하고 자기검열을 거치지 않으려는 선수들은 분명한 매력을 지닌다”라고 말한다.

오린 스탄 교수는 진정한 전설로 남은 파이터들은 항상 찬반양론을 불러왔다고 덧붙였다. 전설의 선수를 기록한 목록은 자타공인 역대 최고의 파이터, 무하마드 알리의 이름부터 시작한다.
오린 스탄 교수는 “이제 알리는 사망 이후 성인의 반열에 들어섰다. 알리가 엄청난 논란을 일으켰다는 것을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알리가 좋고 싫은 감정을 떠나서, 알리의 경기는 보고 싶었을 것이다. 이 부분은 맥그리거도 마찬가지다. 아마도 디아즈에 대한 팬들의 감정도 그러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맥그리거가 아무 이유없이 ‘악당(Notorious)’으로 불리는 것이 아니다. 나무랄데 없는 수트 차림으로 공작새마냥 의기양양한 걸음을 걷는 달변가 맥그리거, 제임스 본드 영화의 악당역으로 오디션을 보라는 요청을 받았다는 그의 주장도 쉽게 믿을 수 있다.
하지만 맥그리거는 더블린에서도 험한 환경에서 자랐으며 고등학교 졸업 후 도제식 배관공 수업을 받고 있었다. 아일랜드에서 최초로 열렸던 UFC 대회, 2009년 UFC 93 대회를 보러 경기장을 찾기 전까지만 해도 맥그리거는 자신이 더 많은 것을 이룰 운명이라는 것을 믿지 못하고 있었다. 

에스콰이어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맥그리거는 작업장으로 돌아가 실제 나이보다도 더 늙어보이는 배관공들을 둘러본 후 작업공구를 내려놓았던 순간에 대해 이야기했다. 몇 년이 걸리긴 했지만 맥그리거는 장구류 벨트를 UFC 페더급 벨트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디아즈는 캘리포니아 주 스톡튼이라는 척박한 곳에서 자랐다.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서지 않으면 이리저리 내쳐질 뿐인 환경이다. 좌충우돌하는 성격을 지닌 디아즈는 TUF 시즌 5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스타가 될 수는 없었다. 

디아즈는 자신의 기량을 알아보지 못하는, 자신이 무시당하는 환경에 대해 이력이 난 상태였다.
케이지에서 상대선수를 모독하며 스톡튼 슬랩(스톡튼 식 뺨따귀)을 날리고, 중지를 내밀며, 끊임없이 인상을 찌푸려대는 것으로 더욱 유명한 닉 디아즈의 동생이 네이트였다.

 

네이트 디아즈는 유혈이 낭자한 경기, 항상 볼만한 경기를 만들어내긴 했지만, PPV 방송 대회의 메인이벤트 선수로는 나서지 못했다. UFC 대표 데이너 화이트의 악명높은 코멘트를 빌자면 “네이트 디아즈는 흥행을 좌지우지하는 선수가 아니다”라고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평가도 3월 5일, 부상을 입은 라이트급 챔피언 하파엘 도스 안조스를 대신해 겨우 11일을 준비해서 나간 경기에서 뒤집혔다. 디아즈는 맥그리거에게 리어네이키드초크로 항복을 받아내며 전 세계에 거대한 충격을 안겼다.

이제 양 선수는 2차전을 눈앞에 두고 있다.

스포츠 심리 상담가 모워드는 “당신이 맥그리거라고 가정하자. 5~6년전만해도 당신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성공에 요구되는 재능이 있는지도 의심을 받고 있었다. 그때의 기억들을 지금도 가지고 있다. 맥그리거, 디아즈 양 선수 모두 성공과 실패의 덧없음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모워드는 알라바마 주립대, 플로리다 주립대, UCLA 소속 대학팀 선수는 물론 시애틀 시호크 팀의 쿼터백 러셀 윌슨과 같은 스타급 선수들의 심리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엘리트 선수의 마음가짐에 대해 이해하고 있다. 가장 큰 동기를 지니고 있는 선수들은 기량을 증명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시절의 기억을 절대로 잊어버리지 않는다고 한다.

“존중이라는 개념은 격투 스포츠의 중심에 위치해있다. 자신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심리상태로 몰아가는 것, 자신의 실력을 증명해서 전 세계에 이를 선보이고자 하는 초조함이 필요하다. 울분의 감정이 요구된다” - 듀크 대학 문화인류학 교수 오린 스탄

모워드가 언급하는 좋은 예시로 그린 배이 패커스 팀의 스타 쿼터백 애런 로저스가 있다. 로저스는 북부 캘리포니아의 치코라는 도시에서 자랐다. 디아즈 형제의 출신지와도 그다지 멀지 않은 장소다. 모워드에 의하면 로저스에게 현존 최고의 쿼터백이라는 평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한다. 로저스가 자신을 바라볼 때면 겨우 대학교  한 곳에서 장학금 입학 제의를 받았으며 NFL(전미미식축구리그) 신인선수지명에서 엄청나게 낮은 순위를 받았던 것을 기억해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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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워드는 “자신이 충분한 기량을 갖췄음을 믿지 않았던 사람들이 로저스의 목표였고, 그 목표를 잃은 적이 없다”라고 말한다. “로저스에겐 울분이 느껴진다. 로저스는 이제 더 이상 언더독이 아니지만 자기의 가능성을 의심했던 그 모든 사람들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스타일의 차이가 승부를 결정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또 다른 결정요소가 있다. 바로 순수한 동기이다.
디아즈는 인지도를 위해서, 맥그리거는 명예회복을 위해 이번 경기에 출전한다. 물론 다른 요소들도 이번 재대결에 개입되어 있긴 하다.

오린 스탄 교수는 “존중이라는 개념은 격투 스포츠의 중심에 위치해있다. 자신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심리상태로 몰아가는 것, 자신의 실력을 증명해서 전 세계에 이를 선보이고자 하는 초조함이 필요하다. 울분의 감정이 요구된다”라고 말한다.

오린 스탄 교수는 팬들이 맥그리거, 디아즈 양 선수에 큰 매력을 느끼는 또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위대한 파이터를 정의하는 것은 위대한 라이벌이다. 무하마드 알리-조 프레이저, 슈거 레이 레너드-토마스 헌즈를 생각해보자. 로키 발보아-아폴로 크리드와 같이 영화에서도 라이벌 구도를 찾아볼 수 있다.

맥그리거-디아즈 2차전은 아직 치러지지도 않았지만, ‘3부작’이라는 격투계의 최고의 수식어가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다. 흥행의 마술사인 맥그리거 또한 이를 잘 이해하고 있다.
맥그리거는 “나와 디아즈 사이엔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 남아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라고 지난 주 밝혔다.
맥그리거-디아즈 대결구도의 개막, 그것이야말로 격투기 팬들의 희망하는 바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