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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만의 동반승리 다짐했지만…' 희비 엇갈린 김동현과 추성훈

 


UFC FIGHT NIGHT 서울의 메인이벤트에서 맞붙은 벤 헨더슨과 호르헤 마스비달이 미국을 비롯한 세계의 팬들이 타깃이 됐다면, 김동현과 추성훈의 경기는 현지 흥행에 비중이 더 큰 파이터에 해당했다. 실제로 둘은 적어도 한국 내에서는 메인이벤트 출전자보다 많은 관심을 받았다.
김동현과 추성훈은 파이터로서 성장한 배경이 전혀 다르고, 평소 생활이나 훈련에 있어서도 연관 지을 게 거의 없지만 지금은 어떤 누구보다 서로와 각별한 사이로 지내고 있다. 2009년 7월, UFC 100이라는 대회에 우연히 동반출전하며 인연을 텄고, 이후 UFC 파이터로서 마주칠 기회가 늘어나더니 같은 매니지먼트사에 몸담으며 친분을 쌓았다. 지금은 호형호제하는 절친한 형과 동생으로 지낸다.
추성훈의 경우 엄밀히 말하자면,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일본으로 귀화한 만큼 일본인 UFC 파이터에 해당하지만 서울에서 열린 이번 대회만큼은 한국 선수라는 생각으로 임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국내 선수 중 내가 나이가 가장 많다. 그래서 한국팀의 주장이라고 생각한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UFC 진출 이래 아키야마 요시히로가 아닌 추성훈이란 한국 이름이 사용된 것도 처음이다.
선수라면 개인적인 목표를 우선으로 삼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김동현과 추성훈은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첫 한국 대회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로서 성공적인 이벤트가 되기 위해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책임감과 사명감이 남달랐다.
추성훈은 경기 전 "화끈하고 멋진 경기 보여주고 싶은 맘이 크다. 그렇게 하면 팬들이 좋아하고 내년이나 내후년은 물론 3년, 4년 뒤에도 열릴 수 있지 않겠나.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나와 동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한국인 최초로 UFC에 진출해 맹활약하며 누구보다 이번 대회를 기다려온 김동현 역시 말할 것도 없다.
최고의 시나리오는 대회에 도움이 되면서 개인적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만한 결과를 남기는 것이었다. 추성훈은 "2009년엔 서로 잘 몰랐지만 지금은 동현이와 많이 친해졌고, 의지도 많이 된다. 서울에서 함께 경기를 갖게 돼 기대된다"고 했고, 김동현은 "난 징크스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다. 6년 전 함께 이겼었기에 이번에도 동반승리가 가능하다고 본다"고 출사표를 던졌었다.

그러나 둘은 이번 경기에서 전혀 반대되는 성적표를 받았다. 김동현은 대타로 투입된 도미닉 워터스를 상대로 압도적인 기량을 과시하며 손쉬운 승리를 따냈다. UFC 진출 이후 이렇게 쉽게 이긴 경기는 처음이었다. 그리고 옥타곤에서 마음껏 포효하며 자신의 승리를 즐겼다. 이번 경기에서 목표하던 바를 다 이뤘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추성훈은 대회 홍보에 적극적이었고, 경기에서도 수많은 관중들을 들썩이게 했을 정도로 투지 넘치는 경기를 펼쳤지만 정작 승리를 챙기는 데에 실패했다. 알베르토 미나를 상대로 3라운드에 보여준 대 반격은 경기장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1, 2라운드 부진을 끝내 극복하지 못하며 UFC 2연승도 물거품이 됐다. 본인을 포함한 많은 팬들이 아쉬워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추성훈은 "2라운드 위기 때 어렵겠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한국 팬들의 응원이 힘이 돼 일어날 수 있었다. 3라운드에 잘 싸울 수 있었던 것도 팬들의 함성 덕이었다. 결과는 패배였지만 너무 행복했고 감사했다"고 덤덤히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2라운드 다운된 게 컸던 것 같다. 2라운드만 잘 했으면 이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제 끝났으니 쉬면서 앞으로의 계획을 생각해보겠다"며 끝내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추성훈은 이번 경기 전 재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김동현은 "(변칙 킥을)한국이라서 한 번 해봤다. 큰 응원 소리에 대한 팬서비스 차원이었다. 물론 평소 체육관에서 할 때만큼 잘 되진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그것 때문에 태클을 하지 않고도 상대와 붙는 행운이 찾아왔다. 내 그래플링을 대비해 나온다 해도 붙으면 누구든 끝난다"며 자신감을 내비친 뒤 "진짜 라스베이거스 팬들보다 한국 팬들이 더 멋있다. 미국에선 사실 승리한 뒤 좋아하기도 민망해 조용히 빠져나왔는데 이번엔 마음껏 즐겼다"고 설명했다.
이번 경기가 남긴 것은 단순한 1승과 1패 이상이었다. 한국 나이로 41세인 추성훈에겐 동물적인 움직임과 특유의 킬러 본능을 과시했던 과거의 모습을 보기 어려웠으며, 김동현은 다시 한 번 타이틀에 도전할 경쟁력이 있어 보였다. 김동현은 경기 후 한국에서 타이틀에 도전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