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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차 방어' 챔피언이 보여준 위기관리 능력

 


플라이급 챔피언 드미트리우스 존슨의 9차 방어전은 조셉 베나베데즈, 존 도슨, 헨리 세후도 등의 컨텐더들을 상대로 했던 앞선 방어전보다 쉬울 것으로 예상됐다.

상대는 팀 엘리엇, UFC가 중소단체 챔피언을 모아 진행한 TUF 24에서 우승하며 타이틀 도전권을 따냈다. 보통의 시즌과는 차별화됐던 TUF 24는 존슨에게 도전할 뉴페이스를 찾는다는 목적이 있었지만, 결국 옥타곤에서 퇴출됐던 선수가 우승하는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왔다. 엘리엇은 2012년 UFC에 데뷔해 약 3년간 활동하며 2승 4패를 남긴 경험이 있다.

경기 전에는 기대가 되지 않는 경기라는 의견이 많았다. 컨텐더들도 존슨에게 맥없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불과 지난해 퇴출됐던 선수가 타이틀에 도전하기 때문이다. 주최사나 팬들이 볼 때 결코 이상적이지 않은 그림이다. 높은 기대감과는 거리가 있다.

그런데 경기는 역시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법. 엘리엇은 존슨과 맞선 다른 어떤 도전자보다 챔피언을 강하게 위협했다. 8차 방어를 성공하도록 제대로 위기의 순간 한 번 겪지 않았던 존슨이 1라운드에 황천길로 갈 뻔했다.

엘리엇은 크고 거칠었으며 변칙적이었다. 밴텀급에서 싸워도 부족하지 않은 체격, 스텝을 특이하게 밟는 동작도 눈에 띄었다. 무엇보다 전진 양 훅 러시, 가드에서 상대 머리를 손바닥으로 연타, 넥클린치시 보디블로 연타, 상대가 원렉 테이크다운을 시도하자 정수리와 후두부 쪽을 사정없이 내리치는 거친 공격으로 챔피언을 당황시켰다.

1라운드에 보여준 엘리엇의 저력은 모두를 놀라게 했다. 초반 테이크다운을 허용했지만 암바를 방어하며 포지션 역전에 성공했고, 하위에 있던 존슨이 탈출을 시도하자 그 순간 길로틴 초크로 반격했다. 엘리엇의 초크는 탭이 나올 수 있을 정도로 빈틈없이 들어갔다. 보는 입장에선 경기가 끝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챔피언도 대단했다. 그걸 버텨내며 방어해냈다. 그러자 엘리엇은 다스 초크로 기술을 전환했다. 이번에도 존슨의 목을 강하게 조였다. 두 번째 위기였다. 그러나 존슨은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우며 괜찮다는 의사를 표하더니 긴 시간 방어한 끝에 결국 초크에서 벗어났다.

위기는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이어진 스탠딩에서 존슨은 엘리엇의 넥클린치를 잡았다가 혼쭐이 났다. 신장이 큰 엘리엇은 양손 소나기 펀치를 챔피언의 복부에 집중시키더니 챔피언이 니킥을 시도하며 클린치가 허술해진 빈틈을 타 왼손 훅을 적중시켰다. 존슨은 순간적으로 무릎을 꿇을 정도로 충격을 입었다.

위험한 순간도 있었지만 간과해서 안 될 점은, 이 모든 게 1라운드에 일어난 일이고 경기는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는 곧, 상황이 뒤집힐 여지가 충분히 많이 남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역시 2라운드부터 챔피언 존슨의 반격이 펼쳐졌다. 1라운드를 내준 존슨은 그래플링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조금씩 리드해나갔다. 엘리엇의 저항이 만만치 않았지만 침착하고 안정된 챔피언의 기술력이 돋보였다. 존슨은 2, 3라운드를 그렇게 따냈다.

4라운드는 챔피언의 강한 러시가 볼만했다. 앞선 라운드처럼 테이크다운으로 포문을 열더니 리어네이키드 초크와 크루시픽스, 스트레이트 암바로 이어지는 릴레이 기술로 엘리엇을 궁지로 몰아갔다. 엘리엇은 5라운드 초반 회심의 테이크다운을 성공시켰으나 포지션을 역전당한 뒤 밀리다가 결국 경기를 마쳤다. 결과는 45:49, 46:49, 46:49로 챔피언 존슨의 판정승.

앞서 경기는 역시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고 언급했지만, 거기엔 내용만 해당됐다. 결과는 당초 예상을 벗어나지 못했다. 종합격투기는 어느 종목보다 이변의 가능성이 많다지만, 엘리엇이 챔피언을 상대로 이변을 일으키기엔 챔피언의 위기관리 능력과 운영이 사기 수준으로 뛰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