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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롭스키의 격투 인생, 굴곡 심한 롤러코스터

 


안드레이 알롭스키의 행보는 보통 선수들과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진 강자들의 경우 종종 패배를 겪긴 해도 전체적으로 준수한 전적을 이어가지만, 알롭스키는 그렇지 않다. 한번 패했다 하면 연패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반대로 한 번 이기면 4연승은 기본이다. 알롭스키의 선수 생활은 그만큼 굴곡지며, 그런 패턴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1999년 종합격투기에 데뷔한 알롭스키의 출발은 좋지 않았다. 데뷔전에서 1라운드 KO패를 당했다. 이 패배를 두고 부진했다고는 할 수 없으나, 첫 경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더군다나 거의 이긴 경기를 역전 당했다. 데뷔전이 선수생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만큼 잘 풀린 경우와는 거리가 있다.

이후 알롭스키는 3연승을 거두고 UFC에 진출한다. 데뷔전은 기분 좋게 서브미션 승리로 장식했다. 이로써 4연승. 그러나 UFC는 만만한 무대가 아니었다. 생애 처음으로 2연패를 경험한다. 리코 로드리게즈와 페드로 히조에게 연이어 무너졌다.

다음 경기에서 이언 프리먼을 꺾으며 연패를 끊은 알롭스키는 6연승을 질주한다. 그 과정에서 팀 실비아를 꺾고 헤비급 잠정 챔피언에 등극한 뒤 타이틀 보유자였던 폴 부엔텔로마저 눕히며 UFC 헤비급 챔피언에 올랐다. 그때가 2005년, 지금까지의 파이터 인생에서 최고의 순간이었다.

기쁨은 잠시였다. 2006년엔 한 명의 선수에게 2연패를 당한다. 전년도 잠정 타이틀매치에서 자신에게 패했던 팀 실비아였다. 타이틀을 잃은 뒤 운 좋게 즉각 벨트 탈환에 나셨으나 또 패하며 입지가 흔들렸다. 커리어에서 두 번째 기록된 2연패였다.

기세가 꺾이는 듯 했으나 알롭스키는 또 살아났다. 마르시오 크루즈, 파브리시오 베우둠을 물리치고 3연승을 신고했다. 타이틀 탈환의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실적이었다. 그러나 알롭스키는 UFC를 떠난다. 당시 계속해서 주최사와 마찰을 빚던 끝에 재계약 시점이 되자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섰다.

시작이 좋았다. 어플릭션의 첫 대회에서 벤 로스웰에게 KO승을 거뒀고, 이어 엘리트XC에선 로이 넬슨도 쓰러트렸다. 5연승을 질주하며 실비아에게 당한 2연패의 아픔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어플릭션의 두 번째 대회에서 표도르에게 패한 것을 시작으로 부진의 늪에 빠진다. 표도르와의 대결에서 알롭스키는 경기를 유리하게 풀어가던 중 필요 없는 공격을 한번 했다가 재앙을 맞았다. 플라잉니킥을 시도하는 순간 표도르의 펀치에 맞고 실신한 것이다. 그때 왜 그랬는지 수년이 지난 지금도 그 순간만 생각하면 잠이 안 온다.

알롭스키가 이렇게 패한 적이 처음은 아니다. 비아체슬라브 닷식을 상대로 한 데뷔전에서 다 잡은 경기를 펀치 한 방에 내줬고, 2006년 팀 실비아와의 2차전에서도 그랬다. 결정적인 순간에 미끄러지는 것이 알롭스키의 징크스가 되는 듯 했다.

뼈아픈 패배이긴 하지만, 다시 좋은 경기를 펼치면 상처는 금방 아문다. 그런데 상황은 점점 암울해져갔다. 복귀전에서 브렛 로저스에게 패하더니 안토니오 실바, 세르게이 하리토노프에게 고꾸라졌다. 두 번의 2연패는 있었지만 4연패는 처음이었다. 그의 부진에 전 플레이보이 모델 출신의 여자 친구까지 곁을 떠났다.

추후 알롭스키는 충격적인 사실을 털어놨다. 로저스에게 패한 뒤 한 발의 총알이 장전된 권총으로 자신의 머리를 향해 방아쇠를 당기는 러시안룰렛을 했다는 것. 목숨을 운에 맡겼을 정도로 심적으로 힘든 시기였다.

알롭스키라는 스타는 그렇게 저무는 듯 했다. 멘탈은 바닥으로 떨어졌고 맷집은 날이 갈수록 약해지는 것 같았다.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기란 불가능에 가까워보였다.

그러나 알롭스키는 큰 위기를 극복해내고 다시 일어섰다. 승수를 하나씩 늘리더니 4연패 뒤 6승 1패(1무효)의 전적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자신의 바람대로 UFC의 부름을 받아 2014년 옥타곤에 복귀했다. 4연패의 늪에 빠졌을 때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6년 만에 다시 옥타곤에 들어선 알롭스키. 복귀전에서 브랜든 샤웁에게 판정승한 뒤 안토니오 실바, 트래비스 브라운 등 기존 강호들을 하나 둘 꺾어나가며 올드보이의 건재함을 과시했다. UFC 계약 직전의 경기까지 포함하면 무려 6연승을 기록했다. 타이틀 도전도 보이기 시작했다.

상황이 좋아질 만하면 어김없이 닥치는 불운, 이번에도 예외는 없었다. 그것이 또 찾아왔다. 역시 1패로 넘어가지 않았다. 지난 1월엔 스티페 미오치치에게, 5월엔 팀 동료인 알리스타 오브레임에게 각각 TKO패했다.

그리고 알롭스키는 오는 9월 4일 UFN 함부르크 대회에 출전해 9위 조쉬 바넷과 격돌한다. 바넷이 랭킹은 3계단 아래에 있지만, 위협적인 상대임이 분명하다. 알롭스키가 패한다 해도 크게 이상할 게 없다. 3연패의 부진에 빠질 수 있고, 연승의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

비슷한 행보를 걸은 베테랑간의 맞대결이다. 1990년대 후반 데뷔한 것과 UFC에서 두 번째 활동 중인 점, UFC 챔피언을 지낸 커리어가 둘의 공통점이다. 그러나 둘 모두 최근 부진했던 만큼 패한 선수의 입지는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만큼 가혹한 매치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