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런던 올림픽 유도 금메달리스트인 김재범은 결승전에서 승리한 뒤 이 같은 소감을 밝히며 화제를 모았다. 그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선 은메달을 목에 걸었는데, 그때보다 우수한 성적을 내기 위해선 이보다 더한 게 있을 수 없는 최고치의 각오가 필요했다고 판단했다.
UFC에서도 이런 각오를 내비친 파이터가 등장했다. 올해 UFC에 입성한 한국인 미들급 파이터 박준용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지난 8월 데뷔전에서 앤서니 에르난데스에게 패한 그는 오는 21일 부산에서 UFC 첫 승 재도전을 앞두고 있다.
박준용은 UFC와의 인터뷰에서 "한 번 끔찍하게 져봤고, 그 기분을 다시 느끼기 싫다. 지금 생각은 그냥 될 대로 되라 식이다. 그냥 죽으려 한다. 내일은 없다"며 마음가짐에 있어 스스로에게 극단의 처방을 내렸다.
'김재범이 했던 말과 비슷하다'고 하자 그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 이상이다. 내가 더 처절하다"고 대답했다.
지난 데뷔전에서 패한 박준용은 자존심이 상한 것을 넘어 모든 게 무너지는 기분을 느꼈다. 우세하던 상황에서 패해 아쉬움이 더 컸다.
그는 "꿈인 줄 알았다. 믿고 싶지 않았다.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고 하나 자존심이 세고 승부욕도 강하다 보니 패배를 받아들이는 자세가 미숙했다. 다운이가 이겼음에도 기뻐하지 못하는 모습에 형으로서 미안했다. 경기는 이길 수도, 질수도 있다지만 힘든 시간이었다"고 돌아봤다.
이것만큼은 자신 있다고 생각하던 부분에서 꺾였다는 점에 스스로에게 화가 났다. "기세와 투지, 끈기에서 우위를 점할 것으로 확신했으나 내가 밀렸다. 차라리 맞고 기절을 했다면 덜 아팠을 텐데, 탭을 치고 말았다. 민폐를 끼칠까봐 화장실에서 혼자 울었다"고 털어놨다.
당시 경기에서 그는 분명 앞서고 있었다. 스탠딩 타격전에서 우위를 점했다. 하지만 상대가 그래플링으로 전략으로 선회하면서 밀리기 시작했고, 결국 서브미션에 걸려들었다. 테이크다운 방어가 완벽히 되지 않았다.
박준용은 "MMA인 만큼 다 준비를 잘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오히려 예전처럼 서브미션을 계속 노렸으면 어땠을까 싶다. 디펜스가 약한걸 알고 있었다. 서브미션으로 잡는 걸 좋아하는 내가 스탠딩을 고집했다. 내 스타일을 좀 버렸던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이번 부산 대회에 출전하는 대부분의 한국 선수들은 들떠있다. UFC 선수로서 한국 대회에 출전하는 사실 자체가 행운이고, 특히 부산에 거주하는 선수들은 감격스러워 한다.
그러나 박준용은 생각이 조금 다르다. "한국 대회라고 해서 내게 특별한 의미는 없다. 지난 데뷔전이나 이번 경기가 똑같다"며 "한국에서 경기하는 것도 좋지만, UFC에서 뛰는 자체가 큰 축복인 것 같다. 장소는 상관없다. 브라질이든, 어디든 내겐 다 소중하고 특별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