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스타 오브레임이 완전히 되살아났다. 한 때 퇴출이 거론될 정도로 부진했지만 다시 연승을 이어가며 상위권으로 도약하고 있다.
오브레임은 20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란도 암웨이 센터에서 열린 UFC on FOX 17에 출전해 주니오를 도스 산토스에게 2라운드 4분 43초 TKO승을 거뒀다.
원래 예정대로라면 두 선수의 대결은 2012년 5월 열렸어야 했다. 당시 챔피언은 도스 산토스였고 오브레임이 브록 레스너를 격침시키며 도전권을 획득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오브레임의 불법 약물 사용으로 경기가 무산되고 말았다.
오브레임이 9개월간의 출전 정지 징계를 받은 뒤 돌아왔지만 타이틀 도전권은 무효가 됐다. 또 복귀전에서 안토니오 실바에게 패해 타이틀전과도 거리가 벌어진 것은 물론 도스 산토스와의 대결도 물 건너가는 듯 했다. 도스 산토스가 도전자인 케인 벨라스케즈에게 패하자 지난해 둘의 경기가 다시 추진됐지만 이번엔 오브레임이 훈련 중 부상을 당했다며 경기를 포기했다.
처음 두 선수의 대결이 확정됐을 때 많은 관심을 받은 이유는 타이틀매치라는 점도 있겠지만, 세계 최강의 타격가를 가리는 대결로 보였기 때문이다. 강한 힘을 바탕으로 한 오브레임의 묵직한 킥과 니킥, 헤비급 최고의 복싱 테크니션 도스 산토스의 대결은 충분이 그렇게 불릴 만 했다.
2012년 당시 둘의 화력이 절정에 달했었던 만큼 치열한 정면 공방전이 예상됐었다. 그러나 이날 둘의 경기는 그런 예상과 거리가 있었다. 도스 산토스는 이전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지만 오브레임이 소극적인 아웃파이팅을 구사해 경기는 뜨거울 틈이 없었다. 그러나 승자는 오브레임이었다. 결과적으로 좋은 전략을 들고 나온 셈이다.
공이 울리고 3분 가까이 공방전이 없었다. 오브레임은 백스텝으로 옥타곤을 돌며 도스 산토스와의 거리를 유지했고, 산토스는 조금씩 전진하며 긴 탐색전이 펼쳐졌다. 1라운드 후반엔 야유가 쏟아지기도 했다. 2라운드 들어서도 오브레임은 도스 산토스의 펀치 밖에서 싸우며 킥으로 공략하는 한편 기습접인 펀치를 노렸다. 도스 산토스가 다가오면 오블리크 킥으로 거리를 벌렸다.
보는 이들을 답답하게 했지만, 그 전략이 결국 통했다. 스위치까지 활용해 혼란을 주던 오브레임은 사우스포 자세에서 오른손 페이크 이후 왼손 훅으로 도스 산토스를 쓰러트렸다.
오브레임은 헤비급 랭킹 9위였고 도스 산토스는 2위, 오브레임으로선 얻을 게 많은 승리였다. 이번 승리로 단숨에 타이틀 전선에 합류할 전망이다. 타이틀에 곧바로 도전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강자를 한 번 더 꺾는다면 충분히 기대할 만하다.
늘 힘으로 상대를 짓눌러 대부분의 승리를 1라운드에 따냈던 오브레임이 안전제일 경기를 선보인 것은 지난해부터다. 금지약물 처분 이후 경기력은 급격히 감소했고 안토니오 실바와 트래비스 브라운에게 연이어 무릎을 꿇으며 대책이 필요했다. 이전처럼 힘으로 압살할 수 없는 몸 상태에서의 공격적인 운영은 위험성이 너무나 크다. 더군다나 2연패로 인해 퇴출까지 거론됐기에 내용이 어떻든 간에 승리가 절실했다.
이에 벼랑 끝에 몰린 오브레임이 안정적인 전략을 택했다. 프랭크 미어와의 대결에서 그는 침착하게 운영하며 판정승을 거뒀다. 벤 로스웰에게 패한 뒤 스테판 스트루브, 로이 넬슨과의 대결도 화력이 돋보인 과거의 경기 스타일과는 거리가 있었다.
특히 이번 경기에서 유난히 조심스러운 경기를 펼쳤는데, 이에 대해 경기 후 그는 "도스 산토스는 매우 위험한 펀치를 가진 선수이기에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충분히 흔들어준 뒤 공격하는 게 전략이었다"고 설명했다.
2011년 말 UFC에 데뷔했을 때 오브레임은 태풍의 핵 같은 존재였다. 11연승 중이었는데 9승을 1라운드에 따냈다. UFC 데뷔전에서는 전 챔피언 브록 레스너를 너무나 쉽게 쓰러트리고 타이틀 도전권을 거머쥐었다. 잠시 벼랑 끝에 몰리기도 했지만 보다 영리하고 안정적인 스타일로 다시 정상을 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