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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한국대회 'UFN 서울'이 남긴 것

 


2011년 처음 거론된 뒤 몇 년 동안이나 한국 팬들을 애타게 했던 UFC의 한국대회가 지난 28일 열렸다. 옥타곤이 설치된 장소는 과거 K-1 월드 그랑프리 파이널 16이 꾸준히 개최되던 올림픽 체조경기장이었으며, 1만명 이상의 팬들이 운집해 세계 최고의 격투스포츠를 직접 관람했다.
이번 대회는 첫 한국 대회에 맞게 인지도 높은 세계적인 스타와 가용한 한국계 선수들을 모조리 투입시키며 일찌감치 시선을 집중시켰다. 물론 중간에 선수의 부상 등을 이유로 대진이 바뀌고 경기 수가 주는 등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그러한 어려움이 있었던 것을 고려하면 성공적인 첫 대회였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총 관중은 12,156명…만석 그 이상의 열기
이번 대회가 열린 체조경기장의 규정 좌석은 15,000석. UFC의 경우 옥타곤 주변의 플로어에 좌석이 추가 설치되는 만큼 규정 좌석을 초과하지만, 이번의 경우 곳곳에 대형 전광판을 설치하고 4개의 구조물 기둥으로 시야를 가리는 방향의 좌석을 일부 제외시켜 실제 좌석과 경기장의 규정 좌석이 개수에서 큰 차이가 없었다.
집계된 총 관중은 12,156명으로, 전체 좌석의 80%를 약간 웃돌았다. 빈자리가 내심 아쉬웠지만 흥행을 선도했던 크로캅이 대회를 얼마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빠지고, 티아고 알베스의 부상으로 대진에 변화가 생기는 타격이 있었던 것을 고려하면 고무적이다. 냉정히 보면 경기장이 커서 그렇지 관중의 수는 결코 적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12,156명은 올해 현재까지 열린 36회의 UFC 이벤트 중 14번째에 해당한다.
가장 긍정적인 것은 뜨거웠던 열기다. 한국에 메이저 격투스포츠 이벤트가 열린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고, 과거에도 이번과 비슷한 규모의 대회가 몇 차례 치러졌었지만 이렇게 달아오른 적은 없었다. 국내 팬들은 한국 선수들이 경기를 치를 때면 한 마음 한 뜻으로 선수의 이름을 연호하고 함성을 질렀는데, 그 소리는 경기장이 떠나갈 정도였다.
현장에서 경기를 직접 관람했던 '코리안좀비' 정찬성은 SNS를 통해 "브라질 이후로 이런 호응은 처음이다. 한국 팬들이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 일본처럼 조용할거라 생각했는데. 내 복귀전은 무조건 서울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고, 켄 버거 아시아 지사장 역시 "대회를 준비하며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있었지만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 매우 뜨거웠던 밤이었다. 한국 팬들은 에너지가 넘쳤고 매우 열광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이번 흥행 결과는 앞으로의 한국 대회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UFC가 한국에서의 이벤트를 고려할 때 가장 우려했던 부분은 현장 흥행이었다. 한국의 경우 종합격투기 팬층이 확실히 있고 그들의 수준 또한 높지만, 경기장을 찾지 않는 큰 단점이 있었다. 이미 여러 단체가 그런 한국팬들의 성향에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이번 결과만 놓고 본다면, 적어도 UFC는 흥행 걱정을 안 해도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내년 대회도 조금씩 거론되고 있다.
시청률의 경우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전파돼 정확한 종합 수치를 산정하긴 어렵겠지만, 국내에 중계된 격투스포츠 이벤트 중 상위권에 드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포털사이트에서의 폭발적인 반응만 봐도 시선이 크게 집중됐음을 알 수 있다.
새로운 스타의 탄생과 두 자리에 진입한 한국인 파이터
이번 대회는 국내 선수들에게 큰 기회였다. 장소가 국내인 터라 그동안의 다른 어떤 UFC 대회보다 많은 관심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했고, 관중들을 들썩이게 할 매력 넘치는 경기 스타일과 실력을 선보인다면 인지도가 순식간에 상승할 여지가 충분했다.
이 기회를 제대로 살린 선수는 예상대로 최두호였다. 한국인 UFC 파이터 중 최고의 기대주로 꼽히는 최두호는 물오른 경기력으로 페더급의 강타자 샘 시실리아를 1분 33초 만에 쓰러트렸다. 세 번째 추진 만에 이뤄진 진검승부가 무색해질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또 최두호는 경기 전 장담했던 대로 보너스까지 타내는 겹경사를 맞았다.
최두호는 준비된 스타였다. UFC에 진출하기 전 이미 일본의 강자들을 전부 KO로 쓰러트리는 저력을 과시했고, 이에 국내 많은 전문가들로부터 정찬성을 잇는 뛰어난 활약을 펼칠 것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특히 타격에 있어서는 천재로 불리며, 어떤 환경에서 누구와 맞서도 여유가 넘치고 주눅 들지 않는 멘탈 역시 큰 장점으로 꼽힌다. UFC 데뷔전에서는 18초 KO승을 거두며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UFC와 세계의 팬들도 이제 최두호란 파이터를 눈여겨 볼 것이 분명하다. 켄 버거 지사장은 "최두호는 강한 선수로 알고 있고 UFC에서도 미래가 밝은 선수로 알려져 있다. 매치업은 본사에서 하는 것이지만, 향후 몇 개월 안에 최두호의 재능에 걸맞은 매치업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 후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진행된 '서울 대회에서 가장 인상적인 선수'를 뽑은 설문 조사에서도 최두호는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UFC의 지역 대회에는 '로컬 특수'라는 게 있다. 포커스가 해당 지역에 맞춰져있다 보니 그 기회를 타고 UFC에 입성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번의 경우 두 명이 로컬 특수의 수혜를 입었다. 과거 UFC에서 활동했던 양동이가 옥타곤으로 복귀했고, 스턴건 김동현의 팀 후배인 작은 김동현이 새롭게 부름을 받았다. 현재 계약돼있는 한국인 파이터는 총 10명, 한국은 세계에서 10번째로 두 자리 수 파이터를 보유한 국가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