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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단신 함서희 "체격 탓 안 해…180cm 상대도 상관없다"

 


 '잘 싸웠다. 기량에선 밀리지 않았지만 체격 차이가 너무 났다'

함서희의 UFC 데뷔전을 본 이들의 의견은 한결같았다. 지난해 12월 13일 TUF 20 피날레에서 치러진 조앤 칼더우드와의 대결에서 함서희는 판정패했다.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많은 이들이 체격 차이를 감안하면 선전했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그런 말은 함서희에게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다.
아톰급에서 활동하던 함서희는 UFC에서의 활동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한 체급을 올린 경우다. UFC 여성부의 가장 낮은 체급이 스트로급이기에 체급을 올리지 않고서는 UFC에 입성할 방법이 없었다. 당시 함서희는 감량 없이 평소 체중으로 출전했으며, 칼더우드와의 대결은 누가 봐도 체급 차이가 확연한 경기였다.
그러나 함서희는 체격의 불리함 때문에 패했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 어차피 스트로급 선수가 된 마당에 신체 사이즈를 탓하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함서희는 체격 차이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녀가 판단하는 데뷔전 패인은 체격 차이가 아닌 준비 부족이다.
함서희는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였으며 마땅히 보여준 게 없었던 경기였다. 그동안 싸웠던 모습과도 많이 달랐다. 준비가 덜 됐기에 경기력이 어떻다고 말하기도 어렵다"며 "패배를 체격 탓으로 돌리기 싫다. 나만 잘 했으면 극복할 수 있었다. UFC라는 무대에 대한 적응도 아직은 더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당시 함서희는 11월 일본에서 경기를 가진 뒤 12월 데뷔에 합의하고 UFC와 계약했으며, 상대는 경기 9일 전 알 수 있었다. 휴식 시간을 가진 것도 아니고, 경기를 준비할 시간이 부족한 것은 물론 상대에 맞는 전략을 몸에 익히기도 어려웠다. 또 이 선수만 아니길 바랐던 칼더우드가 하필 상대가 됐다. 여러모로 어려움이 많았던 데뷔전으로 기억된다.
오는 28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는 국내에서의 첫 UFC 대회, UFC FIGHT NIGHT 서울이 열린다. 국내 최초의 여성 UFC 파이터 함서희도 이 대회에 출전해 첫 승에 재도전한다. 데뷔전에서 패했던 만큼 사활을 걸어야 하는 입장이다.
그런데 지난달 발표된 함서희의 상대에 국내 팬들은 한 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한국 대회에서 맞설 상대는 코트니 케이시. 이번에는 조금이라도 작은 선수와 붙길 바랐지만, 오히려 스트로급 최장신 선수가 다가왔다. 케이시의 신장은 170cm로, 칼더우드보다도 3cm 크다.
157cm인 함서희와의 신장 차이는 무려 13cm. 스트로급 최단신 대 최장신의 대결이며, 함서희 입장에서 케이시는 입식격투기를 포함해 지금까지 맞붙은 선수들을 통틀어 가장 큰 상대다. 함서희는 아톰급에서도 신장이 작은 편이었으며, 보통 3~4cm 큰 선수와 대결해왔다.
함서희는 이미 마음을 비운 상태다. 어차피 극복해야 할 과제이기에 불리하다는 생각은 전혀 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나만 작은 선수와 붙여달라고 말을 할 수 없는 것 아니겠나. 상대가 180cm든 150cm든 상관없다. 이전 경기 때는 준비가 부족해 어려움이 많았다. 70~80%로 싸울 것을 50%밖에 발휘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충분히 대비했다. 데뷔전보다 훨씬 잘 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했다.
또 충분히 준비가 됐느냐는 질문에는 "열심히는 하고 있는데 얼마나 잘 됐는지는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지금까지 경기를 준비했던 것 중 훈련양이 가장 많았다. 무릎 부상이 걱정됐었지만 다행히 많이 호전된 상태다. 체격이 작은 만큼 많이 움직여야 하기에 체력 위주로 준비했다. 기술적으로는 레슬링과 케이지 컨트롤이 좋아진 것 같다. 내가 자신 있는 타격으로 끝까지 미친 듯이 싸우겠다"고 대답했다.
한 손에 꼽을 정도로 여성 선수층이 빈약한 국내에서 함서희라는 파이터가 탄생한 것은 기적에 가깝다. 많은 선수들이 출전 기회를 갖기 어려운 시절이 있었고 생계와 싸워야 할 정도로 힘든 길을 걸어왔다지만, 여성파이터인 함서희 만큼은 아니다. 심지어 함께 훈련할 여성 파트너조차 없는 환경에서 훈련해왔다. 그러나 그런 환경에서 함서희는 더 강해졌다. 남자 선수들과의 훈련에 적응하며 단단해질 수 있었던 것. 특히 이번 대회의 경우 동료인 김동현, 최두호와 함께 준비하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했다.
"국내에서의 첫 UFC 대회에 최초로 출전하는 여성 파이터가 됐다. 국내 선수들과 함께 출전해 더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하며 꼭 이기고 싶다. 데뷔전을 패한 만큼 더 간절하다"는 함서희는 "이전보다 많은 것을 보여드리고 싶다. 멋진 경기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