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MMA에서 경쟁하는 선수들을 보면 화려한 백그라운드를 가진 선수들이 적지 않다. 한 종목에서 세계를 제패한 선수들을 쉽게 볼 수 있으며, 간혹 올림픽 메달리스트들도 MMA에 뛰어들곤 한다.
한국인 페더급 파이터 최승우도 이들만큼은 아니지만 나름대로의 커리어를 가지고 있다. MMA 데뷔 전 무에타이를 수련한 그는 국가대표에 선발돼 세계 대회에 참가한 경험이 있으며, 38승 11패 1무의 입식타격 전적을 남겼다.
하지만 입문 전에는 격투기와 거리가 멀었다. 성격도 활발하지 않았고, 무엇보다 몸이 빼빼 말랐을 정도로 왜소했다. 그런 그가 격투기와 인연을 맺은 것도 자의가 아니었다. 그의 부친이 자신의 대리만족을 위해 아들을 체육관에 보냈다고 한다.
하지만 운동을 하면서 성취감을 느끼는 동시에 욕심이 생겼다. 그 욕심이 지금의 위치까지 오게 만들었다. 이번 주말 UFC 4연승에 도전하는 최승우가 경기를 앞두고 국내 기자들의 다양한 질문에 답했다.
이하 최승우 인터뷰 전문.

- 현지에 도착한 기분이 어떤가?
올해 세 번째 경기다. 느낌이 좋다. 컨디션과 감량에 집중하고 있다.
- 메인카드 축하한다. 출국 시점을 늦게 잡은 이유가 있나?
올해 세 경기를 뛰었는데, 항상 화요일에 현지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게 편하다. 미리 가서 하는 것보다 짧게 적응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물론 더 일찍 가면 좋긴 하다. 그런데 코너맨들도 시간을 많이 빼야하고 이전에는 격리기간도 있다 보니 너무 많은 시간을 빼야만 했다. 두 번 정도 그렇게 해보니 괜찮았다. 잠은 많이 못 잤지만 컨디션 자체는 좋았다.
- 알렉스 카세레스를 어떻게 파악했는가?
우선 부지런하게 움직이며 발이 빠르다. 아웃파이팅을 하지만 그렇다고 많이 빼지도 않는다.
- 경기에서 이기기 위해 공격과 방어의 측면에서 중요한 것을 하나씩 꼽는다면?
카세레스의 단점은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단순해서 패턴을 읽히기 쉽다. 상대의 스텝에 말리지 않고 냉정하게 내가 할 것을 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다 보면 빈틈이 생기고 상대가 먼저 들어오는 상황도 생길 것 같다. 그래서 기본기가 단단한 선수와 싸울 때 무너지는 경향이 있다. 그럴 때 KO를 노릴 생각이다. 방어적인 부분으로는 레슬링은 항상 생각하고 있고, 상대가 즐겨 사용하는 공격만 잘 방어하고 들어가면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 같다.
- 카세레스는 과거 강경호와 맞붙은 적이 있다. 강경호나 다른 국내 선수들에게 조언을 받은 게 있나?
강경호 선수와의 경기를 봤는데, 그래플링 공방이 많았다. 그라운드에서 유연하고 잘하더라. 난 타격전으로 갈 것이기에 그가 나를 넘기지 않는 이상 그런 양상으로는 흘러가지 않을 것 같다.
- 매우 성실한 선수로 알려져 있고, 차분한 느낌도 든다. 본인이 타고난 선수라고 생각하나, 아니면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나?
타고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성격 자체도 MMA에 어울리지 않고 싸움을 잘했던 것도 아니다. 몸이 왜소해서 아버지가 대리만족을 시키려고 시작한 건데, 하다 보니 운동에 대한 욕심이 생겨 여기까지 왔다. 신체조건은 좋지만 다른 부분에서 타고난 것은 없다. 파워나 탄력, 격투IQ에서 부족한 것을 알기에 노력으로 채워가려 하고 있다.
- 케이지 문이 닫히면 야수처럼 돌변한다. 원래 내면에 있던 본성인가?
케이지에 올라가면 그런 것도 싸움의 연장선이다. 마음을 강하게 가져야만 살아남을 수 있기에 조금씩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 같다. 또 그런 모습이 있어야만 강자들과 싸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기세싸움에서 앞설지 생각하다 보니 점점 싸움꾼으로 만들어지는 것 같다.
- 킥복서라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지난 경기에선 레슬링도 선보였다. 성장하는 본인을 보면서 어떤 기분이 드는가?
에로사와의 경기에서 KO로 이기긴 했지만 부족한 면도 많이 느꼈다. 그 경기에 만족을 했다면 내리막길을 걷는 것이라 생각한다. 지든 이기든 부족한 점을 느껴야 계속 발전할 수 있다. 주짓수나 레슬링은 기본적으로 항상 보완해야 하고, 주특기인 타격에서도 부족한 게 많다. 그래서 항상 연구하며 수준을 높이려 노력한다.
- 카세레스는 쇼맨십도 많고 도발도 잘 한다. 어떻게 이기는 게 가장 기분이 좋을까?
KO로 이기면 당연히 좋다. 상대가 쇼맨십이 있고 활발하며 변칙적인데, 난 기본기나 흔들리지 않는 강한 마음가짐 같은 건 자신이 있다. 카세레스는 그런 선수에게 약한 모습을 보였다. 라운드가 뒤로 갈수록 카세레스의 흐름이 끊기고 서서히 무너지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난 계속 끌어들이려 할 것이고, 그러다 보면 치고받는 장면이 몇 번은 나올 것 같다. 그 과정에서 KO를 기대한다.
- 상대를 끌어낸다고 했는데, 방법적인 게 있나?
압박은 하지만, 그냥 무작정 하는 게 아니고 상대의 거리 밖에서 긴 리치를 활용해 계속 인-아웃으로 잽과 킥을 날리다 보면 상대가 초조해질 것이다. 그럴 때를 노리려 한다.
- 도발도 준비했다고 들었다.
카세레스가 계속 안 들어온다면, 케이지에 기댄다던지 뒷짐을 짚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 손으로 들어오라는 제스처도 그 중 하나다.
- 공간이 작은 UFC APEX라는 게 어떻게 작용하는가?
내겐 좋다. 스텝이 많고 도는 선수에겐 제약이 따르기에 나에겐 유리해진다. 이번엔 마음의 부담도 덜해서 여유가 생긴다. 좀 내려놓고 후회 없이 싸워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 전에는 무조건지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면, 이번엔 이기든 지든 시원하게 치고받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
- 이번 경기가 본인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관문인 것 같다. 카세레스는 얼마 전까지 15위에 있었고 인지도도 있는 선수다. 이기면 다음 경기에서 랭커와 붙을 수 있고, 랭킹에 더 가까워진다. 진다는 생각은 안 한다. 이번 경기가 나의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 같다.
- 3연승도 했고 처음으로 피니시도 했다. 한국이나 현지에서 본인을 보는 분위기가 다르게 느껴지거나 하진 않나.
가족이나 주변 분들이 너무 좋아하셨고, 또 이번에 메인카드에 들어간 것을 보면서 UFC에서도 나를 지켜보고 기대를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여기에서 무너지면 다시 돌아가야 하니 이 기세를 살려 더 좋은 기회가 오도록 만들고 싶다.
- UFC에서 활동하는 국내 선수 중 대표적으로 김동현, 정찬성, 최두호가 많이 알려졌다. 그리고 지금 정다운 선수와 함께 최승우 선수가 관심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인 UFC 선수의 스타 계보를 이어야겠다는 욕심이 있는가?
프로 선수라고 하면 스타가 되어야 한다. 그게 선수의 가치다. 그래야 많은 사람들이 돈을 지불하고 내 경기를 본다. 머리 염색이나 영어 인터뷰도 그런 욕심의 한 부분이다. 물론 첫째는 경기력이고 그 외적으로 노력할 건 다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최고가 되고 싶고, 남들이 이루지 못한 5연승을 달성하고자 한다. 너무 영광스러운 일이다.
- 지난 경기에서 받은 보너스 상금을 어떻게 사용했나?
일단 어머님 자동차 값으로 좀 드렸고, 부모님 회갑 때 선물을 사드렸다. 그리고 도와준 주변 분들에게 감사함을 표했다. 나머지는 이번 경기 후 전지훈련을 가려고 아껴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