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좀비' 정찬성의 복귀전이 19일 앞으로 다가왔다. 정찬성은 현재 미국 애리조나 피닉스에 위치한 파이트 레디에서 댄 이게와의 대결을 위한 훈련에 한창이다. 그가 지난 31일(한국시간) 국내 언론들과 비대면 기자회견에 임했다.
기자회견에서 정찬성은 경기 준비와 마음가짐, 페더급 상위권의 경쟁자들, 한국인 파이터 등 다양한 질문에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이하 일문일답)
- 패배 이후 복귀전을 어떤 각오로 준비하고 있는가?
한국에서 경기를 준비했을 때 부족한 점이 있었기 때문에 일부러 미국으로 왔다. 그만큼 중요한 경기라고 생각하고 있다. 타이틀전으로 가기 위해 아직은 좋은 기회가 남아있다는 생각에 중요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 이번 경기를 위한 훈련과 전략을 알려 달라.
애리조나 파이트레디에서 시키는 대로 하고 있다. 저번에는 한국에서 훈련하고 싶어 파이트레디에 지원을 부탁해서 준비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고 코치들에게 혼났다. 이번에는 코치들이 시키는 대로 하고 있다.
- 댄 이게와의 경기를 수락한 이유가 뭔가?
이제는 그냥 싸우고 싶다. 댄 이게가 이전 경기에서 멋지게 이겼기 때문에 피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지금 페더급이 톱5까지는 거의 다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다. 야이르 로드리게스는 맥스 할로웨이와 싸우고. 싸우지 않고 더 높이 올라가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로드리게스와 가장 싸우고 싶었고 할로웨이도 원했지만, 그 둘 입장에선 나와 싸울 필요가 없었던 것 같다. 이번에 댄 이게를 이기고 그들에게 대결을 요청하는 게 훨씬 명분이 있을 것 같다.
- 여전히 케이지에 올라가는 게 즐겁다고 했는데, 어떤 점이 즐거운가.
사람이 살면서 국민들에게 응원을 받을 기회가 몇 번이나 있을까, 항상 올라갈 때마다 느끼는 게 많은 한국 분들과 세계의 팬들에게 응원을 받는다. 이번에 이곳을 와서 또 느낀다. 내 인지도가 크게 높아졌다는 것을. UFC 팬들 뿐 아니라 길거리에서도 많이 알아보신다. 한 사람으로 태어나 어떻게 이런 기회를 누릴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 그 시간이 이제 많이 남지 않았고, 그것을 즐기고 싶다.
- 최근에 후배 선수들이 연승을 거두고 있다. 그들의 활약을 보는 기분이 어떤가.
다들 잘 해주고 있어서 너무 좋다. 다들 좋은 얘기만 하기에 굳이 조금 안 좋은 얘기를 하자면, 난 승리보단 퍼포먼스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물론 지는 것보단 이기는 게 낫긴 하지만 퍼포먼스를 위한 경기를 하면 사람들 뇌리에 빨리 각인시킬 수 있다. 물론 랭커간의 경기라면 신중해야 하는 게 맞지만, 그게 아니라면 조금 과감할 필요가 있고 강한 인상을 심어주는 게 중요할 것 같다. 물론 잘하고 있지만 그런 얘기를 하고 싶다.
- 공식랭킹 말고 본인이 생각하는 페더급 톱5를 말해줄 수 있나?
개인적으로는 할로웨이가 1위이고 볼카노프스키, 오르테가, 그리고 그 다음이 내가 아닐까 생각한다(웃음). 그 밑에도 쟁쟁한 선수들이 많다. 할로웨이는 경기로 모든 걸 보여주는 선수다. 개인적으로는 볼카노프스키와의 두 번의 대결에서 할로웨이가 다 이겼다고 생각한다. 캘빈 케이터, 기가 치카제, 아놀드 앨런 같은 선수들도 올라오고 있다.
- 파이팅 스타일이 예전보다 안정적인 운영 쪽으로 바뀐 것 같다. 그게 본인에게 잘 맞는가?
예전에 저돌적일 땐 뭣도 모르고 운동할 때였다. 이제는 좀 더 전술적으로, 멘탈적으로, 컨디션적으로 여러 가지를 준비한다. 좀 더 완성이 된 파이터가 되려면 전략이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최근 경기에서 졌을 뿐이지 이전에 두 번의 경기는 생각했던 대로 잘 나왔다. 최근 경기가 그랬다고 그렇게까지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잘 하고 있다는 것을 계속 증명해야 할 것 같다.
- 팬들이 미리 알고 보면 재미있을 것 같은 포인트가 있다면 알려 달라.
좀 더 완성된 모습을 기대해 달라. 난 계속 발전하며 시대에 맞는 MMA 선수가 되어가고 있고, 한 순간도 발전하지 않은 적이 없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다.
- 훈련에 꽤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 지난 패배 이후 생각이 바뀐 것은 없나?
한국에서 준비한 것은 판단 착오였던 것 같다. 미국으로 왔어야 했다. 한국에서 가능할 줄 알았는데, 충분하지 않았다. 여기에서 내가 왜 이렇게 하는지는 옆에 있는 사람들만 알 것 같다. 하나하나 다 설명을 해야 하는데 음식이나 코치, 컨디션 조절 등 모든 게 한국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18년을 운동했는데 한국에선 누구도 이렇게 해줄 수 없다. 내가 바보가 아닌 이상 이 돈을 쓰고 여기까지 와서 훈련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여기까지 와서 훈련하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주면 좋겠다.
- 국내에서 당신을 롤모델로 삼고 닮고 싶어 하는 선수들이 많다. 그 선수들에게 희망적인 말을 부탁한다.
앞에서 얘기한 부분이다. 동현이 형도 그런 얘기를 했는데, 재밌는 경기를 하고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선수가 많이 나와야 격투기 인기가 올라간다고 생각한다. 승패도 중요하지만, 그것만큼 중요한 게 퍼포먼스고 선수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을 생각했으면 좋겠다. 미국에 와서 생각이 드는 게, 미국과 한국의 격투기 인프라 차이는 너무 크다. 부럽다. 미국과 브라질을 따라가려면 매력적인 선수가 많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 댄 이게가 자칭 하와이안 좀비라고 했다. 듣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일단 이 경기를 재밌게 만들려고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좀비도 쓰러지고 기절도 하더라(웃음). 그런 자신감 좋다. 나와 맞불을 놓을 생각이라면 언제든 환영한다.
- 즐길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했다. 매 경기마다 마음가짐이 남다를 것 같다.
선수가 명예롭게 은퇴하는 게 정말 힘든 것 같다. 은퇴식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지면 욕먹고 이겨도 욕먹을 수 있다. 매 경기 최선을 다하고 있고, 이겨나가다 보면 언젠가 명예롭게 은퇴할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 5라운드 수락 배경을 하는 데에 있어 새로운 훈련방식이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그걸 설명해줄 수 있나?
헨리 세후도가 했던 방법이다. 이 친구는 시뮬레이션을 많이 한다. 실제로 때리지 않고 상당히 많은 상황을 만들어놓고 연습을 한다. 그걸 오자마자 해봤는데, 세후도는 레슬링 베이스라서 그게 가능한데 난 되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은 코치들과 상의해서 원래 하던 대로 하기로 했고, 스파링 파트너들을 불러서 피터지게 싸우고 있다. 모이카노, 오르테가와의 경기를 준비할 땐 파트너들이 커서 머리가 어지럽기도 했는데, 이번엔 작은 상대와의 경기를 준비하다보니 그때만큼 머리에 데미지를 크게 입지 않는다. 이렇게 훈련만 잘 되면 5라운드도 상관없다. 경기는 10라운드도 가능하다. 3라운드를 언급한건 한 두번 한 뒤에 5라운드를 하려는 의도였지, 계속 3라운드를 하려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 마음이라면 이미 은퇴를 했을 것이다.
- 상대가 하위랭커라 부담이 좀 더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불안감은 훈련을 하면서 점점 없어진다. 실전과 같은 훈련을 하고 있고 코치들, 파트너들을 믿을수록 부담감이 적어진다. 지금은 괜찮은 정도까지 왔다. 실력대로 결과가 나올 것 같다.
- 책임감을 많이 느끼고, 고독하고 외롭기도 할 것 같다.
책임감은 가져봐야 부담만 된다. 고독하고 외로운 것은 있는 것 같다. 그래도 우리 팀 선수들이 날 믿어주고 있고, 나도 그만큼 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만 잘 살면 된다, 우리만 잘 살면 된다고 생각해야할 것 같다.
- 최근 경기에 비해 동기부여가 덜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어떤 부분에서 동기부여가 되는가?
랭킹이 높다고 해서 위에 있는 선수들만 원하면 체급이 정체가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만약 오르테가를 이겼다면 당연히 상위 랭커와 맞붙겠지만 그게 아니기 때문에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또 내가 경기를 계속 뛸 거라면, 챔피언이 되고 싶다는 꿈을 이루려면 이겨야 되는 상황인 것 같다. 그것만으로 충분한 동기부여가 된다.
- 건강관리 비법이 있는가?
글쎄. 스무 살 때와 비교하면 좀 더 빨리 피곤해지긴 하는데 큰 차이는 아니다. 보충제나 몸에 좋다고 하는 것은 잘 먹는 편이다. 특히 미국에 와서는 컨디션 유지에 대한 코칭을 받는데, 그런 부분 때문인지 미국에 오면 몸 상태가 좋다.
- UFC 내에서 한국 선수들의 경쟁력이 어느 정도일 것이라 생각하나?
칭찬만 하긴 그렇고, 사실 아직은 잘 알 수 없다. 두호와 경호는 경기를 안 한지 오래됐고 다른 한국인 선수들이 이기고 있지만 대단하다고 판단할 정도의 선수를 이긴 적은 없는 것 같다. 이렇게 하다 보면 좋은 기회가 올 것이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준비해야 한다.
- 댄 이게가 약 2년 동안 당신과의 대결을 요청했다. 뭔가 약점을 파악하고 자신이 있어서 그랬을 텐데 그게 뭐라고 생각하는가?
사람들이 많이 얘기하는 건 스텝이 없고 킥이 약하다는 것. 주짓수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고, KO도 됐으니 맷집으로 볼 여지도 있을 것 같다.
- 그렇다면 훈련 캠프를 통해 그런 부분에 대한 변화가 있는가?
자세하게 말할 순 없지만 당연히 댄 이게에 맞춰서 훈련하고 있다. 그런 약점은 나도 충분히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
- 팔꿈치 공격에 많이 노출이 된다며 걱정하는 팬들이 있다. 보완하고 있는가?
그것조차도 알고 있다. 4라운드 스파링을 하면 4명의 파트너가 한 라운드씩 돌아가면서 한다. 한 라운드에 팔꿈치 공격을 세 번씩은 시도한다. 이렇게까지 준비했는데 스피닝 엘보나 스피닝 백스핀블로를 맞는다면 난 그 공격을 극복할 수 없다고 봐야할 것 같다. 이런 얘기 하면 그렇지만, 그 공격에 의해 KO된다면 진지하게 은퇴를 고려할 것 같다.
- 마크 마드센이라는 레슬러가 있다. 미국에서 마주했는데 어땠나?
스파링은 하지 않았다. 그 친구는 훈련할 팀을 찾아보고 있는 것 같다. 필요한 레슬링 기술을 좀 물어봤다. 어제 그 친구가 내 스파링을 계속 지켜봤다. 거기에서 내가 필요한 레슬링을 알려졌다. 이게 세계적인 수준이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그냥 훌륭한 레슬러들은 많다. 그러나 그 레슬러가 MMA를 하느냐 안 하느냐가 중요하다. 10승 무패의 레슬러가 알려주는 디테일은 어마어마했다. 연습이지만 살짝 힘을 줘봤는데 꿈쩍도 안 하더라. 라이트급에서 그런 상대와 붙는 것은 힘들 것 같다.
- 백신 맞았나?
의사와 상의 후 권고대로 아직은 맞지 않았다. 같이 있는 세 명은 맞았다.
- 로드리게스와 할로웨이가 붙는다. 로드리게스 얄밉지 않나?
정말 대단한 녀석이다. 그런데 이제 나도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션 셜비와 얘기했을 때도 비즈니스를 안 했다. 내가 싸우고 싶으면 싸운다. 그가 비즈니스를 보고 그렇게 했다면 정말 똑똑한 선수다.
- 할로웨이-로드리게스, 볼카노프스키-오르테가의 경기가 펼쳐진다. 이 상황에서 당신이 타이틀 도전권을 받을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뭔가.
그런 것까지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다. 사실 이번에 이기면 할로웨이와 싸우고 싶다고 말하려 했는데, 로드리게스가 들어오는 바람에 조금 힘들게 됐다. 일단 이기고 나서 흘러가는 상황을 봐야할 것 같다. 여러 가지 변수가 많다.
- 대결 요청도 받고, 레전드라고 칭하는 경우도 있다. 기분이 어떤가.
많은 선수들이 나를 콜하는 것은 내가 만만해 보여서 그런 것 같다. 좋아할 만한 일은 아닌 것 같다. 레전드라. 미국에 와서 알게 된 것은 많은 분들이 나를 알아봐주고 좋아하고 존경해 하며, 거기에 만족을 느낀다.
- 할로웨이-로드리게스, 볼카노프스키-오르테가의 예상을 부탁한다.
할로웨이가 무난하게 이길 것 같다. 로드리게스가 넘기는 선수가 아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건 킥인데, 사이즈 이점이 없는 상대에게 가능할까 생각한다. 더군다나 할로웨이 스텝이 굉장히 좋기 때문에 킥으로 잡기는 힘들 것 같다. 체력에서도 차이가 난다. 다른 경기는 얼마 전까지 볼카노프스키가 이길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오르테가가 이기는 그림이 그려지기도 한다. 오르테가가 양쪽 스탠스가 가능하기에 볼카노프스키의 로킥 등을 무시하고 들어갈 스텝이 있을 것 같다. 볼카노프스키가 함부로 태클을 하기 어려울 것 같다.
- 코너 맥그리거 대 더스틴 포이리에의 3차전은 어떻게 전망하는가?
포이리에의 왕팬이지만 이번엔 맥그리거가 이길 것 같다. 참고로 2차전도 맥그리거가 이길 것으로 봤었다. 이번엔 로킥에 대한 방어만 잘 하면 이길 것 같다. 2차전에서는 맥그리거의 상체가 앞으로 많이 나와서 다리를 빼기가 어려웠다. 중심을 좀 더 뒤로 주고 앞손 활용하면서 레그킥 대비를 하면, 점점 잠식해나갈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