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이전만 해도 3개월에 한 번씩 출전, 그러니까 1년에 4경기를 뛰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템포라고 말하는 선수들이 많았다.
그러나 요즘은 분위기가 달라졌다. 경기를 위한 트레이닝 캠프를 소화하는 데에만 3개월이 필요하다. 경기 후 휴식을 취하고 치료를 하다 보면 옥타곤에 들어서는 횟수는 1년에 많아야 세 번이다. 연간 3경기를 채우지 못하는 선수들이 더 많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세로니의 행보는 유독 눈에 띈다. 라이트급에서 활동하다가 최근 웰터급을 병행하고 있는 세로니는 유독 많은 경기를 뛰고 있다. 누구보다 정기적으로 꾸준히 경기를 갖는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세로니는 2013년부터 3년 연속 연간 4경기를 치렀다. 부상을 입지 않는다고 해도 소화하기 매우 어려운 경기 횟수다. 올해의 경우 현재 2경기를 뛰었고 1개월 뒤 출전이 확정된 상태다. 현재 페이스라면, 4년 연속 4경기를 치르는 것에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신인이 아닌 정상급 파이터가 이런 행보를 걷는다는 게 놀랍다.
UFC 역사에서 이런 행보를 걸었던 선수는 지금껏 없었다. 이미 세로니는 지난 2월 알렉스 올리베이라를 꺾으며, 5년 16일 만에 20경기를 소화한 파이터로 기록됐다. 이후 한 경기를 더 뛰어 현재는 옥타곤에서 21전의 전적을 쌓았다. WEC에서 활동하던 세로니는 2011년 2월 6일 UFC 126에서 데뷔전을 치른 바 있다.
세로니보다 약 3년 앞선 2008년 3월 옥타곤에 데뷔한 김동현이 현재까지 16경기를 소화한 것을 고려하면, 세로니가 얼마나 자주 옥타곤에 들어섰는지 잘 느껴진다.
세로니가 이렇게 많은 경기를 가지는 이유는 그가 생계형 파이터라는 점에 있다. 개인 부채가 많은 것으로 알려진 세로니는 돈이 생기면 아낌없이 시원하게 써버린다. 그리고 빨리 돈을 벌기 위해 경기를 갖는다. 항상 화끈한 경기를 펼쳐 보너스도 잘 타낸다.
여러 선수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경기를 거부하고 출전을 늦추지만 세로니는 오히려 빨리 싸우게 해달라고 안달이다. 한 선수가 부상 등의 이유로 대진에서 제외될 때면, 세로니는 어김없이 나타나 자신이 싸우겠노라고 손을 든다.
준비기간도, 체급도 크게 고려하지 않는다. 지난해 1월에만 두 경기를 소화한 것을 비롯해 터울이 2개월이 채 되지 않은 적이 적지 않다. UFC 200에선 존 존스 대신 뛰게 해달라며 시선을 집중시킨 바 있다. 세 체급이 높은 다니엘 코미어와 싸우겠다는 것인데, 그가 그런 무모한 도전을 한 이유는 간단하다. 평소보다 많은 돈을 벌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경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승부에도 너무 크게 집착하지 않는다. 생각이 단순한 편이다. 그러다 보니 가벼운 마음으로 경기에 임할 수 있고 성적도 좋다. 경기를 적게 갖는 선수에 비해 부상도 잘 입지 않는다. 물론 그만큼 자기관리가 뛰어나기에 이런 활동이 가능했을 것이다.
한편 세로니는 오는 8월 21일(한국시간) UFC 202에서 릭 스토리를 상대로 2016년 세 번째 경기를 갖는다. UFC 202의 메인이벤트는 네이트 디아즈 대 코너 맥그리거의 2차전, 코메인이벤트는 앤서니 존슨 대 글로버 테세이라의 라이트헤비급매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