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부 플라이급 파이터 제시카 로즈-클락의 UFC 데뷔는 예정에 없었다. 2주 전까지만 해도 로즈-클락은 UFC FIGHT NIGHT 121의 출전명단에 없었던 것은 물론 심지어 UFC에 소속된 파이터도 아니었다.
그녀는 벡 롤링스와 대결할 예정이었던 조앤 칼더우드가 부상으로 빠진 자리에 대체 투입됐다. 경기를 열흘을 남겨둔 시점이었다.
로즈-클락처럼 갑작스럽게 UFC에 데뷔하거나 복귀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데, 대체적으로 승률은 낮은 편이다. 준비할 기간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인데, 강호와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UFC와 계약한 기쁨도 잠시, 치러야 할 대가도 분명했다.
그러나 그녀는 롤링스를 꺾으며 사람들을 시선을 집중시켰다. 롤링스 역시 상대가 바뀐 것은 마찬가지지만 출전을 바라보고 충분히 준비해왔다는 점에서 유리한 입장이었다. 로즈-클락이 어려운 여건을 이겨내고 얻어낸 승리인 만큼 가치가 높다.
모든 게 순탄하진 않았다. 플라이급으로 MMA를 시작한 로즈-클락은 2016년 밴텀급으로 전향했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UFC의 부름을 받고 플라이급 경기를 준비했다. 밴텀급 파이터가 열흘 만에 플라이급 경기를 치른 셈이다.
결국 그녀는 계체에 실패했다. 사력을 다했지만 끝내 2파운드를 초과했다. 대전료의 20%를 상대롤링스에게 지급하는 것에 동의하고 옥타곤에 들어섰다.
운동을 충분히 하지 못했고, 급격하게 감량한 터라 체력적인 부분에서 어려움을 보이기도 했지만 근성은 대단했다. 끈질기게 롤링스를 압박하며 판정승을 이끌어냈다.
경기 후 로즈-클락은 "경기에서 이길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여전히 UFC 첫 승을 거뒀다는 사실은 놀랍기만 하다. 어서 체육관으로 돌아가 다음에 무슨 일이 있어날지 보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로즈-클락은 오래 쉬지 않았다. 약 2개월 뒤인 지난 1월 다시 옥타곤에 들어섰다. 경기간 터울은 짧았지만 데뷔전에 비하면 흡족할 만한 여건이었다. 그 경기에서 로즈-클락은 페이지 밴잰트를 꺾었다. UFC에서 2승을 거두는 순간이었다. 플라이급 랭킹은 9위로 올랐다.
곧 3승 사냥에 나선다. 로즈-클락은 23일(한국시간) 열리는 UFC FIGHT NIGHT 123에 출전해 제시카 아이와 대결한다. 10위인 아이는 밴텀급에서 4연패의 늪에 빠졌다가 플라이급으로 내려 부진에서 벗어난 상태다.
로즈-클락은 어려운 여건에서 운동을 만났다. 고등학교를 중퇴하면서 일을 시작했고, 16세 때부터 정규직으로 근무를 했다. 그리고 2011년 다이어트를 위해 남자친구를 따라 킥복싱을 하다가 이 스포츠와 인연을 맺었다. 그녀가 전업 파이터로 전향하기 전 직업은 나이트클럽 직원이었다.
지난 6여년간 로즈-클락은 9승 4패 1무효를 기록했다. 결코 좋은 전적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현재다. 그녀는 자신의 1차 목표인 UFC 진출을 이뤄냈고, 현재 3연승 도전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