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C가 채택하는 12개 체급 중 밴텀급 상위권은 분명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최상위 세 명의 선수가 물고 물리는 관계를 형성하고, 그들이 우월한 실력으로 다른 컨텐더들의 도전을 막아내면서 굳건한 1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세 명의 선수는 바로 현 챔피언 TJ 딜라쇼, 1위 코디 가브란트, 2위 도미닉 크루즈다. 이들의 기세가 워낙 대단해 3위인 하파엘 아순사오와의 거리가 결코 가깝지 않게 느껴진다. 현재 세 명의 선수는 삼각관계를 형성하며 시선을 끌고 있다.
삼각관계의 본격적인 시작은 2016텨 초부터 시작됐다. 밴텀급 초대 챔피언 도미닉 크루즈가 부상으로 자리를 비운 사이 TJ 딜라쇼라는 신성이 새 챔피언에 등극한 가운데, 2016년 1월 크루즈는 복귀전에서 박빙의 승부 끝에 딜라쇼를 이기고 챔피언에 등극했다.
왕의 귀환이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크루즈의 집권은 오래가지 못했다. 딜라쇼와 한솥밥을 먹던 또 다른 신예 코디 가브란트에게 덜미를 잡히며 타이틀을 내줬다. 당시 가브란트는 무패 전적으로 챔피언까지 오르며 절정의 위용을 과시했다.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됐다.
그런 가브란트도 첫 방어전의 고비를 넘지 못했다. 저지한 선수는 바로 딜라쇼였다. 딜라쇼는 지난해 11월 UFC 217에서 가브란트에게 KO승을 거두며 타이틀 탈환에 성공했다. 초반 밀리는 듯 했지만 경기를 완벽히 뒤집었다.
그리고 그는 지난주 다시 한 번 가브란트를 무너트리며 천적으로 입지를 굳혔다. 이번에는 1라운드에 경기를 끝냈다. 경기 전, 1차전보다 압도적으로 이기겠다고 내뱉은 말을 제대로 지켰다.
딜라쇼가 가브란트를 꺾자 조용하던 크루즈가 갑자기 등장했다. 딜라쇼가 가브란트를 이긴 직후 밴텀급 역사상 최고의 파이터라고 말한 것에 트집을 잡으면서 자신이 다음 도전자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크루즈는 ESPN과의 인터뷰에서 “난 이미 딜라쇼를 이겼다. 자신을 이겼던 선수를 넘어서지 못하고선 최고가 될 수 없다. 이건 상식적인 것으로,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며 “난 타이틀을 받을 자격이 있다. 난 이 체급에서 누구보다 많이 타이틀을 방어했다”고 큰소리쳤다.
크루즈는 2016년 12월 가브란트에게 패한 뒤 아직 경기를 가지지 않고 있다. 1년 8개월째 옥타곤에 들어서지 않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그는 복귀 준비가 끝났고,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을 증명한다는 각오다.
“몇 차례 부상을 당했지만 내 몸은 건강하고 나는 여전히 강하다. 딜라쇼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선수가 나라는 것을 사람들은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직 확정된 것은 없지만, 딜라쇼의 방어전 상대로 크루즈가 유력한 후보인 것은 맞다. 위치만 고려해도 가장 유리하다. 이번에 패한 가브란트 외에 가장 높은 곳에 포진하고 있다. 또 크루즈가 딜라쇼를 이겼던 사실 역시 2차전의 가능성을 높인다. 가브란트도 크루즈의 타이틀 도전을 바라고 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