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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 엄마 혹은 괴짜 파이터, 벡 롤링스의 이중 생활

 


온몸을 뒤덮을 것만 같은 화려한 타투, 입술엔 두 개의 피어싱, 반 삭발에 탈색까지 한 헤어스타일, 티팬티 패션까지. 호주의 벡 롤링스는 UFC에서 가장 파격적인 비주얼의 여성 파이터다. 어쩌면 UFC와 종합격투기를 넘어 세계의 모든 여성 운동선수로 범위를 넓혀도 결과가 같을지 모른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큼이나 행동이나 경기도 단연 눈에 띈다. 평범함을 거부하는 수준을 넘어선다. 상대와 맞섰을 땐 가운데 손가락을 서슴없이 올리고, 경기는 저돌적이다 못해 과격하다. 경기가 맘처럼 풀리지 않으면, 라운드 종료 공이 울린 뒤 상대를 걷어차는 등 신경질적인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의 개인사는 겉으로 비춰지는 모습과 전혀 다르다. 물론 평범하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긴 하지만 말이다.

격투기에 뛰어든 두 아이의 엄마

롤링스는 2011년 10월 종합격투기 데뷔전을 치렀다. 당시 그녀의 나이 22세. 크게 이상하지 않은 것 같지만, 알고 보면 그렇지 않다. 시작부터가 남들과 달랐다. 첫째 아들을 낳은 뒤 종합격투기를 시작했고, 둘째 아들을 출산한 직후 종합격투기 선수로 데뷔한 것이다. 결혼 후 선수생활을 하는 여성 파이터는 흔히 볼 수 있으나 두 아이를 출산한 뒤 프로에 뛰어든 선수는 전례에 찾아보기 어렵다.

"처음에는 첫째를 낳은 뒤 불은 살을 빼려고 체육관을 찾았다. 그런데 운동을 하다 보니 소질이 있다는 걸 알게 됐고, 체육관 코치들이 본격적으로 운동을 해 볼 것을 권유했다. 당연히 좋다고 했다. 그렇게 시작해서 지금까지 왔다."

다이어트를 위해 시작한 격투기는 결국 그녀의 직업을 넘어 삶이 됐다. 전 남편은 호주의 종합격투기 선수 댄 하얏트였고, 일본인 파이터 엔센 이노우에(Enson Inoue)의 이름을 따서 둘째 아들의 이름을 엔센(Ensen)으로 지었다.

"종합격투기는 내가 열정을 가지고 있는 분야고 난 이 스포츠를 사랑한다. 내 삶 자체가 싸움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래서 내 아들의 이름도 파이터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아들이 자라서 파이터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게 내 열정이고 사랑하는 것이니 만큼 그렇게 했다."

겉으론 강하고 특이한 여자의 압도적인 포스를 내뿜는 그녀지만 많은 고충을 안고 선수생활을 하고 있다. 프로 파이터로서 두 아이를 둔 엄마로 살아간다는 것.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힘들 것이다. 엄격한 스케줄에 맞춰 일상을 살아가고 자신을 관리하는 것은 모든 프로 파이터들의 몫, 경기를 치를 때면 몇 개월은 다른 신경을 쓸 여력이 없다. 남편과는 결별한 상태다.

"아이들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체육관에서 살았다. 또 매우 활발하고 어떤 환경에도 잘 적응하는 타입이라 다행이다. 힘든 건 사실이지만 분명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본다. 가장 힘든 점은 경기를 준비할 때 아이들과 장기간 떨어져야 한다는 것인데, 이번의 경우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훈련을 하면서 7주 동안이나 아이들 없이 지냈다. 아이들을 뒤로하고 떠나있어야 한다는 점이 유일한 고충이다. 하지만 싸우고 돈을 벌어 아이들을 지원해줄 수 있다면 내가 해야 할 희생이라고 생각한다."

평범함을 거부하는 괴짜 파이터

이런 사생활이 있다 한들 한 명의 선수로서, 한 명의 인간으로서 가진 색깔은 너무나 분명하고 그것을 표출하는 것을 좋아하는 롤링스다. 그녀의 파격적인 행동은 오히려 경기보다 더 기대가 될 정도다. 이미 다가오는 경기를 위해 금발을 없애고 진한 보라색으로 염색을 했으며, 지난 경기 이후 세 개의 타투를 추가했다고 했다.

"그냥 이게 나인 것 같다. 이게 내 스타일이다. 자라오면서 나는 항상 다른 사람들과 달랐는데, 이게 남들에게 보이고자 하는 내 모습이다. 나는 타투도 좋아하고 과한 헤어스타일도 선호한다. 매번 다른 헤어스타일을 시도한다. 굉장히 즉흥적이고 활발한 성격이기 때문에 보이는 모습 그대로가 나라고 할 수 있다."

롤링스는 호주의 중소단체와 여성 전용 단체인 인빅타FC를 거쳐 2014년 UFC에 입성했다. TUF 20에 도전했었던 롤링스는 1회전에서 테시아 토레스에게 패했으나 피날레 무대에서 정식으로 데뷔하는 행운을 잡았다. 그리고 지난해 5월 마침내 UFC 첫 승을 챙겼다.


커리어가 특별히 대단하지 않고 TUF 1회전에서 패했음에도 불구하고 UFC의 부름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화끈한 파이팅 성향과 강한 개성이 한몫 했을 것이다. 성적이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UFC에서 뛸 정도의 기량을 갖추고 있으며 무엇보다 경기의 재미가 보장된 선수가 롤링스다.

"나는 굉장히 과격한 파이터다. 지금까지 상대방을 잡을 수 있도록 먼저 공격하고 밀어내는 것을 중심으로 훈련했다. 보통 여성 파이터들은 내가 강하게 치면 무서워 도망가는 것 같다. 그래서 가능한 한 재빨리 펀치를 꽂아 넣고 경기를 내 쪽으로 가져올 수 있도록 한다."

"누구든 내 펀치를 맞으면 물러선다, 물론 함서희도"

현재 전적 1승 1패. 롤링스의 다음 상대는 한국의 함서희다. 둘은 오는 20일 열리는 'UFC FIGHT NIGHT 헌트 vs. 미어' 대회에서 격돌한다. 롤링스와 마찬가지로 함서희 역시 TUF 파이널에서 데뷔했다. 첫 경기에선 패했으나 자국에서 열린 대회에서 첫 승을 수확하는 등 둘은 같은 행보를 걷고 있는 중이다.

함서희와는 이미 인연이 있다. 지난해 5월 대결이 확정됐었다가 함서희의 건강상태 악화로 다른 상대와 싸운 바 있다. 당시 대타로 출전해 롤링스의 첫 승 희생양이 된 선수가 리사 엘리스였다. 롤링스는 함서희에 대해 충분히 파악하고 있으며, 함서희가 자신의 압박을 받아내기 어려울 것이라 자신하고 있다.

"처음 대진이 잡혔을 때, 함서희는 나와 상반된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고 느꼈다. 움직임이 빠르고 왼손잡이의 선수지만 체격이 매우 작다. 분명 신체적으로는 내가 이점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앞서 말한 것처럼, 여성 선수들은 대체적으로 나의 센 펀치를 맞으면 뒤로 물러서는 편인데, 함서희는 나처럼 강펀치를 가지고 죽을 각오로 달려드는 선수와 대결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분명 내가 얼굴에 정타를 가하면 큰 충격을 받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길 수 있는 근거가 뭐냐고 묻자 롤링스는 "나에게 이점이 더 많은 경기인 것 같다. 전반적으로 내가 더 뛰어난 선수고, 경기 당일 옥타곤에 올라 멋진 경기를 보여주고 피니시를 노릴 것"이라고 대답하며 인터뷰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