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시스 은가누는 2018년 스티페 미오치치를 만나 완패했다. 매 경기 압도적인 화력을 과시하던 그가 레슬링을 적절히 섞은 미오치치의 운영에 꽁꽁 묶였다. 그라운드로 한 두번 끌려가더니 체력까지 소진돼 속절없이 무너졌다. 그 패배로 생각이 많아졌는지, 다음 상대인 데릭 루이스와의 대결에서 특유의 야성마저 잃은 모습을 노출했다.
이대로 내리막길을 걸을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있었지만 그는 다시 살아났다. 커티스 블레이즈와의 2차전에서 승리하더니 4경기 연속 1라운드 KO승을 거뒀다. 그리고 그는 지난해 3월 UFC 260에서 미오치치를 다시 만나 완벽하게 설욕하며 꿈에 그리던 UFC 챔피언 벨트를 허리에 감았다.
미오치치에게 당한 패배가 좋은 약이 됐다. "미오치치와의 재대결은 정확히 내가 생각했던 대로 진행됐다"는 그는 "1차전을 통해 그가 어떤 파이터인지 정확히 알 수 있었다. 싸움에선 졌지만 퍼즐을 풀 수 있었다. 그는 터프하고 인내심이 있으며 아이큐가 좋은 선수다"라고 돌아봤다.
2차전 승리의 열쇠는 절제였다. 은가누는 흥분을 가라앉히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런 마음을 유지하기 위해 수천 번을 되뇌었다.
"만약 내가 침착하게 풀어가고 서두르지 않는다면 그 싸움에서 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의 유일한 문제는 마음을 어떻게 진정시키느냐였고, 그것을 내 자신에게 계속 상기시켜야 했다. 미오치치가 날 기다리는 것을 알았으며 난 들어가지 않았다. 당시 그의 코너에선 '지고 있으니까 압박해야해'라고 말했던 것 같다"는 게 은가누의 말이다.
그가 1차전에서 미오치치를 이기고 챔피언에 올랐다면, 이런 만족감은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패배를 안긴 상대에게 설욕하며 정상에 오르면 기쁨이 배가 된다.
그는 "기분이 좋았지만, 나를 정말 행복하게 한 것은 미오치치를 상대로 승리해 챔피언이 된 것이었다. 그와 다시 맞서지 않아도 챔피언이 될 것 같았지만, 그렇게 해선 진정한 챔피언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헤비급에 여러 경쟁자들이 있지만 그의 생각은 확고하다. 챔피언인 자신을 제외하고 미오치치가 가장 강하다고 생각한다.
은가누는 "만약 나를 제외한 최고의 헤비급 파이터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분명히 미오치치라고 대답하겠다. 내가 미오치치에게 설욕하지 못했다면 챔피언으로서 큰 만족감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나를 이긴 챔피언이 이겨서 진짜 챔피언이 된 기분이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