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밴텀급 파이터 강경호의 징크스는 가혹하다. "어딜 가든 일단 지고 시작한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처음이 늘 불안하다. 일본 데뷔전 무대였던 딥, 첫 메이저 대회였던 센고쿠는 물론 본격적으로 국내 무대에 다시 뛰어든 로드FC에서 그랬다.
UFC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2012년 처음으로 챔피언에 오르는 등 기량이 물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았던 그였지만, UFC 데뷔 초기 그는 살얼음판을 걸었다.
데뷔전은 패했다가 상대의 도핑 문제로 무효로 변경됐고, 두 번째 경기에선 치코 카무스와 맞붙어 고개를 숙였다. 만약 데뷔전이 무효로 바뀌지 않았다면 그는 지금 UFC에 없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강경호는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진면목을 드러냈다. 세 번째 경기에서 시미즈 슈니치에게 항복을 받아내며 고대하던 첫 승을 거뒀고, 기세를 이어가 네 번째 경기에서도 승리했다. 타나카 미치노리와의 당시 경기에서 강경호는 처음으로 보너스의 꿀맛도 봤다. 완전히 살아났다.
강경호의 상승세는 강제적으로 멈췄다. 군복무 연기가 더 이상 되지 않아 입대할 수밖에 없었던 것. 좋은 분위기를 타고 있던 중 긴 공백을 보내야 하는 만큼 우려의 시선이 많았다. 더군다나 현역 입대인 터라 격투 훈련은 불가능했다.
활동을 멈춰야 했던 점은 아쉽지만, 결과적으로 군복무는 선수로서 그의 경쟁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기량이 크게 줄지않았고 무엇보다 심적인 안정이 크다. 전역 후 강경호는 "부담을 덜은 만큼 여유가 생겼고 완전히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다"면서 기뻐했다. 아직 보여줄 기회가 없었을 뿐 본인은 전역 후 기량 상승이 있었음을 확신한다.
복귀전 결과가 좋다. 지난 1월 경기에서 그는 구이도 카네티에게 1라운드 서브미션승을 거뒀다. 감각이 조금 무뎌진 듯한 모습도 있었으나 한 번의 기회로 경기를 끝냈을 정도로 결정력이 좋았다. 김동현, 정찬성, 최두호, 김동현B에 이어 한국인으로서 다섯 번째 3연승을 달성했다.
옥타곤에 성공적으로 돌아온 강경호는 올해 랭킹 진입의 목표를 세웠다. 그리고 오는 8월 4연승에 도전한다. UFC 227에서 브라질의 신성 리카르도 라모스와 맞선다. 이기면 15위권에 다가설 수 있고, 경기 후 12월 말까지 4개월 이상의 여유가 있는 만큼 목표 실현이 가능하다.
UFC 계약 전 국내 무대에서 강경호는 데뷔전 패배를 딛고 압도적인 기량을 과시하더니 챔피언까지 오른 경험이 있다. 물론 UFC의 수준이 월등히 높은 것은 맞지만, 승리할 때마다 기대치가 조금씩 올라가고 있다. 그의 동료이자 한국인 UFC 파이터 맏형인 김동현은 강경호의 UFC 진출 당시 톱10 진입을 전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