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UFC 미들급 챔피언 앤더슨 실바는 타이틀 10차 방어 성공이라는 대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10차 방어를 성공했다는 말은 챔피언에 오른 뒤 체급 내에서 가장 강력한 경쟁자를 10명이나 물리쳤다는 얘기다.
사람들은 그런 실바를 향해 '도전자의 씨를 말리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압도적인 기량으로 UFC 타이틀 방어 횟수 기록을 갈아치웠고, 심지어 상위 체급 선수까지 손쉽게 제압해버리니 그런 말이 나오는 게 당연했다. 실바에게 도전할 인물이 마땅히 보이지 않았다.
그로부터 약 6년이 지난 지금, 실바와 같은 존재가 체급을 지배하고 있다. 마이티마우스로 불리는 드미트리우스 존슨이 바로 그 주인공. 과거 밴텀급에서 활동하던 그는 체급을 내려 2012년 플라이급 초대 챔피언에 등극했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정상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존슨은 챔피언으로 있었던 지난 4년간 자신의 입지를 더욱 곤고하게 다졌다. 당시엔 그냥 챔피언이었다면 지금은 절대적인 챔피언이 되었다. 타이틀을 무려 8차례나 성공해냈다. 존 존스와 함께 방어 성공 횟수 공동 2위에 랭크돼있다.
8차 방어전은 24일(한국시간) UFC 197에서 치러졌다. 존슨은 베이징올림픽 레슬링 금메달리스트 출신의 헨리 세후도를 맞아 한 수 위의 기량을 과시했다.
세후도가 올림피언에 종합격투기에서도 무패를 기록 중이었던 만큼 기대를 하는 이들이 많았으나, 둘의 기량 차이는 컸다. 최근 존슨에게 도전했다가 패한 다른 선수들보다도 경쟁력이 떨어져보였다. 세후도는 1라운드를 넘기지 못한 채 존슨의 타격에 무너졌다.
그럼 존슨의 다음 상대, 9차 방어전에서 챔피언에 맞설 인물은 누가 될까. 웰터급은 도전자들이 넘쳐서 주최사가 곤욕을 치르곤 하는데, 지금의 플라이급은 도전자가 없어서 문제다.
1위 조셉 베나비데즈는 타이틀전에서 존슨에게 이미 두 차례 패했고, 2위 헨리 세후도는 이번에 8차 방어의 희생양이 됐다. 3위 주시에르 포미가가 있지만 최근 경기에서 세후도에게 패한 만큼 명분이 서질 않는다. 4위 이안 맥콜, 5위 호리구치 쿄지, 6위 존 모라가 역시 존슨의 타이틀에 도전했다가 고배를 마셨다.
그렇다고 7~10위의 선수를 택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챔피언에게 대적할 수 있는 유력한 선수임을 의미하는 '도전자'라는 타이틀과 맞지 않는 위치이기 때문이다.
이 사안에 대해 아직까지 이렇다 할 방향은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상위권 선수들이 경쟁하도록 시간을 둬야 할 수도 있고, 앤더슨 실바가 그랬던 것처럼 존슨 역시 상위 체급 선수와의 슈퍼파이트에 대한 얘기도 거론되고 있다.
존슨은 밴텀급 챔피언 도미닉 크루즈와의 대결도 좋다는 입장이지만, 크루즈는 유라이어 페이버와의 대결이 확정된 상태다. 한편 존슨은 이번 경기 후 자신이 P4P 최고의 파이터라고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