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용 "타바레스는 축구공, 더럽게 싸워 이길 것"
결국 경기가 다시 잡혔다. 지난 7월 모든 준비를 끝낸 뒤 경기 취소 통보를 받았던 박준용이 당시 상대였던 브래드 타바레스와 만난다. 내달 13일(한국시간) 열리는 UFC 파이트 나이트 이벤트가 그 무대다.
타바레스의 기세가 예전만 못하지만 만만치 않은 상대임은 분명하다. 2010년부터 UFC에서 경쟁한 그는 옥타곤에서만 24전(15승 9패)의 전적을 쌓았다. 현 미들급 최고의 베테랑이다.
박준용은 타바레스를 빈틈이 없는 선수라고 평하며, 깔끔한 기술보다 끊임없이 엉겨붙는 끈적이고 집요한 운영이 승리의 열쇠라고 전망했다. 경기를 앞둔 그와 지난 경기의 취소 이유, 타바레스에 대한 인상과 각오, 미들급 챔피언 드리퀴스 뒤 플레시의 능력 등 다양한 얘기를 들어봤다(이하 일문일답).
-저번 경기가 계체까지 마치고 취소됐는데 그 이유는 무엇이었으며, 당시 심정은 어땠나?
계체 다 끝나면 원래 싸우는 일만 남은 거다. 그런데 계체 끝나고 죽 먹고 있는데 주체육위원회 측에서 취소됐다고 해서 왜 그런지 이유를 물었다. 당시 머리에 모낭염이 났었는데 이게 포도상구균인 거 같다고 해서 취소를 시켰다. 그래서 캠프 준비하는 돈이란 돈은 다 쓰고, 죄인처럼 한국으로 돌아왔다.
-경기 취소 후 바로 재경기를 갖기로 합의한 건가?
UFC 측에서 2~3주 뒤에 싸울 거냐고 물어봤는데, 같이 미국에 온 팀원들 전부가 다른 일정이 잡혀 있었다. 나도 포도상구균 검사를 제대로 받고 싶어서 일단 돌아왔다. 한국에 들어와서 검사를 받고 다시 오퍼가 와서 일정을 잡았다. 건강 문제는 전혀 없다. 너무 건강해서 탈이다.
-브래드 타바레스는 경험이 많은 여우 같은 선수라고 표현했다. 어떤 점이 뛰어난 선수인가?
경기 운영 능력이 뛰어나다. 다 할 줄 안다. 타격, 레슬링, 주짓수. 빈틈이 없는 선수라 까다롭다. 축구공 같은 선수다. UFC 미들급에서 가장 많이 싸웠다. 그렇게 뛸 수 있는 자기만의 노하우가 있는 선수다.
-테이크다운에 성공하면 피니시할 수 있다고 말했는데, 이번 승부의 열쇠가 레슬링이 될 거라고 전망하는가?2
6:4 정도로 본다. 타격이 6이고 그래플링이 4다. 그래플링 상황으로 갈 수 있으면 내가 넘어져도 된다. 이번엔 더럽게 싸우려고 한다. 타바레스 같이 경기 운영이 좋고 깔끔하게 싸우는 상대에겐 더럽게 싸워야 무너뜨릴 수 있다. 엉겨 붙어서 때리고, 다시 엉겨 붙을 거다.
-상대가 노장이라 체력 문제가 있을 거 같은데, 장기전도 염두에 두고 있는지?
항상 15분을 생각하고 경기에 들어간다. 준비도 그렇게 한다.
-같이 축구하는 분들이 박준용 선수는 축구 지능이 뛰어나서 축구를 잘하는데, 격투기도 지능이 좋아서 잘하는 거 같다고 말했다. 본인의 격투 지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그 형들이 나를 평가할 실력은 아니다. 난 진짜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고 공부도 열심히 한다. 격투기만큼 축구를 많이 공부했다. ‘뭉쳐야 찬다’에 출연하면서 안정환, 조원희, 김남일 형한테 전화해서 어떻게 축구 잘하는지 직접 물어보기도 했다. 멤버 중에 그렇게 직접 전화해서 물어보는 사람은 나밖에 없을 거다.
내가 타고난 지능이 뛰어나다기보다는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알려고 하고, 더 잘하기 위해 집착한다. 머리가 좋은 것, 나쁜 것과는 상관없이 받아들이는 사람이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지식을 얻을 수 있다. 난 내가 좋아하는 것에 있어서만큼은 완전 내려놓고 다 받아들이고 있다. 누구한테든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하고 배운다.
-지난 경기에서 안드레 무니즈에게 아쉽게 패했다. 하지만 미디어 판정에서는 우세를 점하기도 했는데 솔직히 본인이 이긴 경기라고 생각하는가?
진 건 진 거다. 내가 피니시시켜야 했다. 내가 이겼네 어쩌네 하는 건 찌질하다. 다시 또 열심히 싸워서 기회되면 그때 잘하면 된다. 경기 다 끝나고 나서 내가 이긴 거 같다 이러는 건 요즘말로 너무 ‘짜친다’.
-브래드 타바레스는 UFC 미들급 터줏대감이다. 이번에 이기면 다시 톱15에 도전하고 싶은 생각은 없는가?
우선 이기고 생각하겠다. 어디 가서 UFC 선수라고 얘기할 수 있을 만큼 경기수를 채웠다. 경기를 꼭 이기겠다. 그때 뭐라고 얘기하는지 지켜봐달라. 난 모든 UFC 미들급 선수들과 다 한번씩 싸워보고 있다.
-미들급 챔피언 뒤 플레시가 굉장히 독특한 파이터다. 일반 팬들이 볼 땐 못하는 거 같은데 모든 강자들을 다 이겨내고 있다. 뒤플레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팀 사람들은 잘 안다. 난 뒤 플레시가 휘태커전부터 무조건 다 이긴다고 생각했다. 뒤 플레시 같은 스타일이 엄청 까다로운 스타일이다. 그런 타이밍, 그런 타격, 클린치에 대비해 연습할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 시합 때 말려들게 되는 스타일이다. 자기만의 스타일이 확고한 거다.
스트릭랜드가 뒤 플레시에게 가장 좋은 상성이긴 하다. 스트릭랜드도 특이한 스타일이다. 뒤 플레시도 특이한 스타일이다. 휘태커, 아데산야 같은 정석적인 선수들이 상대하기 힘들다.
-뒤 플레시와 언젠가 한번 붙어야 하지 않겠는가.
붙여주면 너무 감사할 따름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경기에 임하는 각오 한마디 전해 달라.
다시 일어서야 되는 경기다. 항상 벼랑 끝에 있다. 외줄 타는 인생이다. 무조건 승리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