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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버 테세이라의 인생극장

라이트헤비급의 새 챔피언에 등극한 글로버 테세이라의 여정은 영화로 만들어도 될 정도로 놀랍다. 그는 자신에게 처한 모든 역경을 이겨내고 그토록 바라던 UFC 챔피언 벨트를 가질 수 있었다.

테세이라는 지난 주말 UFC 267에서 얀 블라코비츠를 꺾은 뒤 "정말 놀랍고 너무 행복하다. 이것은 지난 20년간 꿈꿔왔던 것이다. 20년간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이 벨트를 너무 갖고 싶었다. 챔피언이 될 수 없을 것 같았던 시기도 있었는데 너무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가 MMA를 시작하면서부터 챔피언이 되기까지의 과정은 UFC 역사상 가장 주목할 만한 여정 중 하나로 꼽힌다. 

그는 지난 2005년 TUF(디 얼티밋 파이터) 시즌 2에 선발됐을 때 이미 UFC에 진출할 수 있었지만, 7년이 지난 뒤에야 옥타곤에 발을 들일 수 있었다. 

테세이라는 스무 살 때 브라질에서 미국으로 넘어왔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타국을 거쳐 밀입국해 정원 관리사로 살아갔다. 그 때 처음 이 스포츠를 접했다. 마이크 타이슨의 복싱 경기와 UFC를 보고 격투기에 빠졌다. 프로 파이터가 되겠다는 꿈을 가슴에 새기고 매일 훈련에 매진했다. 그때가 20년 전이다.
 
순조롭게 성장하는 듯했다. 존 해클먼 트레이너가 그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척 리델의 트레이닝 파트너로 영입했다. 그는 팀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승수를 차곡차곡 쌓아갔다. 그리고 TUF에 참가할 자격을 얻었지만 영주권 문제로 보류됐다. 

그는 "난 TUF 참가 테스트에서 모든 것을 통과했다. UFC는 나의 그래플링을 보고는 참가자로 선정했다. 당시 테스트에 참가했을 때 데이나 화이트가 '네가 척 리델과 훈련한다고?'라고 말했던 게 기억이 난다. 그는 나를 좋아했다"고 돌아봤다.

영주권 없이 불안하게 살아가던 그에게 2006년 결국 문제가 터졌다. 당시 그는 WEC에서 경쟁하고 있었는데, UFC의 모회사 주파(Zuffa)가 WEC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법체류자라는 사실이 적발됐다. 결국 테세이라는 2008년 브라질로 방출됐다. 

하지만 그의 아내가 미국에서 테세이라의 영주권 발급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고, 그는 브라질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며 꿈을 이루기 위한 끈을 놓지 않았다. 그리고 부부의 노력은 2012년 결실을 맺었다. 미국 영주권을 얻으면서 UFC와도 정식으로 계약하는 기쁨을 누렸다.

이미 준비돼있던 테세이라는 UFC에서 처음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2013년까지 5연승을 거두면서 타이틀 도전권을 거머쥐었다. 빨리 꿈을 이루는듯 했으나 당시 챔피언 존 존스를 넘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리고 스스로의 생활을 포기하고 노력을 두 배로 늘렸다. 

"너무 많은 노력을 했고 너무 많은 훈련을 했다"는 그는 "하빕이 말한 것처럼, 투사의 삶은 감옥과 같다. 챔피언이 되고 싶다면 많은 것을 절제해야 하고, 운동에 방해가 되는 모든 외부 요인으로부터 스스로를 고립시켜야 한다"고 했다. 

은퇴를 고려한 시기도 있었다. 2016년부터 한동안 승리와 패배를 반복할 땐 '그만 할까'하는 생각도 했다고 했다. 당시 그는 앤서니 존슨, 알렉산더 구스타프손, 코리 앤더슨에게 패한 바 있다. 

하지만 비가 온 뒤 땅이 굳었다. 2019년부터 다시 연승을 질주하며 랭킹 1위로 올라섰고, 타이틀 도전권을 손에 넣었다. 이번에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경기 후 그의 허리엔 벨트가 채워져 있었다. 

이젠 새로운 목표를 향한다. 챔피언에 올랐으니 타이틀을 방어해야 한다. 그는 다음 경기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겠다는 입장이며, 지금은 지난 20년의 여정을 돌아보며 영화가 완성된 이 순간을 즐기겠다는 생각이다. 다음 상대는 지리 프로하즈카가 될 가능성이 있다.

테세이라는 "프로하즈카는 매우 터프하다. 내겐 골치 아프겠지만 너무 좋은 사람이다. 만만치 않은 상대다. 이곳에 있는 모두가 힘든 상대지만 난 그와의 싸움을 바라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맥주를 마시며 휴가를 보내는 것이 더 기대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