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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부담 내려놓으니 성적 좋아져…계속 증명하고파"

 


시작은 불안했다. 작동으로도 불리는 '마에스트로' 김동현은 2015년 UFC 한국 대회를 일주일 앞두고 부상으로 빠진 임현규를 대신해 투입되며 UFC에 입성했다. 준비할 시간도 없었고, 체급은 상위 체급인 웰터급이었다. 혹시나 했으나 이변은 일어나지 않았다.

지난해 6월 치러진 두 번째 경기에서도 고배를 마셨다. 멕시코 출신의 기대주 폴로 레예스에게 TKO패했다. 그러나 승리를 그냥 내주진 않았다. 치열하고 격렬한 경기를 펼쳐 많은 박수를 받았다. 둘의 경기는 파이트 오브 더 나이트에 선정됐다.

지금 돌아보면 4경기를 소화하며 첫 계약을 완수한 김동현은 경기마다 성장했다. 12월 세 번째 경기에선 고대하던 첫 승을 거뒀고, 네 번째 경기에선 세계적으로 유명한 고미 타카노리를 상대로 UFC 진출 이래 첫 KO(TKO)승을 거뒀으니까. 이제 그의 앞에 본격적인 경쟁이 기다리고 있다.

지난 23일 UFC FIGHT NIGHT 117에서 고미와 대결해 승리한 김동현과 이번 승리의 의미, 이기고도 가슴 아팠던 이유, UFC에서 4경기를 치르면서 생긴 긍정적인 변화, 계획과 포부 등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이하 인터뷰 전문).

- 본인에겐 의미가 큰 승리였다. 아직 승리의 여운이 남았을 것 같다.
"계약상의 마지막 경기를 인상적인 승리로 장식했고, 그 상대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고미 타카노리였다. 기분이 좋다."

- 이번 경기는 재계약을 결정짓는 일전이나 다름없었다. 이제 좀 마음이 놓이는지.
"사실 경기 전부터 맘을 편하게 먹고 있었다. 내가 처한 상황은 생각하지 않았고, 체육관에서 스파링을 한다고 생각한 채 경기에 나섰기에 크게 부담되지 않았다. 물론 좋은 결과를 얻어 당연히 만족스럽다."

- 상대는 당신이 MMA를 시작할 시절 최정상에 있었던 고미 타카노리였다. 지금까지 맞붙은 다른 선수들과의 경기에서 느끼지 못했던 부분은 없었나?
"사실 경기 전에는 고미에 대한 언급을 많이 하지 않았다. 그의 활약을 보며 MMA를 시작한 것은 맞지만 당장 싸워야 할 상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가 끝난 뒤 아쉬워하는 고미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짠했다. 경기 후 백스테이지에서 고미는 나에게 잘 싸웠다며 축하해주고 앞으로 응원한다는 말도 해줬는데, 내가 이긴 것과 별도로 마음이 아팠다."

- 아무리 하향세라도 장소는 고미의 홈이었고, 이번의 경우 이기고 말겠다는 의지 또한 남달라 보였다. 그런 부분을 느꼈나?
"경기 얼마 전 고미의 인터뷰를 봤다. 내용 중 '매일 밤 창 밖으로 도망가고 싶을 정도로 힘들게 준비했다'는 부분이 있었다. 나이를 먹었고 부진한 상황이지만 자국 팬들 앞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 그것을 보면서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았다. 옥타곤에서도 결연한 각오가 전해졌다. 패배 뒤 크게 실망하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니 위로를 해줘야 할지 말지 생각이 복잡해졌다. 내가 할 소리는 아닌 것 같은데, 개인적인 바람은 그가 은퇴를 생각한다면 어디가 됐든 마지막은 멋지게 승리하길 바란다."

- 앞 경기에 출전한 두 명의 한국인 선수가 패했다. 어깨가 무겁진 않았는가?
"우리 셋은 같은 대기실을 사용했고, 내가 도착할 때 쯤 임현규 선수의 경기가 진행되고 있었다. 두 선수 모두 잘 싸웠으나 결과가 아쉬웠다. 부담이 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나까지 지면 국내 팬들의 실망이 클 것 같았다. 하필이면 국내 선수 뿐 아니라 우리 대기실 선수들이 전부 지고 있어서 걱정도 됐지만, 바로 앞에 출전한 구칸 사키가 흐름을 바꿔 한 시름 놓았다. 팬들 응원에 보답한 것 같아 다행이다."

- 원래 그래플링 전략을 준비했었다고 밝혔다. 언제 어떻게 이길 것이라 생각했는가?
"예상보다 빠르긴 했지만, 애초 1~2라운드에 끝날 것으로 봤었다. 말했다시피 상대의 타격 거리 밖에서 돌다가 기습적인 펀치로 달라붙어 그래플링으로 지치게 만드는 전략이었다. 힘이 있는 초반엔 주의하려 했다. 그런데 잽이 조금씩 닿으면서 표적이 눈에 들어온다는 느낌을 받았다."

- 옥타곤에서 4경기를 치르면서 선수로서 어떤 변화가 있었나?
"기술적으로 성장했음은 물론 자신감도 생겼다. 가장 크게 바뀐 부분은 경기를 대하는 마음이다. 처음엔 준비도 못한 채 웰터급 경기에 나서서 졌고, 두 번째는 패할 경우 끝이라며 스스로를 몰아붙였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그리고 마음가짐을 달리했다. 경기를 편하게 받아들였다. 누가 대단하다는 생각보다 같은 경쟁자이고, 또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마음도 내려놨다. 물론 운동은 이전처럼 열심히 하지만, 부담 없이 편한 마음으로 싸울 있게 된 점이 가장 큰 변화이자 성장한 부분인 것 같다."

- 2017년은 아직 3개월이 더 남았다. 어떤 계획이 있는가?
"12월 쯤 한 번 더 경기를 갖고 싶다. 작년 12월 출전 이후 올해 네 경기 계획을 세웠으나 고작 이제 한 경기를 치렀다. 6월 경기가 취소된 영향이 컸다. 목표한 경기 수의 50%라도 채워야 성에 찰 것 같다. 가능한 한 빨리 싸워나가면서 나를 증명하고 싶다. 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아직 그건 혼자만의 생각이다. 증명을 해야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다."

- 마지막으로 포부 한 마디 부탁한다.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 이제 알 것 같다. 이대로 잘 해서 내년 말 랭킹에 입성하는 게 목표다. 라이트급은 선수층이 두텁고 강호들이 많은데, 잘 됐다고 생각한다. 내 자신을 증명하기에 아주 좋은 전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