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선수들의 꿈은 챔피언 등극이며, 그것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그래서 누구나 자신보다 높은 위치에 있는 선수와 싸우길 원한다. 상위랭커를 이길 경우 상대의 위치까지 단번에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경기를 보통 '기회'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김동현은 달랐다. 톱10 내에서 활동하는 만큼 충분히 욕심을 내 볼만 한데, 그는 서두르지 않았다. 상위랭커와의 대결보다 승리를 이어가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활동했다.
불과 약 1개월 전까지만 해도 "계속 10위 안에 머물다 보면 자연스럽게 기회는 온다고 본다. 먼저 치고 올라간 선수가 경쟁에서 밀려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으며, 누군가가 새롭게 10위권으로 진입하기엔 벽이 너무 두텁다. 난 패할 때까지 타이틀 도전에 대한 목표의식이나 동기부여를 절대 잃지 않는다. 때를 노린다"고 말했던 그였다.
약 3년 전 10위권에 진입했을 때부터 이 같은 생각을 했다. 상위권 선수들과 붙을 경우 쉽지 않겠다는 생각도 내심 들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다짐은 지난해 12월 31일 타렉 사피딘과 대결하기 전 까지였다. 김동현은 사피딘에게 승리한 뒤 2017년 승부를 걸어보기로 마음을 바꿨다.
김동현은 "사피딘에게 승리하고 나니 지금까지 상상했던 '그때'가 드디어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톱10 선수 누구든 이길 수 있고, 타격에 좀 더 집중하고 좋은 전략을 준비한다면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열심히 해서 올해 타이틀 도전 욕심을 한번 내보겠다"고 말했다.
김동현은 2017년을 뜨겁게 타오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 앞에서 언급했듯, 타이틀 도전을 위한 본격적인 경쟁을 할 때이기도 하고 적지 않은 나이도 고려했다. 김동현의 올해 한국 나이는 37세, 불혹을 넘겨도 활동은 가능하지만 40대에 정상에 등극하기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올해와 내년이 파이터 인생에서 마지막을 불태울 수 있는 시기다"는 김동현은 "올해는 다른 것보다 운동에 집중해서 제대로 부딪쳐보자는 생각을 한다. 언제 경기를 가질지, 몇 번을 싸울지 모르지만 마지막 도전이라는 마음으로 한 해를 보내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사피딘에게 거둔 승리로 김동현은 11개월 만에 랭킹 7위 자리를 탈환했다. 또 3연승 중인만큼 톱10 밖의 파이터와 붙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챔피언 타이론 우들리-1위 스티븐 톰슨, 5위 도널드 세로니-12위 호르헤 마스비달의 경기는 확정된 상황. 다음 상대로 가능성 있는 선수는 4위 카를로스 콘딧, 8위 닐 매그니, 10위 거너 넬슨 등이다.
김동현은 "개인적으로 원하는 상대는 데미안 마이아. 나에게 패배를 안긴 콘딧도 좋다. 현실적으로는 매그니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 같다. 일단은 지켜봐야 알겠지만 나보다 위에 있는 선수면 좋겠다. 복귀 시기는 6월쯤이 좋을 것 같다. 아시아 팬들 앞에서 다시 싸우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