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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쉬운 상대? 호랑이도 토끼 잡을 때 최선을 다한다"

 


UFC FIGHT NIGHT(이하 UFN) 서울 대회가 점차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지난 주말 갑작스럽게 대진이 변경되는 일이 있었다. 메인이벤트에서 벤 헨더슨과 대결할 예정이었던 티아고 알베스가 부상으로 빠지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한 것. 경기의 무게감이 크고 대회가 얼마 남지 않았던 터라 주최사로선 급히 대처해야 했으며, 결국 헨더슨 대 마스비달의 대결을 새로운 메인이벤트로 결정했다.
최근 경기에서 패한 알베스와 달리 상승세를 타고 있는 마스비달이 메인이벤트에서 헨더슨과 대결하게 된 만큼 잘 수습된 결과로 판단된다. 그러나 한국에서의 첫 경기를 그토록 기대하던 김동현의 입장은 난감하다. 자신의 상대가 부상을 입은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선수를 맞아야 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다소 당황스러웠지만 김동현은 한국대회를 위한다는 대의적인 마음으로 힘든 결정을 내렸다.
김동현은 "거의 모든 준비를 끝내고 2주를 남긴 상태에서 상대가 바뀐다니 마음이 조금 심란했던 게 사실이다. 한 편으로는 상대를 빼앗겼다는 생각이 들어 억울한 마음도 있었다"며 "하지만 수긍하기로 했다. 주최사로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새롭게 대진을 구성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며 또 이런 일은 자주 일어난다. 나 역시 부상으로 빠져 피해를 준 적이 있다. 내가 받아들이는 게 전체를 위한 것이라 본다. UFC 소속 파이터라면 이런 부분도 항상 생각해둬야 한다"며 긍정적으로 마음을 다잡았다.
선수의 부상으로 인한 대진 변경은 빈번히 발생하는 것이지만, 이번의 경우 대처하기 어려운 편에 속한다. 김동현이라는 선수는 체급에서 7위에 랭크된 강자이며 또 경기가 열리는 장소는 김동현의 홈이다. 더군다나 준비기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누구라도 이런 조건에서 김동현과의 대결에 대한 제안을 수용하기란 쉽지 않다.
새로운 상대는 도미닉 워터스로 결정됐다. 두 선수의 커리어는 차이가 있지만, 현 상황에서는 여지가 없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김동현이 출전하는 경기가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상대인 워터스는 9승 3패를 기록 중인 신예로, 지난 7월 TUF 21을 통해 옥타곤 신고식을 치렀다. 185cm의 키에 리치가 200cm나 되는 등 탁월한 신체조건을 자랑하며, 스탠딩 타격을 선호한다.
김동현은 "웰터급에서의 순위와 커리어를 보면 그렇게 실력이 뛰어날 것 같진 않다. 마스비달과의 대결을 준비할 때만큼 다양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경기 운영에서 경험이 적은 단점이 나타난다"고 자신감을 내비치면서도 "물론 흑인 특유의 운동신경과 폭발력이 예상되고, 한 방이 있어 보인다. 준비 시간이 짧기에 내 약점을 파고들려 할 텐데 그 부분을 생각해서 준비하겠다. 초반에 끝낸다는 욕심을 버리고 원래 하던 방식대로 임하겠다. 호랑이도 토끼를 사냥할 때 최선을 다 한다"고 설명했다.
상대가 바뀐 만큼 전략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마스비달과의 대결이 유효할 당시 김동현은 "재미있는 경기는 다른 선수들에게 맡기고 나는 이기는 경기를 하겠다"며 매미권 전략을 예고했지만, 워터스를 상대로는 KO승도 바라본다.
"매미권으로 싸우면 100% 승리를 장담한다"는 김동현은 "그러나 기회가 된다면 KO를 노릴 것이다. 과거 일본에서 활동할 때를 떠올리면 상대들이 주눅이 든 경우가 많았는데, 그렇게만 나와 준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무조건적인 돌격은 아니다. 일단은 차분히 기회를 노린 뒤 스트레이트 펀치 KO승을 노리든지 하겠다"는 것이 김동현의 말. 안정적으로 풀어가되 승기를 잡으면 피니시를 노려본다는 복안이다.
둘의 대결은 한국과 미국 해병대간의 대결이기도 하다. 김동현은 해병 894기 출신으로 약 13년 전 김포에서 근무했었고, 워터스는 세계에서 규모가 가장 큰 미 해병에 지원 복무한 경험이 있다. 국적과 복무 환경은 전혀 다르지만, 해병대의 투철한 자부심을 가슴 속에 새기고 종합격투가로 활동 중인 것은 둘의 분명한 공통점이다.
김동현은 "국적이 어떻든 해병은 해병이고, 난 워터스에 비해 약 10년은 먼저 입대한 하늘과 같은 선임이다. 해병대에서 한 기수 차이는 태권도 100단 차이라는 말이 있다. 해병대 후임은 선임을 절대 이길 수 없다는 얘기다. 그것이 변하지 않는 해병대의 진리다"며 이변이 일어나지 않을 것임을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