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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대 킥복서의 UFC 데뷔…페더급 신예 최승우를 말하다

최승우는 UFC와 계약한 16번째 한국인 파이터다. 과거엔 UFC 계약자가 한 명 나오면, 국내에서 큰 화제가 됐지만, 여러 한국인 파이터들이 옥타곤을 밟은 지금은 그때만큼 굵직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승우의 옥타곤 데뷔는 의미가 있다. 최승우는 15세 때 처음 사각의 링에 올라 총 50전을 치렀고, 그 과정에서 무에타이 국가대표로 활약했던 실력파 입식타격가다. 그런 그가 종합격투기로 전향한지 약 4년 만에 UFC 진출의 결실을 맺었다.

입식타격 분야에서의 선수 경험은 MMA에서 결코 '약'만 되지 않는다. 프로 선수로서 경기를 가진 경험과 타격에 익숙한 것은 장점이 되지만, 동시에 그것이 '독'으로 다가온다. 입식타격을 오래 수련했고, 많은 커리어를 가진 선수일수록 독의 농도는 짙어진다.

같은 타격이라도 리듬과 거리가 다르고, 거기에 그래플링이라는 분야가 더해졌을 때 MMA 파이터로 거듭날 수 있다. MMA를 처음 배우는 사람은 백지 상태에서 그려나갈 수 있지만, 최승우처럼 입식타격에 완전히 길들여져 있는 경우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 수년간 몸에 배인 익숙한 움직임을 버리고 새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부분이다. 

이것은 킥복서는 물론 올림픽 메달리스트 유도가 등 엘리트 운동선수들이 MMA에서 성공하지 못한 하나의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승우는 초보자라는 마음으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MMA라는 새 장르를 빠르게 흡수했다. 최승우는 정상급 입식타격가가 MMA로 전향해 UFC까지 진출한 국내 첫 사례가 되며, 세계적으로도 이런 선수는 흔치 않다.

한 때 K-1 진출의 꿈을 꾸던 소년은 어떻게 MMA로 전향했고, 또 그가 MMA에서 빨리 성장한 비결은 무엇일까. 그리고 어떤 마인드와 목표를 가지고 있을까. 이번 주말 러시아에서 데뷔전에 나서는 최승우와 다양한 대화를 나눴다(이하 일문일답).

- UFC 입성을 축하한다. UFC에서의 경쟁이 본인에겐 어떤 의미인가?
"입식타격에서 MMA로 전향한 이유가 바로 UFC 때문이었다.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싸우고 싶다는 갈망이 컸다. MMA에서 지금까지 UFC만 바라보고 달려왔는데, 그걸 이뤄서 너무 좋다. 선수 생활의 진짜 시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설레고 기대된다."

- 계약할 때 가슴에 새긴 무언가가 있는가?
"일차적인 목표를 이뤘으니 이젠 톱10에 들고, 나아가 챔피언이 되어야 한다. 정말 인정받는 선수가 되고 싶다. 험난한 길이라는 것을 알지만 한국인 최초로 UFC 정상 등극을 이뤄보고 싶다."

- 당신을 보면서 가장 많이 느껴지는 것은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승리 의지, 뚜렷한 목표 의식이다. 원래부터 그랬나?
"무에타이를 처음 시작했을 땐 K-1이 전부였다. K-1의 링에 오르고 챔피언이 되겠다는 마음 하나로 이 운동을 시작했다.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들을 보면 목표의식이 뚜렷한 공통점이 있다. 그런 부분에서 동기부여가 많이 된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훈련일지를 작성했는데, 그 습관이 흔들리지 않고 하나만 보고 달려오는 데에 도움이 된 것 같다. K-1 무너지고 어려울 때도 불안해하거나 안 된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으며, 지금도 챔피언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 누구나 가족이 큰 힘이 된다지만, 당신은 유독 가족의 지원이 컸던 것 같다.
"그렇다. 부모님께서 처음부터 내가 꿈을 이루기 위해 적극적으로 밀어주셨고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게 너무 감사하다. 내 여동생보다 나를 더 많이 챙겨주신다. 항상 뉴스를 찾아보시고 도움이 될 만한 게 있으면 알려주신다. 나보다 격투기에 대한 지식도 많으셔서 분석까지 해주실 정도다. 운동선수에겐 가족이 함께 하는 자체가 큰 행운인 것 같다."

- MMA 전향의 마음을 굳힌 결정적인 계기가 있나?
"군대 시절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앞에서 말했듯이 UFC라는 존재가 가장 컸다. 새로운 것에 도전해보고 싶었으며, 격투인생의 마지막은 세계 최고의 격투 무대에서 경쟁하고 그곳에서 챔피언이 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그런 내 목표에 가장 잘 부합하는 단체가 UFC였다."

- 입식타격 시절 좋은 선수였지만, 냉정히 프로로서 누구나 인정할 만한 위치에 올랐다고 말하긴 어려울 것 같다. 당신과 경기를 했었던 이찬형이나 선배인 이성현 같은 선수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아쉬움은 없는가?
"MMA에 뛰어든 것엔 그런 아쉬움도 한몫 했다. 성현이 형을 보면서 꿈을 키웠고 동기도 많이 됐다. 지금은 같이 운동을 하는 사이다. 분야는 다르지만 찬형이나 성현이 형이 잘 하는 것을 보면 자극을 받는다. 나도 MMA라는 영역에서 좋은 결과를 남기고 싶다. MMA 전향을 절대 후회하진 않는다."

- 입식에서의 커리어가 MMA에서의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자칫하면 입식에서 쌓은 커리어가 MMA에서의 부진으로 타격을 받을 수 있고, 실제 그런 선수들도 있었다. 그런 걱정은 없었나?
"입식을 좋아했지만 입식밖에 모르진 않았다. 오래전부터 MMA를 즐겨봤고, 같은 파이터로서 그들을 보며 존경심도 있었다. 입식 커리어가 무너질 것이라는 걱정은 조금도 하지 않았다. MMA를 시작하면서 마음을 완전히 비웠다. 초보자로 돌아가서 배운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그렇게 해야 제대로 배울 수 있을 것 같았다. UFC에 진출했다지만 다른 복싱체육관을 가면 초보자라는 마음으로 배운다."  

- 같은 격투기라도 입식과 종합은 많이 다르다. 세계적으로 훌륭한 킥복서들도 MMA에서 빛을 크게 못 보는 경우가 많다. 종합에 잘 적응하고 빨리 성장한 비결이 궁금하다.
"정말 많이 다르다. 리듬이나 타이밍을 적응하기가 어려웠다. 여전히 많이 연습하고 고쳐나가는 중이다. 앞에서 말했지만 마음을 완전히 비우고 기본부터 배우려고 했던 게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 내가 아는 것을 내세우거나 고집부리지 않고 하나하나 받아들이려 노력했다. 지금도 많이 부족하지만 스스로를 믿고 하나씩 갖춰나가고 있다."  

- MMA를 하면서 느낀 매력이 있다면?
"배움의 끝이 없다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복싱, 킥복싱, 무에타이, 레슬링, 주짓수 등 배워야 할 게 많고 그만큼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만 갖출 수 있다. MMA를 하면서 내가 부족한 선수라는 것을 많이 느꼈고, 그걸 보완할 때마다 만족감이 컸다. 그런 것들을 계속 찾고 있다."

- 학창시절에 이어 20대를 이 운동에 바치고 있다. 무엇이 최승우를 격투기에 전념하게 만들었는가?
"가장 큰 부분은 이 운동을 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것이며, 두 번째는 나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 링이나 케이지였다. 졌을 때나 이겼을 때나 이 운동을 할 때만큼은 행복하고, 케이지는 최승우다운 모습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곳이라 생각한다. 세 번째는 나보다 열정적인 우리 가족과 내 팀의 존재다."  

- 입식타격을 하던 때와 비교해 선수로서 성장한 부분이 있다면?
"더 간절하고 열정이 많아진 것 같다. 예전에는 경기에서 졌을 때 이 정도까진 아니었는데, 요즘은 한 번 지면 복수해야겠다는 분노 같은 게 생긴다. 그게 UFC 때문인 것 같다. 확실한 목표 덕에 마음가짐이 독해졌다. UFC가 마음을 많이 잡아줬다."    

- UFC 페더급엔 맥스 할로웨이를 비롯해 쟁쟁한 선수들이 많다. 최고의 상대들과 겨룸에 있어 최승우의 강점은 무엇인가?
"UFC에선 체력이나 기술의 차이는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멘탈이다. 연습이 아닌, 실제 옥타곤에 섰을 때 흔들리지 않고 내가 운동한 것을 다 발휘하려면 강한 멘탈을 갖춰야만 한다. 그래서 연습을 실전처럼 하고 있고, 매일 훈련일지를 쓰면서 마음을 다진다." 

- UFC엔 레슬러들이 많고, 종합에서의 레슬링은 경기를 지배하는 역할을 한다. 킥복서 출신 선수들에게 가장 크게 우려되는 점이 그것이다. 레슬링 공격에 대한 충분한 준비가 돼있는가?
"내가 가장 부족했었던 것이 바로 레슬링이다. 또 큰 신장은 입식과 달리 MMA에선 중심이 높아지는 단점도 있다.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다. 이번 상대가 레슬러다 보니 지금까지 수련한 것을 잘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상대의 레슬링을 두려워하지 않고, 태클을 방어하면서 타격으로 풀어가면 문제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난 이미 두 명의 레슬러와 싸워 이긴 적이 있다." 

- 상대인 모브사르 에블로예프. 그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강한 선수라고 생각한다. 다리를 활용해 넘기는 기술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내가 체격에서 유리하고, 또 그는 나만큼 큰 상대와 싸운 적이 없는 것 같다. 상대에게도 쉬운 경기는 되지 않을 것이다." 

- 어떤 점에서 승리를 자신하는지.
"신장이나 리치는 물론 내가 몸 자체가 더 크고 스피드도 앞선다고 생각한다. 레슬링 방어도 잘 할 자신이 있고, 반대로 넘길 수도 있다. 원정에서 싸우는 만큼 기세에서 밀리지 않으면 그에게 첫 패배를 안겨줄 수 있다고 본다."  

- UFC에서 어떤 선수로 남고 싶고, 어떤 경기를 기대할 수 있겠나?
"국내에서는 아직 진짜 나의 절반도 못 보여줬다. 항상 아쉬움이 남았다. 웰라운드의 능력을 갖추기 위해 타격, 레슬링, 주짓수 등 계속 보완하고 있다. 화려하고, 빠르고, 화끈한 경기를 하고 싶다."

- 현재는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있는가?
"지금의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멘탈을 다지는 게 중요하다. 옥타곤에 올라갔을 때의 상황을 머릿속으로 계속 돌리며 옥타곤에서의 기분을 미리 느끼고 있다. 그걸 익숙하게 만들어 놓으면 실제 경기에 임할 때 덜 어색하다. 감량은 7kg만 하면 되기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 마지막으로 포부 한 마디 부탁한다.
"항상 준비했었고 준비가 돼있다. 지금까지 여러 국내 선수들이 UFC에 진출했는데, 팬들이 '이런 선수가 있었구나', '이 선수는 챔피언까지 갈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좋은 경기 펼치고 싶다. 정말 인정받는 선수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