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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량급의 선구자' 유라이어 페이버가 걸어온 길

 


오래전부터 경량급 경기는 종합격투기의 흥행에 미치는 영향력이 적은 편이었다. 팬들은 빠르고 현란한 움직임의 경량급보다 묵직한 한 방으로 승부가 가려지는 중량급 경기에 열광했다. 헤비급 최강자의 대결은 곧 세계 최강자라는 느낌도 들었다. 당연히 중량급에 스타가 많았다.

불과 2011년 전만 해도 UFC에 라이트급 아래의 체급은 존재하지도 않았다. 지금은 사라진 WEC라는 쥬파(Zuffa) 산하의 단체가 경량급 위주로 운영됐었던 시절로, WEC와 UFC의 흥행 차이는 적지 않았다.

현재는 페더급, 밴텀급, 플라이급이 UFC에서 채택됐을 정도로 경량급의 인기가 크게 늘어났고 코너 맥그리거라는 거물급 스타가 맹활약하고 있지만, 라이트급 아래 체급의 원조 스타는 원래 유라이어 페이버였다. 경량급 최고의 흥행 스타이자 선구자가 바로 페이버였다.

2003년 종합격투기에 데뷔한 페이버는 2004년 KOTC라는 단체의 밴텀급 챔피언에 등극, 5차 방어에 성공한 뒤 2006년 WEC에 진출했다. 원래 WEC는 하나의 독립된 단체였으나 UFC의 모회사였던 쥬파에 매각된 뒤 경량급을 제외한 모든 체급이 점차 UFC로 흡수됐다.

페이버는 WEC 최고의 스타였다. 2006년 데뷔전에서 페더급 챔피언에 오른 뒤 절정의 기량을 과시했다. 2007년부터 2008년 중순까지 무려 5차례의 타이틀 방어를 완수했으며, 5차 방어전을 성공할 때 그의 전적은 21승 1패였다.

페이버 전성시대였다. '경량급의 효도르'라고 불릴 정도로 극강의 실력을 자랑했다. 또 선수로서의 기량 외에도 타고난 스타성으로 흥행을 선도했다. UFC의 PPV 이벤트에는 비할 바는 못 됐지만, 페이버가 출전하는 대회는 항상 흥행했다. WEC라는 울타리 내에서는 흥행 보증수표였다.

그러나 2008년 11월 마이크 브라운을 만나면서부터 페이버의 시대도 저물었다. WEC 36에서 타이틀을 빼앗긴 페이버는 WEC 41에서 탈환에 나섰지만 브라운에게 다시 무릎을 꿇었다.

다시 한 번 정상 등극을 노리려는 찰나, 조제 알도라는 폭군이 나타났다. 알도는 타이틀전에서 마이크 브라운을 손쉽게 꺾은 뒤 정상에서 내려올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페이버 역시 2010년 WEC 48에서 도전자로서 알도와 겨뤘지만 결과는 완패였다.

2011년 UFC로 이적한 뒤에도 행보는 비슷했다. 정상에 꾸준히 도전했지만 번번이 미끄러졌다. 도미닉 크루즈와 헤난 바라오에게 타이틀전에서만 각각 두 차례씩 패했다. 브라운과의 1차전부터 치면 무려 타이틀전 7연패, 페이버는 쥬파 산하 단체의 타이틀전에서 가장 많이 패한 선수라는 오명을 안고 있다.

반면 세운 기록도 화려하다. 페이버는 UFC의 밴텀급에서 최다승인 9승을 쌓았고, 가장 많은 피니시(6승)와 가장 많은 서브미션승(6승)을 거뒀다. WEC 시절 이룬 5차 타이틀 방어는 단체의 최다 방어라는 역사가 됐다. 또 WEC에서만 총 8차례의 보너스에 선정되기도 했다.

여전히 페이버는 UFC에서 활동할 만한 경쟁력이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가 세계 최강자였다는 것이다. 세계 정상급에 있던 그였기에 지금의 7위라는 랭킹은 만족스럽지 않다. 올라가는 7위와 내려온 7위, 순위는 같지만 기대감은 천지차이다. 한계를 드러냈다는 표현이 맞을 지도 모른다.

결국 페이버는 정들었던 옥타곤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이틀 뒤인 18일 UFC on FOX에서 브래드 피켓을 상대로 은퇴전을 갖는다. 현재 페이버의 통산 전적은 33승 10패, 은퇴전은 44번째 경기로 기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