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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서희 "남자 선수들과 훈련하며 강해져"

 


같이 훈련할 여성 선수가 없다는 사실은 여성 파이터들의 가장 큰 고충이다. 격투 선진국인 미국만 봐도 여성 파이터의 수가 매우 적으며, 한국의 경우 여성 파이터 존재 자체가 귀하다. 최근엔 조금씩 생겨나는 추세지만, 한동안 1~2명의 선수가 전부였다.

여성 파이터의 대표주자는 함서희다. 입식타격가 출신의 함서희는 10년 전 종합격투기 무대에 뛰어들어 꽤나 긴 시간 동안 국내 유일의 여성 프로 파이터로 활동해왔다. 약 2년 전에는 국내 최초로 UFC에 진출했다.

함서희 역시 여성 파트너가 없다는 것을 항상 아쉬워했지만, 남성 선수들 틈에서 훈련하며 얻은 도움도 상당하다. 정상급 남성 선수들과 훈련하며 강한 압박에 대한 적응력을 높였고, 기술적인 수준도 끌어올릴 수 있었다. 경기에서 막상 여성 선수들과 부딪치면 수월하게 느껴질 수 있다.

오는 11월 27일 UFN 101에 출전하는 함서희는 여전히 남성 선수들과 몸을 부대끼며 매일 구슬땀을 흘린다. 최근 팀에 여성 선수가 생겼지만 아직까진 기량 차이가 커 남성 선수들을 파트너로 두고 있다.

지난 25일 열린 UFC 미디어데이에서 함서희는 출전 연기와 다가오는 다니엘 테일러와의 경기, 여성 파이터로 살아가는 것 등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이하 인터뷰 전문)

-경기가 연기된 것이 좋은 일인가? 아니면 불행한 일인가?
"처음 취소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좌절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당시만 해도 경기가 이렇게 빨리 다시 잡힐 줄 몰랐다. 그래서 준비한 것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있었고 마음가짐이 무너지기도 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뛸 무대가 결정되면서 준비한 것이 헛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경기 취소에 대한 보상도 받았다. 대전료 전액이 지급됐다."

-상대는 신장은 작지만 플라이급에서 활동했던 경험이 있다. 상체만 봐도 근육량이 많다. 힘이 좋을 것 같은데, 부담 없는가?
"이전 상대들도 다 이 선수만큼은 했다.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지 않을까. 타격을 보자면 기술적인 수준 자체는 높지 않으나 파워는 확실히 강하더라."

-종합격투기에서 아직 KO승이 없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부족한 부분일 수 있고 다른 사람이 볼 때 경기가 지루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싸운 경기들이다. KO승이 없다고 해서 못하는 게 아니기에 주눅 들지 않는다. 내 경기에 자부심이 있다."

-최근 팀에 여성 선수가 생겼다고 들었다. 오랫동안 홍일점으로서 남성 선수들과 운동해왔던 당신에겐 매우 기분 좋은 일인 것 같다.
"여성 선수가 생겼다는 자체가 기쁜 일이다. 그동안 남자 선수들과 훈련하느라 힘들었는데 이젠 재미도 느끼면서 외롭지 않게 운동 중이다."

-그래도 남성 선수들과 운동하면서 더 강해지지 않았나 싶다.
"그렇다. 동생들이나 형(*함서희는 오빠 대신 형이란 표현을 쓴다)들 입장에선 나와 운동하는 게 득이 되지 않겠지만 나에겐 도움이 된다. 그만큼 내가 남성 선수들보다 약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살 재밌게 컨트롤 하며 대해줘 잘 따라올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여성을 상대하는 느낌과 많이 다르긴 하지만, 그래도 남성 선수와의 훈련이 고되기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훈련 스케줄이 어떻게 되는가?
"하루 세타임, 약 5시간 동안 운동을 한다. 오전의 경우 월·수·금은 크로스핏, 화·목·토엔 러닝 훈련을 소화한다. 낮 시간엔 체육관에서 스파링을 하고 저녁엔 스파링이나 미트 치는 훈련이 진행된다. 특별히 어느 부분에 중점을 두고 훈련을 하기보단 상대의 움직임에 맞는 전략적인 훈련을 소화 중이다."

-2014년 UFC에 진출할 당시 앞으로 5년간, 그러니까 33세까지 선수 생활을 한 뒤 여성으로 살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그 생각은 여전히 변함없는가?
"UFC에서 경쟁하기 위해 이 운동을 해온 것은 아니지만, 진출하기까지 10년이 걸렸다. 그것도 했는데 이 안에서 높은 위치까지 가는 시간을 못 기다리겠나."

-각오 한 마디 부탁한다.
"0.1초 남은 순간까지 열심히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