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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서희 "상대 작아 맘 편해, 뻗으면 닿으니까"

 


지금까지 치른 세 번의 경기에서 쉽게 끝난 적은 없었다. 이길 때나 질 때나 힘들었던 것은 마찬가지였다. 옥타곤에 올랐다 하면 항상 모든 것을 다 쏟고 내려와야 했다. 기본적인 실력이 좋고 경험이 많아 물러서진 않지만, 남을 쓰러트리는 것은 그것 이상으로 어려웠다.

작은 체격은 항상 함서희의 발목을 잡았다. 주체급이 아톰급인 함서희는 UFC 진출을 위해 스트로급으로 전향한 경우다. 말이 전향이지, 사실상 바뀐 것은 경쟁자들의 커진 체격뿐이었다. 현재 함서희는 아톰급 체격으로 스트로급 선수들을 상대하고 있는 중이다. UFC에 입성하기 전과 비교해도 체중 차이가 거의 없다.

그런데 하필 함서희가 맞섰던 선수들은 스트로급에서도 큰 선수들이었다. 157cm의 신장을 가진 함서희는 데뷔전에서 168cm의 조앤 칼더우드를, 두 번째 경기에선 170cm인 코트니 케이시를, 세 번째 경기에선 167cm의 벡 롤링스와 겨뤘다. 리치의 차이도 이와 비슷했다. 이 불리함은 함서희가 계속 안고 갈 수밖에 없는 큰 핸디캡이다.

이에 함서희 본인은 사실상 맘을 비웠다. 자신보다 큰 선수와 맞붙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아톰급 내에서도 체격이 작은 편이었던 그녀였기에 UFC 스트로급에서 자신보다 작은 선수와 대결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처럼 받아들였다. 수치적으로 봐도 함서희의 157cm는 여성부 스트로급 최단신에 육박하는 사이즈다. 그렇다고 몸집이 큰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다가오는 UFC 4번째 경기, UFN 97에서는 자신보다 작은 다니엘 테일러와 겨룬다. 지난 8월 UFN 92를 통해 데뷔한 테일러는 함서희보다도 5cm나 작은 152cm의 신장을 가진 선수로 등장하자마자 스트로급을 포함한 UFC 최단신 파이터가 됐다. 함서희가 이전에 붙었던 상대들보다는 무려 15~18cm나 작다.

입식타격을 포함해 10년 이상 활동한 함서희로서는 격투 인생에서 자신보다 작은 선수와의 경기는 처음이라 설레기까지 한다.

함서희는 "나보다 작은 선수와 붙어본 경험이 없기에 어떤 느낌일지 상상이 잘 되지 않는다"고 말문을 뗀 뒤 "키가 작은 대신 우월한 무언가가 있으니 그 작은 키에 플라이급과 스트로급에서 뛰는 것 아니겠나. 꼭 작다고 수월한 것은 아니다. UFC에 쉬운 상대는 없으며 이번에도 당연히 힘든 경기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래도 큰 선수와의 싸움을 앞뒀을 때보단 솔직히 맘이 편하다"고 털어놨다.

"마음이 편하다"는 함서희의 이 말은 체격으로 인한 불리함이 없기에 이전 경기보다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다는 의미다. 이전 상대들과의 대결에선 정확한 타이밍에 펀치를 뻗어도 길이가 짧아 타격을 가하기가 힘들었다.

"지금까진 리치 차이가 너무 커 어려움이 있었는데 이번엔 적어도 주먹을 뻗으면 닿을 것 같다. 난 항상 적극적이며 빼질 않는다. 상대는 지금까지 타격전 위주의 경기를 펼쳐왔고, 나와의 승부에서도 이대로 나와 주면 피 터지는 승부도 가능할 것 같다. 오랜 만에 내 타격이 폭발하길 바라고 있다"는 게 함서희의 말이다.

물론 상대인 테일러가 어떤 전략을 세웠을지 모르고 경기 중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알 수 없는 만큼 모든 부분을 다 준비하고 있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이번 경기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점으로 함서희는 강한 한 방을 꼽았다. "기량 자체가 많이 뛰어나보이진 않는데 무서운 한방을 가지고 있고 후속 공격도 인상적이다. 상대가 충격을 입었다 싶으면 정말 강하게 몰아친다"고 경계했다.

한편 테일러는 7승 2패를 기록 중인 여성 파이터로 플라이급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신장은 꽤 작지만 근육질 몸에서 비롯되는 힘과 탄력이 좋다. 데뷔전에선 접전 끝에 마리나 모로즈에게 판정패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