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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규 "나도 환호 속에서 싸웠으면…한국대회 내년도 꼭 열리길"

 


UFC FIGHT NIGHT 서울은 많은 국내 선수들에게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 이벤트였다. 그토록 바라왔던 대회에 직접 출전해 경기까지 갖는 것은 단순한 기쁨을 넘어 영광스럽게 느껴질 정도다. 서울 땅에 처음으로 세워진 옥타곤에 오르는 것은 현재 UFC에 계약돼있는 선수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면 특권이다.

한국대회인 만큼 복무중인 정찬성과 강경호를 제외한 모든 선수들이 출전할 전망이었다. UFC는 순수 한국인 선수를 모조리 불렀고, 인지도 높은 한국계 선수들까지 전면에 내세우는 등 가용한 인력을 전부 기용하는 등 심혈을 기울였다.

한국인 UFC 5호인 '에이스' 임현규도 당연히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전 경기에서 패했던 임현규로서는 승리가 절실한 상태였는데, 상대의 커리어를 보면 무난히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커다란 축을 담당하던 크로캅의 불참이 반가운 소식은 아니지만, 그 덕에 메인카드 자리까지 꿰찼다.

그때가 대회 16일 전인 11월 12일이었다. 그러나 4일 뒤 임현규는 이번 대회 출전을 포기하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20일 불참한다는 소식이 공식 발표됐다. 문제는 오른쪽 발목의 부상이었다.

임현규는 "처음 다친 때는 10월이었다. 그땐 접질린 정도로 판단하고 한의원에서 침을 맞으며 치료했다. 아프긴 했지만 무리해서라도 경기를 뛰고 싶었다. 하지만 같은 부위를 또 다치며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발을 내딛기조차 어려울 정도였다. 병원에서는 발목뼈에 금이 갔다고 했는데, 이번에 수술하면서 보니 뼈의 일부분이 골절된 상태였다"고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예상치 못한 부상으로 임현규가 하차하긴 했지만, 대회 당일인 28일은 한국인 UFC 파이터가 같은 장소에 전부 모이는 날이 되는 듯 했다. 복무 중인 강경호와 정찬성 역시 시간을 빼 옥타곤 주위에 앉아 경기를 관람했다. 그러나 임현규는 끝내 보이지 않았다. 소속팀에서 두 명의 파이터가 출전하고 자신 역시 UFC 소속 선수인 것을 고려하면, 맘만 먹으면 현장 관람이 어렵지 않았을 터. 아니나 다를까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다.

"현장에서 볼 수 있었고 티켓도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의 시선이 의식돼 그냥 친한 형과 집에서 보기로 했다. 처음에는 상심이 컸지만 어느 정도 마음을 다잡은 상태였다. 그런데 동정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괜찮으냐고 물어본다면 다시 우울해지고 비참해질 것만 같았다. 걱정해주는 마음은 알지만 듣고 싶지 않았다"는 게 임현규의 말이었다.

선수로 활동하다 보면 만족할 때보다 아쉬울 때가 많고, 지난 10여년간 아쉬운 순간을 숱하게 경험했던 그였지만 부상으로 한국 대회를 빠지는 것은 승부의 아쉬운 결과와는 또 다른 것이었다. 그때의 생각을 떠올리던 임현규는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순간 먹먹해하기도 했다.

임현규는 "경기를 보다 보니 만감이 교차했다. 뭐랄까. 부럽기도 하고. 있어야 할 자리에 없다 보니 가슴이 미어지는 느낌도 들었다. 관중들의 반응이 굉장히 뜨거웠고, 저렇게 많은 분들의 응원을 받으며 싸우는 내 모습이 상상됐다. 또 내가 출전해 이긴다면, 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임현규를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됐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국내에서 열린 격투기 축제에 함께하지 못해 많이 속상했다. 그래도 경기가 다 재미있었고 태현이 형과 동이가 이겨 대리 만족할 수 있었다"며 속마음을 꺼냈다.

임현규의 부상이 모든 게 부정적이진 않다. 물론 본인이 전혀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한국인 10호 UFC 파이터의 탄생을 이끌어냈다. 대회가 임박한 만큼 임현규가 빠진 자리를 긴급히 채워야 했는데, 여기에 국내 선수가 낙점된 것이다. 그 주인공은 '스턴건' 김동현과 이름이 같은 '마에스트로' 김동현이었다. 그러나 김동현은 체급의 불리함, 준비 부족 등 어려운 조건을 이겨내지 못한 채 결국 KO패했다. 라이트급이 그의 현재 체급이다.

"나로 인해 한 명이 UFC에 진출한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작은 김동현이 이기길 바랐고, 승리 후 축하해주고 싶었는데 결과가 아쉽다. 경기도 좀 이상하게 끝나 안타깝다"는 임현규는 "내가 누구를 지목할 입장은 아니지만, 추후 도미닉 스틸과의 대결이 만약 다시 이뤄진다면 서로에게 좋을 것 같다. 이미 서로를 파악하고 준비했으며 그럴 시간이 늘어나기 때문이다"고 했다.

스틸의 경기력에 대한 질문에는 "매우 질겨 보였다. 기술적으로 뛰어나다기보다는 힘과 체력으로 묵직하게 밀어붙이는 선수였다. 물론 그런 성향을 알고는 있었으나 이번에 경기를 보며 더 확신이 들었다. 워낙 달려드는 선수라 저 선수와 붙으면 재밌겠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덧붙였다.

현재 임현규는 수술 후 깁스 치료를 하고 있는 상태며 본인은 가능한 한 빠른 출전을 바라고 있다. "부상에서 회복하는 대로 준비할 것"이라며 "특히 UFC가 내년에도 한국에서 대회를 꼭 열었으면 좋겠다.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UFC 대회를 느껴보고 싶다. 관중이 꽉 찬 한국 대회에서 환호를 받으며 싸워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