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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성 "다시 한 번 세상을 놀라게 하겠다"

 


UFC 역사상 최초의 트위스터 승리, 7초 KO승 등 떴다 하면 예상을 초월하는 결과로 세상을 놀라게 했던 '코리안 좀비' 정찬성이 옥타곤에 다시 들어설 채비에 나섰다. 정찬성은 지난달 사회복무요원 소집을 해제한 뒤 옥타곤 복귀를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한 주가 멀다하고 대회가 열린 탓에 정찬성의 활동이 그리 오래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UFC 163이 열린 2013년 8월 4일 이후 파이터 정찬성의 시계는 멈춰있다. 2016년 11월 현재 정찬성이 옥타곤을 떠나있는 시간은 3년 3개월에 이르고, 본인이 복귀전을 원하는 내년 3월을 기준으로 하면 무려 3년 8개월간의 공백이 발생한다.

모든 운동선수들의 가장 큰 고충은 병역의무다. 약 2년간의 복무기간 동안 운동을 하기 어려워 기량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 흔히 몸이 굳는다고 표현한다. 종합격투기의 경우 다른 스포츠와 달리 병역을 면제받을 방법도 없다.

하지만 정찬성의 2년은 달랐다. 복무기간을 복무만 하면서 보내지 않았다. 입대 전 자신을 괴롭혔던 어깨 부상 재활에 힘쓰는 한편 부족한 기술을 보완하고 신무기까지 개발했다. 또 얼마 되지 않은 휴가까지 반납하면서 제자의 경기에 동행했으며 전지훈련도 다녔다. 평균 수면 시간은 4~5시간에 불과했다.

그것이 현재 자신이 할 일이라 생각했다. 코너 맥그리거의 등장에 북적이는 페더급, 친한 동생 최두호가 맹활약. 그것을 보고만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 그를 힘들게 했지만, 부러워해 봐야 좋을 게 없었다. 그럴 때일수록 다시 한 번 세상을 놀라게 하겠다고 다짐한 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칼을 갈았다.

정찬성은 코리안 좀비 '버전 2.0'을 예고했다. 과거엔 본능으로 투박하게 싸웠다면 기술의 원리를 알아 더 똑똑하고 지능적으로, 그러면서 재미까지 갖춘 경기를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마음가짐 역시 완전히 달라졌다. 입대 전엔 자신을 위해 싸웠다면 이젠 아이들을 위해 글러브를 낀다. 정찬성의 파이터 인생 후반전이 시작됐다.(이하 인터뷰 전문)

- 복무하느라 고생 많았다. 먼저 소집해제 소감 부탁한다.
"항상 소집이 빨리 끝나길 바랐고, 경기도 뛰고 싶었으나 해제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오니 더 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복무한다고 해서 몸 상태나 기술이 나빠지는 건 아니니까. 개인적인 시간을 활용해 스파링을 많이 했고 웨이트트레이닝 등도 배웠다. 그렇게 배우는 시간이 더 있어도 나쁘진 않았을 것 같다. 그래도 좋긴 하다."

- 소집해제 후 생활에 있어 어떤 점이 바뀌었나?
"일단 다음날 출근을 안 해도 된다는 게 신기하다. 보통 잘 때 '몇 시간을 잘 수 있지' 하고 생각하다가 맘대로 잘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어색하다. 내일 출근해야 한다는 압박이 아직도 있다. 달라진 점이라면 낮에 훈련을 하면서 운동 타임이 한 번 늘어났다는 것이다."

- 남들은 금방이라고 하지만, 본인에겐 결코 짧게 느껴지지 않았을 것 같다. 지난 2년을 돌아보면 어떤가?
"당신이 예전에 나에 대해 쓴 기사 내용 중 '1부 마침'이라는 표현을 쓴 적이 있다. 지금 딱 그 느낌이다. 지금까지의 내 파이터 인생은 2부작의 1부 혹은 축구에서의 전반전이었다. 복무는 전반전을 끝낸 뒤 가진 하프타임이다. 중간에 잘 쉬었던 것 같다. 복무 중 태어난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냈고, 다친 어깨도 회복할 수 있었다. 제자들도 늘어났다."

- 어떤 부분이 가장 힘들었나?
"빨리 복귀하고 싶은데, 그렇지 못한 내 현실을 이겨내는 것. (최)두호 같은 신예들이 막 치고 올라오고 코너 맥그리거가 새 챔피언이 되는 등 페더급이 북적이는데, 그런 걸 마냥 보고 있어야 한다는 게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부러워해야 아무 의미가 없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게 맞을 것 같아서, 그럴 때일수록 어깨 재활을 열심히 하고 다른 팀에 기술을 배우러 다니는 데에 시간을 투자했다. 조용히 칼을 갈았다."

- 당신이 말한 대로 그동안 페더급이 북적북적 했다. 경쟁자들의 활약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
"뒤처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요즘 다들 너무 잘한다. '옥타곤에 오른 지 오래된 내가 다시 올라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됐다. 하지만 그들을 따라잡을 것이다. 할 수 있을 것 같고 스스로도 기대가 된다. 자신 있다. 내가 해왔던 게 있으니까."

- 당장 옥타곤에 뛰어들고 싶을 정도로 당신의 주먹을 불끈 쥐게 만든 경기가 있었나?
"두호 경기가 그랬다. 두호가 싫고 미워서가 아니라 너무 잘하니까. 의식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두호와는 친하다. 두호를 꺾겠다는 생각이 아니다. '얘가 잘 하니까 나도 뒤처지면 안 되겠다'고 다짐하곤 한다. 두호는 동기부여를 주는 고마운 경쟁자다. 우린 서로 진심으로 잘 되길 바란다. 두호가 보여준 것은 이게 끝이 아니다. 컵 스완슨을 이기고 타이틀전까지 간다고 본다. 그럴 만한 능력이 있다."

- 선의의 경쟁이라지만 비교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 같다.
"처음에 두호가 연거푸 1라운드 KO승으로 이길 땐 '아. 나도 KO로 이겨야 한다'는 부담이 들곤 했는데 이젠 생각이 바뀌었다. 두호가 쉽게 이길 수 있는 선수를 난 어렵게 이길 수 있고, 어쩌면 질 수도 있다. 난 두호만큼 펀치력이 강하지 않다. 약한 편이다. 내 스타일대로, 내가 잘 하는 걸 추구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우린 서로 다른 무기를 가지고 있다. 두호가 총으로 적을 쓰러트린다면 난 칼을 들고 백병전을 펼친다. 가진 게 다르기에 따라가선 안 된다. 이걸 느끼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 코너 맥그리거의 경기는 감흥이 없었나?
"맥그리거는 라이트급으로 올라가지 않았나. 내 생각엔 페더급으로 절대 내려오지 않을 것 같다. 다시 페더급에서 싸울 이유가 없다. 맥그리거는 이미 조제 알도와 채드 멘데스를 이겼다. 알도가 여러 경쟁자를 다 정리하고 있는데, 애써 내려와 알도에게 진 선수와 붙을 이유가 있을까. 또 알도를 13초 만에 꺾은 만큼 다시 붙을 이유도 없다. 특별히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니고. 라이트급에서 경쟁하면 많은 돈을 벌지 않을까. 내 생각엔 절대 페더급으로 내려오지 않을 것이다. 확실하다."

- 입대 당시 맥그리거를 가리켜 '처음으로 붙어보고 싶은 상대가 생겼는데, 도발 한 번 못해서 속상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 마음 여전한가?
"지금도 물론 싸우고 싶다. 그런데 페더급으로 내려올 것 같지 않아서 거론하지 않았을 뿐이다. 확실히 그때도 튀는 녀석이었는데 역시 잘 하더라. 챔피언까지 오르고 막 휘두를 정도니까. 라이트급으로 가서라도 싸우고 싶은데, 그러려면 먼 길을 가야할 것 같다. 페더급을 완전히 정리해야 가능한 일이다."

- 같은 선수로서 맥그리거라는 선수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라이트급에서도 부족하지 않은 신체 조건에 멘탈은 실력을 뛰어넘는다. 정신적인 부분으로는 누구도 그를 이기지 못할 것 같다. 경기력에서는 왼손잡이 특유의 장점을 잘 살린 타격이 일품이다. 레슬링과 주짓수를 잘 못한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어느 정도의 수준이 되지 않으면 그 위치까지 갈 수 없다고 본다. 디아즈와의 1차전 패배는 체격 차이도 있고 디아즈가 워낙 주짓수를 잘 해서 그런 것이다."

- 복무하면서 UFC 복귀를 위해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재활과 기술 습득이다. 어깨의 경우 스파링을 하다가 이상을 느낀 적이 없을 정도로 많이 좋아졌다. 그런데 스파링과 경기는 다르다. 15분 동안 옥타곤에서 제대로 싸워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요즘은 더 튼튼해지기 위한 보강 차원으로 어깨 운동을 한다. 기술적인 부분은 밝히기 어렵지만 여러 부분을 보완하고 상대를 끝장낼 신무기도 장착했다. 보여줄 게 많다. 하지만 이것 역시 경기에서 입증돼야 한다. 스파링 땐 누구나 놀랄 만한 기술이고 잘 통하는데, 경기 때 나와야 내 것 아닌가. 난 그렇게 생각한다."

- 복무 기간 운동을 계속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어느 정도의 목표를 가지고 해왔는가?
"시간이 부족한 만큼 선수들이 소화하는 운동량을 채우긴 버거웠다. 제자들 경기를 준비시키며 개인적인 훈련은 저녁 시간을 이용해 한 시간 정도 했다. 재활과 기술 습득에 중점을 뒀고, 몸은 망가지지 않을 정도로 했다고 보면 된다. 신체 능력을 당장 끌어올릴 필요는 없지만 끌어올리기 어려울 정도로 놔둘 순 없었다. 요즘 소집해제 후 점점 올리는 중이다. 힘들지만 몸이 기억하고 있어서 할 만 하다."

- 가장 궁금한 부분은 현재의 경쟁력이 아닐까 싶다. 3개월간 준비하고 출전한다고 했을 때 어느 정도를 기대할 수 있겠나?
"스파링으로 누구에게도 안 질 정도로 자신이 있다. 경기에서 이 정도만 발휘된다면 챔피언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입대 전과 비교하면 확실히 좋아졌다. 나와 스파링을 한 모든 선수들이 훨씬 강해졌다고 말한다. 모르고 기술을 쓰는 것과 알고 쓰는 것의 차이를 깨달은 게 큰 수확이다. 예전엔 본능대로 움직이는 편이었는데, 그렇게 하면 힘들어질 때 몸이 편한 쪽으로 반응한다. 반면 기술의 원리를 알면 편한 것을 알아도 안 하게 된다. 그렇게 해야만 다음이 수월하다. 이젠 제자들에게도 기술을 디테일하게 설명해줄 수 있다."

- 과거보다 기술적인 선수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런데 당신의 매력은 본능에서 나오는 싸움 아닌가. 그런 화끈한 승부를 못 보는 것은 아닐지 우려된다.
"경기를 해 봐야 알 것 같다. 근데 사람 성향이 어디 가겠나(웃음). 사실 오히려 안 변할 것 같아 걱정도 된다. 내 스타일대로 싸우는데, 좀 더 똑똑하고 지능적인 코리안 좀비가 될 것이다. 재미가 있으면서 실력까지 좋은 선수 있지 않나. 로비 라울러, 도널드 세로니, 코너 맥그리거 같은 그런 선수가 되는 게 목표다."

- 복귀 시기는 언제쯤 생각하는가?
"내년 3월이면 좋을 것 같다. 먼저 몸을 만들어야 하는 만큼 일반적인 경기 준비 시간보다 더 필요하다. 3월 경기라면 1월경 대진이 확정될 텐데, 그때 몸 상태가 80% 정도까진 올라와야 한다. 한 달 간의 MMA LAB 전지훈련 기간도 고려했다. 미국을 다녀온 뒤 본격적으로 준비할 생각이다. 세계 정상급 선수인 벤 헨더슨이 어떻게 운동을 하고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떻게 경기를 준비하는지, 감량은 어떻게 하는지 등 배우고 싶은 부분이 많다. 존 크라우치 코치의 가르침도 받고 싶다. 12월 5일 국내에 돌아오면 경기가 잡힐 것으로 예상한다."

- 복귀전 상대로 원하는 선수가 있나?
"오로지 BJ 펜이다. 다른 이유는 없다. BJ 펜이니까. 웰터급 선수라면 모두 조르주 생피에르와 붙고 싶지 않나? 내겐 그런 의미다. 그는 최고의 선수였다. 물론 지금은 과거의 명성에 미치지 못하지만 난 이 사람을 보면서 꿈을 키웠다. 나에겐 동경의 존재다. 한국 대회라면 싸울 의향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들었다. 안 싸우겠다고 하진 않았으니 한국이 아니더라도 가능성이 있다 생각하고 기다릴 생각이다."

- 목표는 챔피언일 것이다. 타이틀에 도전하기 위해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가?
"지금 당장은 BJ 펜 말고 떠오르는 선수가 없다. BJ 펜을 이긴다면 어떤 누구도 좋다. 예전엔 무조건 위에 있는 선수를 원했는데, 어차피 챔피언이 될 것이라면 다 이겨야 한다고 본다. 구체적인 계획은 세우진 않았다."

- 라이트급 전 챔피언 앤서니 페티스가 경쟁에 가세했고 맥스 할러웨이의 활약도 눈에 띈다. 현재의 페더급 상황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맥그리거가 한창 활동하던 1년 전까진 재미있었다. 그런데 맥그리거가 다 해먹고 바로 올라가서, 이젠 페더급의 누굴 이겨도 맥그리거 아래에 있는 선수밖에 안 되는 것 같다. 그게 맘에 안 든다. 맥그리거가 페더급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

- 입대 전과 지금의 마음가짐은 어떤 차이가 있는가?
"그땐 나를 위해 싸웠다면 지금은 아이들을 위해 싸운다. 과거엔 경기가 비즈니스라는 생각을 안 했었고 보너스가 큰돈으로 느껴지지도 않았다. 그러나 이젠 돈의 소중함을 알았다. 비즈니스 쪽으로 가야 한다. 몸 관리도 잘 해야 하고. 아이들에게 좋은 환경을 주고 싶고, 멋진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모든 것의 초점을 아이들에게 맞췄다."

- 자리를 비운 사이 UFC에 변화가 많았다. IV 사용 제한, 약물검사 강화, 리복 후원 등이 있다. 어떤 점이 크게 다가왔나?
"약물 검사가 강화돼 다행이라는 것은 당연하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한국 선수가 반길 만한 소식이다. 한국 선수들은 약물 사용과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공평한 여건이 만들어져서 더 할만 할 것 같다. IV의 경우 난 원래 사용하지 않았다. 사용해보라는 권유를 받은 적이 있는데, 그땐 이게 그렇게 좋은 건지 몰랐다. 어쨌든 이 부분 역시 나에겐 잘 된 일이다."

- 보통 복무를 하면 몸이 굳는다고 하는데, 본인의 경우 내년 3월에 출전한다고 가정하면, 공백이 무려 3년 8개월이나 된다. 걱정하는 팬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오래 쉬었다고 해서 약해지는 것은 아니다. 옥타곤 밖에 있으면서 경기가 너무 간절해졌고, 긴 시간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강해지기 위해 노력해왔다. 걱정하지 말라. 그것을 증명할 것이고, 내가 가진 모든 걸 다 꺼내 다시 한 번 세상을 놀라게 하겠다. 빨리 옥타곤에 오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