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성은 댄 이게와의 대결 중 순간적으로 어깨가 빠졌다가 들어가는 걸 느끼면서 2013년 조제 알도와의 타이틀매치가 떠올랐다고 했다. 당시 그는 경기 중 어깨가 빠져 끼워 맞추려고 했으나 약점을 파악한 알도의 공세에 패한 바 있다.
돌아온 정찬성은 국내 미디어들과의 기자회견에서 이번 경기의 의미와 만족감, 부상 상태, 앞으로의 계획 등 다양한 질문에 대답했다(이하 일문일답).
- 경기 중 어깨가 탈골됐다고 했다. 현재 상태는 어떤가?
어제 담당 공무원 허락 하에 병원을 방문해 MRI를 촬영했다. 오늘 담당 전문의를 다시 만날 예정인데, 판독지 상으로는 수술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 극상근이 20% 정도 파열됐고 예전에 수술한 부분에 출혈이 조금 생겼다. 팔을 올리기가 조금 힘들긴 한데 수술을 피할 수 있을 것 같다. 재활을 많이 하고 어깨에 투자를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재활 기간이 길지 않길 바라고 있다.
-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이었나?
테이크다운을 하던 중 살짝 나갔다가 들어왔고, 4라운드부터 좀 힘들었다. 앞손이 무겁고 느린 게 느껴지며 조제 알도와의 경기가 떠올랐다. 그래서 템포를 늦췄다. 당시엔 이렇게 티가 많이 날 줄 몰랐는데 영상을 보니 차이가 꽤 컸다. 그라운드에서 경기가 잘 풀려 다행이다.
- 이번 경기에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이 있다면?
이긴 경기는 전부 피니시였는데, 그 기록이 깨졌다는 게 아쉽다. 하지만 내 실력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만족하고 있다. 일찍 끝나면 운이 좋았으니, 아니면 타격만 잘하느니 하는 말이 들리는데 이번엔 25분 동안 다 보여줬다. 어느 정도 내 클래스의 이미지 굳혀진 것 같다.
- 이번에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준비했고, 이 승리로 얻은 게 있다면?
준비했던 대로 풀렸던 게 좋았다. 계획을 세우고 준비한다 해도 제대로 사용하는 게 중요한데, 이번엔 연습한 게 잘 나왔다. 스파링에서 준비했던 걸 보여준 것이 만족스럽다. 그 부분에서 자신감을 얻었다.
- 지금까지는 타격 위주로 풀어갔고, 이번에 그래플링을 선보였는데 다음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MMA는 모든 기술을 다 합친 종목이다. 상대가 못하는 부분을 이용해야 하는 걸 다시 느꼈다. 한 가지만 가지고 옥타곤에 올라가면 한계가 있다. 이스라엘 아데산야와 맥스 할로웨이는 타격만 하지만 그들도 주짓수를 못하는 게 아니다. 필요한 상황에선 꼭 한다. 이번에 레슬링과 주짓수를 보여줬기에 다음 상대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 그래플링 운영에 대한 주변 반응은 어떤가.
날 아는 사람들은 내 그래플링을 알기에 놀라워하지 않는다. 반면 팬들은 놀랍게 보는 것 같다. 스파링과 비슷하게 흘러갔고 연습한 레슬링과 주짓수가 잘 나와서 다행이다.
- 오르테가와의 경기 때도 레슬링과 주짓수 비율을 높이려했는데 어그러진 것이었나?
하단 태클을 하기엔 무리가 있어서 클린치로 넘기는 걸 준비했었다. 하지만 핑계가 아니라 2라운드 엘보를 허용한 이후 기억에 없다. 아쉽다.
- 경기 후 받은 블랙벨트에 상당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센티노 프랑코와 3년 전부터 운동을 했다. 그와 훈련할 때마다 나도 블랙벨트를 받아야 한다며 농담을 했는데, 진짜 줄지는 몰랐다. 그는 내가 추구하는 주짓수를 하며, 그 사람이 가르치는 철학을 본받고 싶다. 그런 사람에게 받았다는 게 중요하다. 사실 내게 블랙벨트를 주겠다고 한 사람이 몇 명 있는데, 내가 존경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 주짓수 코치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다.
커리어를 물어보진 않았지만, 주짓수 커리어만 놓고 보면 대단한 것 같진 않다. 그는 내가 좋아하는 다스초크, 길로틴초크를 즐기고 뱀 같은 움직임을 보여준다. 반복되는 기술이 경기에서 나온다는 걸 강조하고 무엇보다 사람의 인성을 중시한다. 그런 부분에서 감명을 받는다. MMA 전적도 15~20전 정도 되는 것으로 안다. 많은 블랙벨트와 운동해봤지만, 내가 느끼기에 가장 잘 하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중요한 것은 MMA를 직접 했다 보니 내게 맞는 것을 지도해줄 수 있다. 팬암 우승자 같은 커리어가 있는 선수에게도 탭을 받아내는 걸 보면서 대단하다고 느꼈다.
- 왼쪽 눈가에 상처가 생겼는데, 신경 쓰이지 않았나?
전혀 신경 쓰이지 않은 이유가 커팅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몰랐다. 피가 흐르기에 찢어졌냐고 물었고 코너에선 약간이라고 하기에 그런가보다 했다. 당시 이정도인줄 알았다면 많이 신경 쓰였을 것 같다.
- 다음 경기를 위해 보완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컨디션 조절을 잘 한 게 도움이 된 것 같다. 다음에도 이 방식으로 할 생각이다. 건강을 잘 챙기는 것도 컨디션에 포함된다.
- 경기를 준비할 때마다 훈련비용을 많이 쓰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보너스를 타내면서 그런 부분이 충당됐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이번엔 경기 후 생각이 많아질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 게 좀 어색하다. 내가 대전료가 많이 올라서 그런 게 신경 쓰이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받던 걸 못 받으니 좀 그렇긴 하다. 다행히 대전료가 올랐고 팀에서도 지원을 해줬다. 그리고 팬들에게 감사 한 게 만든 티셔츠를 많이 구매해주셔서 채울 수 있었다. 팬들이 진정한 스폰서라는 것을 느꼈다.
- 이번에는 UFC PI의 감량 지침을 따랐는데, 어떻게 느꼈는지 궁금하다.
일단 너무 힘들다. PI 직원이 원하는 모든 선수들을 담당하는데, 상당히 구체적이다. 컨디셔닝 전에는 뭘 먹고, 스파링 전후에 뭘 먹고 등 탄수화물 비중의 편차가 커서 힘들었다. 그런데 계체 후 컨디션이 말도 안 되게 좋았다. 다리에 쥐가 나거나 배가 뒤틀리는 이전의 느낌이 전혀 없었다. 그냥 원래 몸으로 돌아온 듯했다. 그걸 보면서 이래서 배워야 하며, 괜히 전문가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힘들지만 앞으로도 이 방법을 따라야 할 것 같다.
- 원래 비즈니스를 하는 쪽이 아니었다. 이 생각에 바뀐 게 있나?
안 그래도 이 부분에 대해 얘기를 하고 있다. 모든 선수들이 상위랭커를 원하지만 누구나 그럴 수 없다. 나의 경우 이전 경기에서 패했기에 하위랭커와 싸워야 한다고 생각했고, 마침 댄 이게는 이전 경기에서 좋은 퍼포먼스를 과시했다. 또 마땅한 상대도 없었다. 내가 뒤로 갈 수 있는 경기를 했기에 또 그런 경기를 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것 같다. UFC에서도 그렇게 인정하고 있고, 다음 경기는 내 위에 있는 상대와 붙는 쪽으로 얘기가 되고 있다.
- 맥스 할로웨이의 부상으로 야이르 로드리게스와의 경기가 취소된다는 말이 있다. 이것이 당신에게 어떤 영향이 있을 것 같은가?
일단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시기를 늦춰서 그대로 추진한다는 얘기도 있다. 내가 할로웨이와 싸우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괜찮다.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 대 브라이언 오르테가의 경기에서 이기거나 지는 사람과 붙을 가능성도 생기는 것이니까. UFC와 얘기 중이며 가급적이면 이 네 명의 선수 중 한 명과 붙는 쪽으로 끼려고 노력 중이다. 다음은 내 위에 있는 선수와의 큰 경기가 될 것 같다.
- 맥스 할로웨이를 원하는 게 파이터로서 순수 맞붙고 싶은 마음과 이기면 얻을 게 확실해서 중 어떤 부분이 더 큰가?
일단 개인적으로는 할로웨이가 진정한 챔피언이라 생각한다. 그가 볼카노프스키에게 패하기 전까지의 행보는 말이 안 될 정도였다. 볼카노프스키와의 대결에서도 할로웨이가 이겼다고 생각한다. 사실 타이틀전 정도의 상대이며, 이 선수와는 언젠가 꼭 싸워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 쉽지 않은 상대인데, 이길 자신이 있는지도 궁금하다.
기자회견장에서도 얘기했지만 내 펀치 파워다 세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할로웨이가 오르테가를 이겼기에)내가 오르테가에게 졌으니 할로웨이에게도 진다고 생각한다 . 그런 논리면 격투기를 볼 필요가 없다. 챔피언이 다 이기는 것이다. 그렇게 따지면, 난 이미 할로웨이에게 이겼던 상대를 두 명이나 꺾었다. 격투기는 하기 전에는 모른다. 또 댄 이게를 상대했던 방법은 할 필요가 없다. 할로웨이와 맞붙으면 방식이 달라진다. 그런 정도의 계획은 있고, 통할 진 봐야 알겠지만 할로웨이를 10년 전부터 봐왔던 선수로서 어떻게 임해야 할지 머릿속에 그려져 있다.
- 타이틀을 가진 적이 없는 선수 중 8경기 연속 메인이벤트 출전은 유일하다고 한다. 다음 경기도 메인이벤트일까?
원하진 않지만 그렇게 될 것 같다. 미국에 가면 정말 직원들이나 모든 선수들이 많이 리스펙트 해준다. 많이 놀랄 정도다. 내가 UFC에 오래 활동하면서 짬이 쌓였구나 싶다. 이번에도 ESPN에서 나에 대한 프로그램을 따로 제작했는데, 관계자들도 동양인 중에선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 같다고 했다. 반면 우리나라에선 기대치가 높아짐에 따라 부담이 된다. 내가 쌓은 것은 사라지지 않고, 미국에선 그 자체를 존중해주는데 국내에선 한 번 못하면 갑자기 돌변해 나무라는 분들이 많아서 위축되기도 한다. 국내 선수들에게 많은 응원이 필요하다. 그래야 더 큰 선수가 나온다.
- 최승우가 승리 직후 영어 인터뷰를 했다. 본인도 계획이 있는가?
승우 인터뷰를 보면서 정말 놀랐다. 저렇게 잘할 수 있구나 싶었다. 저 정도까진 아니더라도 나도 할 줄은 안다. 차분한 상황이라면 하겠는데, 경기 직후 케이지에서 하는 자체가 어렵다. 멋지게 해낸 게 존경스럽다. 안 그래도 박재범 사장이 영어를 하라고 조언을 했다. 회화 공부를 해볼까 하고 있다.
- 경기를 기다리다가 최승우가 좋은 경기력으로 승리했다. 그게 본인의 경기에 영향을 미쳤나? 어떻게 봤는가?
승우 입장에선 그런 경기가 필요했다. 승우가 나처럼 똑같이 판정으로 이겼다면 많은 관심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이런 결과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이 노력했는지도 안다. 좋은 결과가 나와서 굉장히 다행이고 본인의 상품성을 올리는데에 있어 이전 두 경기보다 확실히 긍정적일 것이다. 승우가 잘 하는 것보다 못 하는 것을 많이 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본인도 뭐가 부족한지 알고 있을 것이다. 체격조건이 워낙 좋기에 단점을 매꿔가면 앞으로도 충분히 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올해 현재 한국인 파이터들이 옥타곤에서 5전 전승을 기록 중이다. 다음은 강경호와 최두호 차례다. 그 뒤는 김지연이 될 가능성이 있고. 역대급 활약이 기대되는 상황인데, 한국인 UFC 파이터의 가장 선임으로서 어떻게 전망하는가?
내 생각에 두호와 경호까진 문제없을 것 같다. 지연이는 상대를 아직 모르기에 얘기하기엔 이를 것 같다. 이번에도 느끼는 게, 우리나라 사람들은 누구를 이겼냐보다 그냥 이기는 걸 크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2위(오르테가)에게 졌을 때와 8위(이게)를 이겼을 때와의 온도 차이가 정말 크다. 그런 걸 보면 팬들이 너무하다 싶기도 하지만 나부터도 이기는 걸 좋아하긴 한다. 어쨌든 한국 선수들이 다 이기고 있고, 다 이겨나가다 보면 언젠가 톱15, 톱10, 톱5, 챔피언까지 오를 기회가 올 것이며, 지더라도 똑같이 응원을 해줬으면 한다. 선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이기는 게 최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