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좀비' 정찬성은 대결하고 싶은 상대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면 "누구라도 상관없다. 어차피 챔피언에 오르려면 다 이겨야 한다"라는 말을 빼놓지 않는다.
그러나 가능한 한 경기를 적게 치르고 타이틀에 도전하는 게 좋다. 챔피언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세운 이상 애써 먼 길을 돌아갈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정찬성 역시 누구와도 싸울 준비가 돼있지만, 이왕이면 싸워 이겼을 때 타이틀 도전의 명분이 생길 만한 상위 랭커를 선호한다.
복귀전을 앞뒀을 당시 정찬성은 2승을 올리고 타이틀에 도전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한 바 있는데, 그 계획에는 버뮤데즈에게 승리한 뒤 컨텐더와 맞선다는 전략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었다.
정찬성이 타깃으로 삼은 선수는 랭킹 3위 리카르도 라마스다. 버뮤데즈와의 대결 직전 그는 "이번 경기에서 이긴다면, 더 높은 랭커와 붙을 것으로 예상한다. 개인적으로 리카르도 라마스를 원한다. 그를 이긴다면 타이틀 도전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솔직한 바람을 나타낸 바 있다.
현재 전개되는 페더급의 구도를 고려해도 라마스가 적합하다. 페더급 톱 10 선수 중 현재 다음 경기가 잡히지 않은 선수는 3위 라마스, 7위 정찬성, 10위 오르테가 세 명이다. 높은 인지도와 복귀전 1라운드 KO승으로 기대치를 높인 정찬성에겐 상대적으로 오르테가보다 라마스 쪽에 무게가 실린다.
또 정찬성과 라마스는 인연이 있다. 둘은 2013년 7월 열린 UFC 162에서 싸우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4주 뒤 챔피언 조제 알도와 대결할 앤서니 페티스가 부상으로 빠지고 정찬성이 대체 도전자로 낙점되면서 라마스와의 경기가 취소됐다.
정찬성은 이미 라마스와의 대결을 위한 물밑작업에 들어갔다. 지난 11일 서울 이태원에서 진행된 팬미팅 행사에서 그는 "라마스가 나와 붙을 생각이 있는지 문의한 상태다"라고 밝혔다. 본인은 8월에서 9월경 출전을 원한다.
그러나 라마스는 지난해 11월 경기했던 만큼 8월은 너무 늦다는 입장이다. 7월이 되기 전 옥타곤에 들어설 계획을 세웠다. 미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정찬성이 나와의 대결을 원한다면, 5월 또는 6월에 싸워야 한다. 난 8월이나 9월까지 기다리지 않는다"며 잘라 말했다.
정찬성의 도전장을 거절하지 않고 여지를 남겼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이 경기가 수락되기 위해선 정찬성이 출전을 앞당겨야만 한다. 현재로서 아쉬운 쪽은 정찬성, 그가 어떤 선택을 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한편 가벼운 부상을 치료하며 재정비를 하고 있는 정찬성은 다음 달 미국으로 전지훈련을 떠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