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C 273은 역사적인 이벤트다. UFC의 PPV 이벤트로만 놓고 보면 평범한 정도지만, 국내 팬들에게는 의미가 크다. 한국인 파이터가 UFC 타이틀에 도전하는 사실 자체만으로 경사가 아닐 수 없다.
2013년 한국인 최초로 UFC 타이틀에 도전했던 '코리안 좀비' 정찬성이 약 9년 만에 다시 정상 등극을 노린다. 만약 이긴다면 한국을 넘어 UFC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된다. 아시아 최초의 UFC 남성 챔피언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9년 전이나 지금이나 상대가 만만치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당시엔 극강의 챔피언 조제 알도와 맞섰고, 현 챔피언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도 만만치 않다. 딱히 빈틈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능력이 탁월하다. 신체능력은 물론 레슬링과 타격 모두 세계 정상급이다.
하지만 정찬성은 9년 전과 다르다. 당시엔 기존 소속팀에서 홀로서기한 직후였던 터라 마땅한 전담 트레이너조차 없었다. 급조해서 팀을 꾸려 대회가 열리는 브라질로 넘어갔던 그였다.
지금은 많은 것이 바뀌었다. 그는 국내에 있을 땐 자신이 운영하는 코리안좀비MMA에서 훈련하지만, 경기가 잡히기만 하면 미국의 신흥 명문 파이트레디로 일찌감치 넘어간다.
그는 그곳에서 세계적인 선수들과 훈련하며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수준 높은 훈련을 소화한다. 그런 경험을 통해 신체적인 능력은 물론 기술, 멘탈, 컨디셔닝 등 파이터로서 갖춰야 할 모든 능력이 향상됐다. 신뢰할 만한 팀에서 모든 것을 맡기고 훈련하면서 기량 향상이 피부로 느껴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신감도 상승했다. 본인의 만족감이 크다.
물론 그런 점을 감안해도 어려운 상대인 것은 맞다. 많은 전문가들이나 팬들도 정찬성의 열세를 예상한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챔피언이 앞선다는 분석이며, 그것을 부정하기란 쉽지 않다. 볼카노프스키는 극강의 챔피언 맥스 할로웨이를 두 번이나 이겼고, 커리어에서 무려 20연승 중이다.
정찬성으로선 과거의 어메이징한 모습을 다시 한 번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는 언더독의 입장일 때 예상을 초과하는 놀라운 경기력을 선보이며 주가를 높인 바 있다. UFC 최초의 트위스터 서브미션, 7초 KO승, 화려한 복귀전 KO승 등의 결과는 일반적인 예상을 뛰어 넘는 것들이었다.
그런 놀라운 능력이 필요한 순간이 왔다. 그런 퍼포먼스는 기술보다 정찬성이라는 파이터의 내면 깊숙이 있던 무언가가 표출되며 만들어지는 것에 가깝다. 더군다나 현재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커지고 자신감까지 상승한 만큼 모두가 예상 못한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낼 여건이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다.
이제 남은 시간은 단 4일. 정찬성은 모든 훈련을 끝내고 오늘부터 주최사의 파이트 위크 일정에 들어간다. 챔피언 벨트를 가지고 한국으로 돌아오겠다는 그의 약속, 국내의 많은 팬들은 그가 챔피언이 되길 간절히 염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