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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성의 돌연변이 제자…손진수, 러시아에서 첫승 간다

 

정찬성 하면 코리안 좀비 혹은 한국을 대표하는 UFC 파이터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그 역시 한 명의 지도자다. 2013년 체육관을 열고 선수를 육성했으니 지도자 활동을 시작한지도 벌써 5년이 지났다.

그리고 그는 지도자로서 올해 큰 결실을 맺었다. 제자인 손진수를 해외단체 챔피언에 올리더니 결국 UFC와 계약하는 경사를 맞았다. 한국인 14호 UFC 파이터로 기록되는 손진수는 오는 15일(한국시간) 열리는 UFC FIGHT NIGHT 136에서 데뷔한다.

스승 정찬성의 영향을 받아 손진수 역시 공격적이고 격렬한 경기를 선호할 것 같지만, 추구하는 경기 스타일은 완전히 반대다. 때리는 것보다 맞지 않는 것을 더 중요시한다. 좋아하는 선수도 효율적인 운영에 능한 드미트리우스 존슨과 도미닉 크루즈라고.

손진수는 아직 국내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편인데, 그것은 본인이 의도한 바다. 사람들에게 거론되는 것을 원치 않아 일부러 해외 중소단체를 활동 무대로 정했다. 하지만 이제 UFC에서 싸우게 됐으니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실력을 당당히 증명하려 한다(이하는 손진수와 일문일답)

- 갑작스럽게 데뷔가 결정됐다. 언제 UFC와 계약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는가.
사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혹시 가능성이 있다면, 11월 중국 대회나 내년 열린다는 소문이 들리는 한국 대회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딥에서 타이틀 방어전을 한 번 할까 생각하던 차에 연락을 받았다.

- UFC의 경기 제안 소식을 들었을 때 상황과 당시 기분을 말해줄 수 있는가?
3주전쯤 목요일이었던 것 같다. 사실 요즘 개인적으로 하는 공부가 있어서 최근 5~6주 정도 운동을 못하고 있었다. 새벽 4~5시까지 공부한 뒤 늦게 일어나곤 했다. 그런데 아침 9~10시경 어머님이 전화를 받으라며 날 깨웠다. 찬성이 형이었다. 소식을 들었는데 장난하는 줄 알았다.

- 아직까지 손진수라는 파이터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앞서 UFC에 진출했던 다른 국내 선수들과 느낌이 사뭇 다르다.
개인적으로 사람들 입에 내 이름이 거론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일본행을 선택한 큰 이유도 그런 것에 얽히기 싫어서였다.

- 국내 밴텀급 강자가 거론될 때 손진수라는 이름을 쉽게 볼 수 없었는데, 알려지길 원하지 않는 본인의 성향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성격상 그런 것을 별로 개의치 않는다. 내 입으로 말하긴 그렇지만, 흔히들 거론되는 국내 밴텀급 선수와 맞붙어도 진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내가 국내 단체에서 뛰긴 어렵지만, 국내 선수 누군가가 딥으로 온다면 거절하지 않고 싸울 수 있다. 모든 선수들이 말하는 강자는 김수철, 이윤준, 김민우 정도인 것 같다. 그들과 경기 하면 정말 재밌겠다는 생각을 항상 했다.

- 어떤 경기를 추구하는가?
찬성이형의 제자지만 경기 스타일은 반대다. 때리려는 것보다 어떻게 하면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래서 도미닉 크루즈, 드미트리우스 존슨 같은 선수를 좋아한다. 스타일이 그런 데에다 지금까지 맞붙은 상대들이 소극적인 경우가 많아 박진감 넘치는 경기가 잘 나오지 않은 것 같다.

- 본인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찬성이 형한데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게 멘탈이라고 배웠고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멘탈에서 자신이 있다. 사람마다 기준이 다를 수 있는데, 난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에서 싸우는 것을 좋아한다. 상대방에게 응원이 쏠릴 때 더 불타오르는 것 같다. 이번 대회가 열리는 장소기 상대의 홈이고, 3만석이 매진된 만큼 내겐 좋은 상황이다. 더 기대되고 재밌을 것 같다.

- 데뷔전 상대가 만만치 않다.
사실 페트로 얀을 2016년 말부터 알고 있었다. 난 거의 모든 단체의 경기 영상을 다 보는 편이다. 그의 경기를 보며 느낀 점은 실력이 좋고, 내가 추구하는 스타일과 반대라는 점이다. 레슬링과 복싱을 잘 하는데, 강한 멘탈 역시 장점이다. 지금까지 지향했던 싸움에 비해 조금 더 모험 걸어볼 생각이다.

- 본인이 이길 수 있는 근거가 무엇인가?
결국 그가 이기는 방법은 두 주먹의 펀치다. 반면 난 더 많은 무기를 동원할 수 있다. 훈련이나 경기에서도 항상 그렇게 했다. 다양한 공격 옵션으로 상대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페트로 얀은 나와의 경기를 쉽게 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1분씩 지날 때마다 '내가 지고 있나?' 하는 생각을 갖게 만들면 빈틈이 보일 것 같다.

- 경기에 임하는 마인드 혹은 본인만의 싸움 철학이 있는가?
특별히 그런 것은 없다. 이번은 UFC 데뷔전이라 조금 예외이긴 하지만, 경기라고 결코 다르지 않다. 하루하루 운동하면서 누구보다 열심히 살고 있다. 내가 잘 하는 것을 하러 옥타곤에 올라간다고 생각할 뿐이다.

- 스승인 정찬성에게 가장 많이 배우는 것이 무엇인가?
어떻게 해야 강해질 수 있는지, 강해지기 위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방법을 많이 배웠다. 그게 가장 중요하다.

- 과학고 출신에 중앙대학교에 재학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진로를 틀 만큼 MMA가 크게 다가왔나?
고등학교 때 노력에 비해 결과가 잘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물론 그때의 방법이 잘못됐다는 것을 나중에 알긴 했으나, 당시엔 공부는 더 이상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찬성이 형의 경기를 보고 2012년 형을 찾아가 시작했는데 너무 만족스러웠다. 노력한 만큼 강해지고 성장할 수 있는 게 큰 매력이었다. 하루하루 열심히 사니까 보상이 됐다. 그것만큼 뜻 깊은 게 없었다.

- 프로 데뷔 4년 만에 UFC에 진출했다. 빨리 성장한 비결이 무엇인가?
어떻게 하면 빨리 성장할 수 있는지를 빨리 캐치한 것 같다. 누구나 열심히는 한다. 하루에 3~4타임씩 훈련을 소화하는 선수도 있다. 난 어렸을 때부터 운동한 사람이 아니다. 어떻게 하면 강해질 수 있는지 찬성이 형을 보면서 배웠다. 하루를 헛되게 보낸 적이 없다. 지난 4년간의 모든 훈련을 일지에 기록했다. 하루 지나면 오늘보다 무엇이 나아진 게 느껴지고 그때의 기술과 느낌을 남겼다. 그래서 빨리 강해질 수 있었다.

- 선수로서 어떤 꿈을 가지고 있는가?
이 운동을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무조건 세계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나중에 내 자식들에게, 우리 부모처럼 노력하면서 열심히 살면 최고의 위치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고 싶다. TJ 딜라쇼가 가지고 있는 밴텀급 타이틀을 빨리 가지고 싶다.

- 성장하기 위해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가?
이번 경기에서 승리한다면 타이틀까지 가는 길이 그리 멀지 않다고 생각한다. 페트로 얀은 UFC 밴텀급의 기대주다. 그를 이긴다면 랭커와의 대결도 가능하리라 본다.

- 마지막으로 각오 한 마디 부탁한다.
찬성이 형이 말한 대로 무조건 이기는 경기를 하겠다. 포기하거나 지친 모습 보이지 않고 러시아에서 반드시 이기고 돌아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