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더급 챔피언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는 약점이 없는 선수로 평가받는다. 그는 2013년 말부터 현재까지 20연승을 질주하고 있다. 옥타곤에서만 10승을 거둬들였다. 과거 최강이었던 조제 알도와 채드 멘데스를 꺾었고 현 최강 맥스 할로웨이를 두 번이나 이겼다.
정찬성은 그런 그의 가장 큰 장점으로 영리함을 꼽는다. 신장이 작은 단점을 영리한 운영으로 극복한다는 것. MMA를 스포츠로 대하는 능력만 보면 볼카노프스키가 최고라고 인정한다.
하지만 볼카노프스키가 모든 것을 다 증명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정찬성은 볼카노프스키가 한 쪽으로 치우친 상대들을 많이 이겼다면서, 자신처럼 모든 상황에서 경기를 끝낼 수 있는 파이터는 만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체적으로 보면 자신이 더 나은 파이터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이하 일문일답)
- 처음 타이틀전을 치른 뒤 약 9년이 지났다. 이번에 파이트위크를 경험하면서 과거와 어떤 점이 다르게 느껴지는가?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당시엔 모든 상황이 긴장됐다. 그때 난 어렸고, 어린 선수가 타이틀전에 도전하는 상황에 많이 떨린 것 같다. 이젠 경험도 쌓이고 나이도 차면서 편해졌다.
- 편하다고 했는데, 알도와의 경기를 치르면서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브라질에서 마주치는 현지인들마다 다 나보고 '너는 죽을 거다'고 했다. 신경 쓰지 않으려 했는데 압박이 됐던 것 같다. 지금은 누가 칼을 들든 총을 들든, 아니 총은 좀 무서울 것 같다. 어쨌든 괜찮을 것 같다.
- 볼카노프스키가 20연승을 하며 커리어에서 절정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다른 누가 모르는 약점을 찾아낸 게 있다면?
나처럼 모든 상황에서 경기를 끝낼 수 있는 상대를 만나보지 못한 것 같다. 한 쪽으로 많이 치우친 선수들을 상대한 것 같다. 전체적으로 보면 내가 더 나은 파이터라고 생각한다.
- 오랜 시간 UFC에서 경쟁하고 있다. 타이틀을 갖는 게 어떤 의미가 있나?
타이틀을 따내기 위해 지난 15년간 경험을 쌓은 것 같다. 챔피언은 내 꿈이다. 그렇지만 너무 긴장하지 않으려 한다. 즐길 생각이다. 그래야 실수하지 않고 최고 버전의 코리안 좀비가 나올 수 있다.
- UFC에서 세계적인 선수들과 많이 싸웠는데, 그들과 비교해 볼카노프스키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나?
이게 어떤 부분이냐에 따라 다른 것 같다. 경기 전에는 조제 알도가 가장 무서웠다. 내가 볼카노프스키에게 피니시를 당할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영리한 선수다. 그래서 나도 거기에 맞춰 준비했다. 아니면 똑똑한 상대이기에 오히려 싸움을 만들어야 할 것 같은 생각도 든다. MMA를 스마트하게 스포츠로 하는 선수로 치면 볼카노프스키가 최고라고 생각한다.
- 지난 9년간 볼카노프스키의 퍼즐을 누구도 풀지 못했다. 그걸 풀어야 하는 입장인데, 준비과정이 어땠나?
이번에는 멘탈까지 같이 준비했는데 많이 도움이 된 것 같다. 상대가 잘한다고 해서 스트레스를 받는 것보다 오히려 받아들이면서 내가 잘하는 것을 보완했다. 그러면서 답을 찾아가는 것 같다. 그런 과정이 재밌었다.
- 멘탈 트레이닝이 어느 정도로 도움이 됐나?
아직 경기를 해보지 않아서 모르지만, 스파링을 할 때 생각을 바꾸니 마음이 편해지고 내가 해야 할 기술이 잘 생각이 나며 상대에게만 포커스를 맞추는 기분이 들었다. 스파링 때 했던 것을 실제 경기에서 나오게 하는 게 목표다.
- 볼카노프스키가 오르테가를 상대로 타이틀을 방어한 것을 어떻게 봤나?
그런 경기를 보면서 볼카노프스키가 스마트한 선수라는 것을 느끼는 것 같다.
- 할로웨이가 부상으로 아웃됐다. 그때 많은 선수들이 서로 나서서 싸우겠다고 했다. 그때 타이틀전 기회를 잡을 수 있겠다는 자신이 어느 정도였나?
그런 것을 느끼기도 전에 UFC로부터 연락이 왔다. 그리고 다른 선수들이 싸우겠다는 것을 보면서 기분이 좋았다(웃음).
- 이번 타이틀 도전이 커리어에서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나? 그리고 그것이 어느 정도의 압박으로 다가오는가?
마지막 경기는 아니지만 마지막 타이틀 도전이긴 할 것 같다. 나이도 먹고 너무 많이 다쳤다. 오래 싸우면서 후유증에 시달리는 선수들을 많이 봤다. 그렇게 되고 싶진 않다. 몇 번은 더 싸우겠지만 타이틀 도전은 이번이 마지막일 것 같다.
- 파이팅 스타일 때문에 좀비라는 별명은 얻었다. 좋아하는 좀비 영화라도 있나?
좀비 영화나 시리즈물은 거의 다 봤다. 28 데이즈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 한국의 많은 팬들이 기대를 하고 있다. 그분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대한민국 격투기의 역사를 만들고 싶다. 내가 챔피언이 되어 많은 한국인 파이터들이 이 기록에 도전하고, 그것을 누군가가 깼으면 좋겠다. 누구든 한 명은 이뤄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