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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서 다시 만난 두 남자

UFC에서 재대결은 흔히 볼 수 있지만 가장 가치 있고 드라마틱한 재대결은 신인 시절 맞붙었던 두 선수가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정상에서 다시 만난 경우가 아닐까 싶다.

UFC 278의 메인이벤트인 카마루 우스만과 레온 에드워즈의 웰터급 타이틀매치가 이 경우에 해당한다. 

두 선수는 지난 2015년 12월 맞붙은 경험이 있다. 당시 우스만에겐 TUF에서 우승한 뒤 옥타곤 경쟁의 출발점이었으며, 한 해 먼저 UFC에 입성한 에드워즈에겐 네 번째 경기였다.   

첫 대결에서는 우스만이 웃었다. 우스만은 당시에도 뛰어난 밸런스와 특유의 안정감, 경기를 지배하는 능력으로 에드워즈에게 판정승했다.

희비가 엇갈린 순간이었다. 우스만이 TUF 우승에 이어 옥타곤에서의 순항을 이어간 반면 에드워즈는 UFC에서 2승 2패를 기록하게 됐다. 그 실적만 놓고 보면 앞으로의 긍정적인 전망을 하기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이후 둘은 약속이나 한 듯 지금까지 한 번도 패하지 않고 수직 성장했다. 둘 모두 비슷한 스타일로 점차 성장했다. 뛰어난 신체능력을 기반으로 한 밸런스, 경기를 지배하는 안정된 운영이 그들의 장점이었다.

정상애 먼저 도달한 선수는 우스만이었다. 그는 에드워즈를 꺾은 뒤 5승을 추가하더니 데미안 마이아와 하파엘 도스 안요스라는 강호를 잡아 타이틀 도전의 명분을 쌓았고, 마침내 2019년 챔피언이었던 타이론 우들리를 압도하고 벨트를 허리에 둘렀다. 이후에도 콜비 코빙턴과 호르헤 마스비달을 두 번이나 꺾는 등 그의 파죽지세 행보는 멈추지 않았다. 

에드워즈는 서두르지 않았다. 2승 2패를 기록한 터라 입지가 조금 불안했고 위치도 우스만보다 낮았지만 차근차근 성장했다. 우스만이 챔피언에 오르던 시기에 에드워즈는 8연승을 달성했다. 

지난해 벨랄 무하마드와의 대결에선 경기를 우세하게 풀어가던 중 의도치 않은 반칙 공격으로 승리를 얻지 못했으나 복귀전에서 네이트 디아즈를 가볍게 누르며 마침내 그토록 기다리던 타이틀 도전 기회를 거머쥐었다. 그리고 그가 넘보는 정상의 자리에는 우스만이 앉아 버티고 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우스만은 챔피언이 되더니 선수로서 더 강해졌고, 언행에서도 자신감이 넘친다. 과거 TUF에 참가했을 때 낯선 듯한 표정과 말투는 사라진지 오래다. 이미 꿈을 100% 이상 초과 달성한 만큼 그럴 만하다.

UFC 278의 사전 기자회견에서도 우스만은 억지와 농담, 유머가 섞여있는 자신감 있는 말투로 분위기를 휘어잡았다. 백스테이지에서 마스비달에게 기습을 당한 에드워즈를 위해 마스비달을 혼내줬다는 그의 큰소리는 누가 봐도 믿기 어려웠지만, 뻥뻥 내지르는 그 대찬 태도 하나 만큼은 인상적이었다.

에드워즈는 언제나 그렇듯이 조용하고 묵묵하다. 언변에선 특출난 모습을 보이지 못했으나 그는 결과로 말하려 한다. 레슬링이 강한 우스만에게 레슬링으로 붙어보자며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쉬운 상대는 아니지만, 챔피언 중의 챔피언이라고 할 수 있는 우스만을 꺾는다면 그 효과는 상당할 전망이다.

한편 UFC 278은 오는 21일(한국시간) 미국 솔트레이크 시티에서 열린다. 두 선수의 대결이 메인이벤트로 펼쳐지며 코메인이벤트는 파울로 코스타 대 루크 락홀드의 미들급 매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