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에서 내려온 파이터들을 보면 이상할 정도로 급격히 추락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한 때 미들급 최강자로 군림했던 앤더슨 실바, 웰터급 챔피언이었던 로비 라울러와 타이론 우들리, 조제 알도와 요안나 예드제칙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다시 정상을 향해 달려가거나 실제 타이틀을 탈환한 파이터도 있다. 이번 주말 UFC on ESPN 22에서 복귀하는 로버트 휘태커는 후자에 해당한다.
휘태커는 2017년 7월 UFC 213에서 요엘 로메로를 꺾고 잠정챔피언에 등극한 뒤 조르주 생피에르의 타이틀 반납으로 정식 타이틀을 부여받았다. 이듬해엔 로메로를 다시 한 번 물리치고 첫 방어전을 완수한 뒤 2019년 10월 이스라엘 아데산야에게 패했다.
타이틀을 잃은 뒤의 첫 경기는 대런 틸과의 맞대결이었다. 쉽지 않은 경기가 예상됐다. 틸은 웰터급에서 올라왔으나 미들급의 누구도 쉽게 보기 어려울 정도의 경쟁력을 갖췄다. 체격과 힘에서는 휘태커보다 우위에 있다고 평가받았다.
예상대로 경기는 치열했다. 누가 이긴다고 예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막상막하의 양상으로 전개됐다. 그러나 휘태커는 3라운드에 테이크다운을 꺼내들어 가까스로 승리했다. 레슬링에 자신이 있었고 어떻게 해야 경기에서 이길 수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지난해 10월 재러드 캐노니어와의 대결도 위험한 경기였다. 캐노니어는 라이트헤비급에서 내려온 파이터로 상당한 KO율을 자랑한다. 데이빗 브랜치, 앤더슨 실바, 잭 허만슨을 차례로 KO시키며 정상까지 바라보던 그였다. 하지만 휘태커는 뛰어난 운영으로 다시 한 번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며 1위 자리를 굳건히 했다.
당초 휘태커의 이번 상대는 랭킹 2위 파울로 코스타였다. 그러나 코스타의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서 켈빈 가스텔럼으로 바뀌었다. 1위인 그에게 8위 가스텔럼은 매력적인 상대와 조금 거리가 있다.
분명한 것은 현재 그는 1위다. 이미 1위에 올라있는 만큼 상대의 랭킹이 높든 낮든, 이기면 1위 자리를 고수하는 것은 변함이 없다. 챔피언이 되지 않는 이상 지금이 최고의 위치인 것이다. 즉 상대가 누구든 이기기만 하면 가장 유력한 도전자를 유지하는 셈이다. ‘
한동안 부진했던 가스텔럼은 올해 초 승리하면서 재도약의 기반을 마련했다. 랭킹 차이는 적지 않으나 복병의 성향을 가진 파이터로 평가받는다. 체격은 미들급에서 가장 작지만 펀치 파워와 스피드는 휘태커에게 밀리지 않는다.
휘태커는 가스텔럼에게 갚아야 할 빚이 있다. 그는 2019년 2월 UFC 234에서 가스텔럼을 상대로 타이틀 방어전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경기 전날 건강 문제로 출전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가스텔럼으로선 일생일대의 기회를 놓친 셈이다.
그에겐 이 경기가 아데산야와의 2차전을 확정지을 수 있는 중요한 일전이다. 승리도 중요하지만, 아데산야와 다시 맞붙어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다는 기대감을 심어주기 위해선 화끈한 피니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