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C에서 30경기 이상을 소화하면서 20승 이상을 달성한 선수는 역사상 6명뿐이다. 이것은 타이틀 보유와는 상관이 없는 것으로, 얼마나 오랜 기간 일정수준 이상의 경기력을 유지하면서 자기 관리를 잘 했는지 여부가 관건이 된다.
대표적인 경우가 라이트급에서 경쟁하는 짐 밀러다. 2008년 UFC에 입성한 그는 데뷔전부터 지금까지 치른 모든 프로 경기를 옥타곤 안에서 소화했다. UFC의 글러브를 끼고 지금까지 치른 경기만 무려 35경기. 웬만한 파이터들의 프로 통산전적보다 많은 숫자다.
35경기는 UFC 역사상 최다경기 기록에 해당하며, 도널드 세로니 역시 같은 35경기를 뛴 상태다. 세로니와 달리 라이트급에서만 경쟁한 그는 라이트급 최다 경기와 라이트급 최다승 기록도 가지고 있다.
또 그래플러인 그는 라이트급에서 가장 많은 9회의 서브미션을 성공시켰으며, 지금까지 받은 보너스 횟수는 11회에 이른다. 다른 유명 파이터들처럼 화려한 커리어는 남기지 못했지만, 장기간의 꾸준함이 이런 결과를 만들어냈다.
1983년생, 어느덧 그도 한국 나이로 치면 38세로 커리어의 황혼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그의 경쟁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과거나 지금이나 옥타곤에서 매년 약 3경기씩을 꾸준히 갖는 건 변함이 없다.
이번 주말 밀러는 또 한 번 UFC의 역사를 쓴다. UFC 출범 28년 이래 최초로 36번째 경기에 나선다. 오는 21일(한국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UFC on ESPN 11이 그 무대다. 이 경기 이후 그는 최다경기 부문 단독 1위로 올라서게 된다.
그가 계속 싸우는 이유는 단순하다. "난 아직 모든 상대들과 다 싸우지 못했다"고 웃으면서 "전문적으로 싸우는 것과 프로파이터의 사이에는 다른 점이 있다. 싸움으로 수입을 올리는데, 현재로서는 돈을 벌 수 있는 재밌는 방법이다"고 했다.
과거 매치메이커로 활동한 조 실바 역시 밀러는 기회가 생기면 2주마다 싸울 수 있는 몇 안 되는 선수라고 생각했었다. 날짜와 장소, 시간만 정해지면 즉각 응했던 그였다.
또 아직 보여줄 게 더 남았다고 생각한다. 좋지 않은 결과를 맞을 때도 있지만, 경기의 결과를 바꿀 수 있었거나 무엇을 했어야 했는지 깨닫곤 한다. 쉽진 않지만 자신이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밀러는 자신이 세우고 있는 기록보다 동료들에게 인정을 받는 파이터가 되길 원한다.
"항상 타이틀에 도전할 기회를 갖고 싶었고, 여전히 그 기회가 남아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동료들의 존경을 잃으면 그게 가치가 있는지 모르겠다"는 밀러는 "숫자는 나에게 정말 아무 것도 아니다. 다른 체급의 경쟁자들이 나와서 그들이 엄청난 팬이라고 할 때 그것은 내게 큰 의미가 있다. 그게 내게 필요한 전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