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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스 콘딧, 자존심 회복 시동

카를로스 콘딧은 별명이 잘 어울리는 선수 중 한 명이다. 타고난 킬러를 뜻하는 '더 내추럴 본 킬러'는 콘딧의 외모나 경기 스타일에 적합한 느낌을 풍긴다. 항상 싸움을 즐기며 한 순간에 상대를 끝내는 능력이 뛰어난 콘딧에게 '딱'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잘생긴 외모와 큰 키를 갖춘 데에다 항상 매력적인 경기를 펼치다 보니 팬들에게 인기가 없을 수 없다. 콘딧은 이길 때나 질 때나 늘 화끈한 모습으로 명 경기를 보증하는 대표적인 선수다. 

UFC에 콘딧 같은 전적을 가진 선수는 드물다. 2002년 종합격투기에 데뷔한 콘딧은 지금까지 31승(13패)을 거뒀는데, 그 중 28승을 KO 및 서브미션으로 끝냈다. 백분율로 환산하면 그의 피니시율은 90%에 이른다. 

피니시율이 90%나 되는 것도 대단한데, 30승을 올린 선수가 이런 결과를 만들었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콘딧은 WEC와 UFC에서 항상 강호들과 경쟁했고 그 과정에서 닉 디아즈, 로리 맥도널드, 김동현, 제이크 엘렌버거 등을 꺾었다. 

그러나 2012년 조르주 생피에르와의 웰터급 통합타이틀전에서 패한 뒤 주춤하더니 하락세를 걸었다. 당시 타이틀 전선에서 경쟁했던 조니 헨드릭스, 로비 라울러, 타이론 우들리와의 경기에서 고개를 숙였다. 2016년 데미안 마이아에게 무기력하게 무너진 뒤 옥타곤에서 그를 볼 수 없었다. 

당시 콘딧은 "내가 원하는 수준으로 더 싸울 수 있을 지에 대해 확신할 수 없다"라며 "거의 10년간 정상급 선수로 지내야만 하는 압박감을 견뎌내 왔다. 좋아하는 일을 오랜 시간 직업으로 해왔지만 더 이상 이곳에 있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은퇴를 시사한 바 있다.

그러나 송충이는 솔잎을 먹는 법이다. 약 1년 동안 옥타곤 밖에서 경제활동을 했던 콘딧은 마음 한 편의 허전함을 채울 수 없었고, 결국 이듬해 9월 UFC 측에 복귀 의사를 전하며 경기를 요청했다.

복귀에 대해 콘딧은 "내 몸과 마음이 싸움을 원했다. 죽는 날까지 싸우고 싶어 할 것이다. 난 파이터고 이 스포츠를 사랑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몸은 마음을 따라가지 못했다. 복귀전에서 당시 랭킹 12위였던 닐 매그니에게 판정패하더니 2018년에도 알렉스 올리베이라와 마이클 키에사에게 각각 고개를 숙이며, 최근 5경기에서 전부 패하는 치욕을 겪었다. 과거의 킬러다운 모습은 볼 수 없었다. 그리고 다시 긴 휴식에 들어갔다.  

이대로 커리어를 마감할 수는 없었다. 콘딧은 한 번 더 도전을 다짐했고, 마침내 지난해 10월, 코트 맥기를 상대로 5년 만에 승리를 맛봤다. 콘딧다운 화끈한 KO승은 아니었지만 어떤 승리보다 귀했다.

이젠 연승에 도전할 차례. 콘딧은 이번 주말 아부다비에서 열리는 UFC FIGHT ISLAND 7에서 맷 브라운과 만난다. 상대인 브라운과는 과거 한 차례 경기가 잡혔다가 부상으로 취소된 적이 있다.  

브라운 역시 콘딧과 비슷한 행보를 걷고 있다. 한동안 부진했다가 은퇴를 선언했지만 맘을 바꾸고 옥타곤으로 다시 돌아왔다. 2019년 말 복귀해 1승 1패를 기록 중이다. 

과거 잘나갔던 콘딧과 브라운. 타이틀을 바라본다고 하기엔 너무 먼 얘기 같다. 부진에서 벗어나고 커리어의 마지막을 아름답게 하기 위한 목표가 이들에겐 현실적이다. 그러나 둘 모두 이겨야 할 이유가 분명하고, 항상 뜨겁게 싸우는 만큼 흥미로운 경기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