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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스가 다른 발렌티나 셰브첸코

격투기만큼 남성적인 스포츠도 없다. 반대로 말하면 격투기만큼 여성과 어울리지 않는 스포츠도 없다. 여성이 이 스포츠를 하는 것 자체만으로 대단한 선택이고, 누구보다 거친 인생을 사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세상이 바뀌었다. 2010년을 넘어서면서 여성 격투기가 활성화됐고, 현재는 많은 여성들이 격투판에 뛰어들고 있다. 과거 여성부에 부정적이었던 UFC에도 4체급의 여성부가 신설됐다.  

그러나 이 선수만큼 격투기가 인생의 전부인 여성 파이터도 없을 듯하다. UFC 플라이급 챔피언 발렌티나 셰브첸코는 격투기로 인생을 살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셰브첸코는 5살에 태권도에 입문하며 격투스포츠와 인연을 맺었고, 12살 때 아마추어 킥복싱 대회에서 22살의 성인을 넉아웃 시키는 등 두각을 나타냈다.

프로 생활은 지금으로부터 17년 전인 2003년부터 시작했다. 당시 그녀의 나이 불과 15세였다. 사춘기 시절부터 진로를 확실히 정하고, 남들과 다른 길을 걸은 셈이다.

종목을 가리지 않았다. 프로 데뷔는 종합격투기로 했지만 입식격투기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면서 간간이 종합격투기 경기를 소화했다.

셰브첸코는 입식격투기에서 무려 58전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 중 56번을 이겼고 패배는 단 두번 뿐이다. 그 전적을 쌓는 과정에서 수많은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우승 또는 챔피언에 오른 횟수만 20회에 이른다. 세계 정상급의 킥복서로 명성을 떨쳤다.

종합격투기에서는 입식격투기를 떠난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경쟁했다. 2015년 그녀는 레거시FC라는 단체를 거쳐 그해 말 UFC에 데뷔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플라이급을 넘어 여성부를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활동 중이다.

한동안 자신에게 맞는 마땅한 체급이 없어 상위 체급인 밴텀급에서 경쟁한 셰브첸코는 3승 2패의 전적을 남겼다. 좋은 전적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두 번의 경기가 전부 현 챔피언 아만다 누네스와의 대결이었고, 두 번 모두 백중세였다. 2차전은 누구의 손이 올라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사라 카푸만, 홀리 홈, 줄리아나 페냐 등의 컨텐더들을 꺾었다. 

2018년 마침내 그녀가 그토록 바라던 플라이급이 신설됐다. 밴텀급에서도 최정상급의 기량을 지닌 그녀가 플라이급 챔피언에 오를 것은 의심하는 사람이 없는 것은 당연했다. 

플라이급에서의 셰브첸코는 물 만난 고기가 따로 없었다. 프리실리라 카초에이라를 손쉽게 이기더니 2018년 말 요안나 예드제칙을 꺾고 챔피언에 등극했다. 이후 현재까지 3차 방어에 성공했다.

흔히 ‘클래스가 다르다’는 말을 하는데, 셰브첸코를 두고 하는 말인 것 같다. 셰브첸코는 보통의 여성파이터와는 급 자체가 다르다. 지난해 제시카 아이를 하이킥으로 쓰러트릴 때의 모습은 여성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이번 주말 열리는 UFC 255에서 셰브첸코는 4차 방어전에 나선다. 타이틀전은 최고의 실력을 가진 두 파이터가 맞붙는 경기인데, 무게는 한 쪽으로 크게 쏠려 있다. 현재 배당만 보더라도 챔피언 셰브첸코 -1505, 도전자 마이아 +842다. MMA에선 좀처럼 보기 어려운 배당이다.  

셰브첸코는 자신의 격투 인생 최대고지인 UFC 챔피언에 올랐지만 여전히 배가 고프다.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경이로운 커리어를 만들려고 한다. 플라이급에서 압도적인 방어 횟수와 더불어 밴텀급 타이틀도 노린다. 그녀는 아만다 누네스와의 2차전은 자신의 승리라고 주장하면서 3차전을 원한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