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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라 그레이시 시리즈, 재미와 교훈을 동시에

 


딱히 놀랄만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키라 그레이시의 딸 아이라(1세)는 벌써 도복을 한 벌 가지고 있다. 이게 그레이시 가문의 방식이다.
“이제 걷기 시작했는데 도복을 입혀놓고 매트에서 같이 놀아줬지요”라고 키라 그레이시는 말한다. “아직 아무것도 모르지만 익숙해지고 있어요. 마운트 포지션에 올려두면 많이 웃던걸요. 그래서 이렇게 시작하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아직은 아이라에겐 놀이의 차원이죠. 하지만 미래에는 격투기를 하고 있을 겁니다. 그러기를 바라요”
 
키라 그레이시는 웃었다. 아마도 그녀의 과거 삶을 돌아보는 것일 수도 있다. ‘그레이시’라는 이름은 사람들이 처음에 키라 그레이시를 어떻게 바라봤는지, 그녀에게서 어떤 것을 기대했는지를 말해준다. 만약 당신이 주짓수 및 MMA 종가의 일원이었다면  당신도 매트에서 훈련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격투기를 일생의 업으로 삼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 그레이시 가문에서 개발한 ‘유술’은 배워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그레이시 가문이라면, 주짓수를 하기로 결정했다면 강해져야해요”라고 키라가 말했다. “가문의 이름을 대표해서 제대로 싸우는 것을 항상 원했고 열심히 훈련했어요. 승패 결과는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지만, 항상 이기기 위해서 싸웠어요. 30%만, 50%만 싸우는 일은 있을 수 없죠. 항상 100%로 그리고 최선을 다해서 싸웠어요”

“그레이시 가문의 일원이라면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하게되죠. 사람들은 내 경기를 보고 싶어하고, 또 이기고 싶어해요. 그게 내가 성장한 방식이죠. 그래서 그런 방식 이외에는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잘 모르겠어요(웃음).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죠. 학교에 가도 나는 그 학교의 ‘그레이시’가 되는 거고요. 그래서 ‘그 여자애 있잖아, 그레이시래’하는 말이 도는 거죠. 그런 사람들은 저를 무서워 했어요. 하지만 그런 방식으로 성장하다보니 압박에 대해서 잘 대처하게 되고 가문의 이름을 잘 대표할 수 있게 되는 거죠”

오늘날, 30세인 리오 데 자네이루에 거주하는 키라 그레이시는 그레이시 가문의 영부인이라 할 수 있다. 세계선수권에서 수 차례 우승했으며 ADCC에서도 금메달을 따낸 주짓수 3단, 키라 그레이시는 전세계 최고 그래플러 중 한 명이다. 하지만 주짓수에서 키라 그레이시는 아직 최고의 위치에 도달하지 못했다. 서글서글하면서도 기품이 있는 그녀의 삼촌 헨조 그레이시는 주짓수 대사역할을 해왔다. 그리고 키라 그레이시가 동료 선수들에 대해서 이야기 할 때면 강하게 감정을 이입하는 것이 느껴졌다.
UFC 파이트패스에서 방영되는 ‘The Third Degree with Kyra Gracie’ 프로그램을 보면 충분히 잘 드러난다. 이 작품은 키라 그레이시가 전 세계를 돌며 다양한 무술에 푹 빠져보고, 특정 체육관이나 도장에서 선수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 격투기 기술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아니라는 것. 그 이상의 것을 다루는 프로그램이다.

"기술이라면 어디서든 볼 수 있잖아요. 유튜브에서 보고 배울 수도 있고요.(웃음) 파이터가 되는데 어떤 것이 필요한지 보여주고 싶었어요. 파이터들의 생활, 격투기에서 성공을 거두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리고 무술의 정수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왜 그들은 챔피언이 되기 위해서 이러한 희생을 감수하는 걸까? 왜 선수들은 모든 걸 포기하고 살던 곳에서 멕시코 시티로 훈련을 하러 가는 것일까? 그 이유를 알고 싶었어요. 활동기간의 대부분은 후원업체가 없죠. 돈 벌기도 힘들고요. 선수들은 꿈을 좇는 거죠. 이 것이 이번 프로그램에서 제가 보여주고 싶은 바로 그 부분입니다. 선수들이요. 내가 복싱이나, 기술을 보여준다면 그냥 별다르지 않은 프로그램이 되겠죠. 하지만 저는 뭔가 다른 걸 해보고 싶었어요”

키라 그레이시는 이런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프로그램의 1회 방영분에서 키라 그레이시는 고국 브라질의 주짓수에 집중한다. 그리고 그녀에게 있어서 아직도 주짓수 수련의 지침이 되는, 전설적인 ‘그레이시 챌린지’에 대해 알아본다. 2회에서는 멕시코 시티와 로만자 체육관을 방문해 주제를 바꾼다. 그곳에서 이그나시오 ‘나초’ 베리스타인을 만난다. 베리스타인은 몇 명의 복싱 세계챔피언을 배출한 명망높은 트레이너다. 또한 마르케스 형제도 만나본다.

프로그램 2회에서는 키라 그레이시와 2명의 형제를 따라다니며 취재를 계속한다. 마르케스 형제가 체육관에서 보내는 시간, 그리고 경기를 가지는 것을 넘어서 다른 부분까지도 보여준다. 2회차 프로그램이 장미빛 꿈과 찬란한 희망으로만 가득차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냉엄한 현실과 격투기에 대해서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키라 그레이시는 로만자 체육관에 들어섰을 때는 몰랐었던 어떤 깨달음을 얻고 멕시코 시티를 떠난다.

“온 가족을 데리고 토너먼트에 출전하고 했어요. 어머니, 언니, 그리고 모두 함께 갔었죠”라고 키라 그레이시는 말했다. 하지만 내가 로만자 체육관에 갔을 때 선수들에게 ‘경기에 남편이나 여동생을 데리고 가느냐’라고 물었죠. 선수들은 ‘아니오. 절대로 안 데려가요. 우리가 일하는 곳에 가족을 데려가지 않아요. 왜냐면 제대로 집중할 수 없으니까요’라고 대답하더군요. 저는 ‘그 말도 맞아요’라고 대답했죠. 저는 가끔 어머니를 데리고 대회장에 가곤 했는데 어머니는 그레이시 가문이지만 그다지 훈련을 많이 한 건 아니거든요. 그리고 ‘나는 여기서 경기를 하고 있고 어머니가 보고 있으니까 잘 해야지’하는 압박감을 느끼는 거죠. 그래서 베리스타인이 그 부분을 가르쳐준 거죠. 그리고 멕시코 사람들은 신앙심이 깊어요. 저는 ‘경기를 앞두고 신앙에 많이 의지하나요? 경기 전에 기도를 하나요?’라고 물었죠. 베리스타인은 ‘여기 멕시코에서 우리는 기도에 대해 생각하지 않아요. 열심히 훈련했다면 그에 걸맞는 걸 성취할 수 있을 겁니다. 훈련을 제대로 안 했다면 기도를 하든 안하든 상관없어요’라고 하더군요. 저랑은 다른 방식이었는데 그런 사고방식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았어요. 베리스타인은 복싱계에서 전설적인 선수들을 훈련시켰고 또한 챔피언도 많이 배출했어요”

베리스타인은 또한 키라 그레이시에게 몇 가지 충고를 하기도 했다. 제법 펀치를 치는 것 같기도 했다. 이는 아마도 키라 그레이시가 수백만번은 들었을 질문으로 이어진다. - 키라 그레이시의 미래에 MMA가 있는가? 그레이시 가문에서 3명의 파이터, 진짜배기 중 진짜배기라 할 수 있는 헨조, 하이언, 하우프 그레이시를 배출해낸 것을 생각해내면 이 질문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저는 하이언, 하우프, 헨조와 같은 집에서 자랐어요. 제 집을 생각해보세요(웃음). 이 세 사람은 훈련을 하고 있거나 아니면 어떤 이유로 싸우고 있는 거죠”
그렇다면, 우리는 키라 그레이시가 4온스 글러브를 낀 모습을 볼 수 있을까?
“MMA는 항상 내가 도전해보고 싶은 종목이었어요. 그리고 MMA 훈련도 하고 있었는데 임신을 해버렸죠”라고 키라 그레이시는 말했다. “아이를 가진 거죠. 이제 1살입니다. 인생계획을 세우는 것이 힘들죠. 하지만 저는 평생에 걸쳐서 경쟁을 했어요. 성장하면서 MMA 경기를 봤지요. 그 당시에는 발레투도였지만. 제가 어린 소녀였을 때 삼촌, 사촌들 사이를 걸어다녔죠. 그들이 싸우는 것도 지켜봤고요. 그래서 MMA는 제 유전자에 심어져 있는 거라고 봐요. 그리고 내가 훈련을 할 때면 저는 싸우고 싶은 기분이 들어요. 하지만 내가 MMA를 할지에 대해서는 대답하기 어려워요. 할 수도 있어요. 마음 깊숙한 곳에 싸우고 싶다는 욕망은 있어요”
키라 그레이시의 신중함은 당연하다. 그레이시라는 이름에 과거의 업적을 지니고 MMA에 들어선다면 큰 이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키라 그레이시가 분명히 말했듯이 만약 MMA에 도전한다면, 돈 이외의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돈만을 보고 싸운다면 그렇게 높이 올라갈 수 없을 겁니다”라고 키라는 말헀다. “내가 이번 프로그램에서 이야기한 그런 이유를 지니고 싸워야 해요. 자신을 위해서, 자신의 내면에 지니고 있는 그 무언가를 위해서 싸워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끝난 거죠. 저는 주짓수에서 경쟁을 할 때 항상 그레이시 가문의 여성도 주짓수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검은 띠가 되고, 세계 챔피언이 되기 위해서 싸웠어요. 나 자신, 내 가족을 위해서 싸웠어요. 그리고 그것이 내 열정이었죠. 그래서 내가 만약 MMA에 나간다면 이런 감정을 지니고 경기에 출전할 겁니다”
한편으로 ‘The 3rd Degree’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키라 그레이시는 한동안 계속 바쁠 것이다. 2016년은 일본을 방문해서(유도와 태권도), 미국(레슬링), 태국(무에타이)를 취재할 것이기 때문이다.

“모두 다뤄볼 겁니다”라며 그녀는 웃었다. 하지만 잘 된 일이기도 하다. 이번 시리즈를 한 번 보게 된다면 나머지도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번 프로그램을 시청한다면 키라 그레이시도 이번 시리즈를 계속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프로그램은 항상 해보고 싶었던 그런 프로그램입니다. 주짓수에서 경쟁을 할 때도 항상 각지를 떠돌면서 무술을 익혀보고 싶었어요. 그러니 이번 프로그램에서 제 꿈을 이룰 수 있게 된거죠. 그리고 또 내가 브라질에서 진행을 할 때는 여러 종목을 훈련을 해봐야 해요.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다 하고 이야기를 하려면요. 다 내려놓고 다시 수련을 할 수 있는 거죠. 그래서 좋은 것 같아요” 

키라 그레이시와 함께하는 ‘The 3rd Degree’ 프로그램은 UFC 파이트 패스에서 시청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