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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좀비의 '어메이징'은 계속된다

 


'코리안 좀비' 정찬성은 데니스 버뮤데즈와의 이번 경기에 대해 '지름길'이라는 표현을 썼다. 3일(한국시간) 현지에서 진행된 미디어데이에서 '조금 더 편한 상대와 대결할 생각이 없었는가?'라는 질문에 "UFC 선수는 모두 강하다. 챔피언이 되려면 어차피 다 이겨야만 하는데, 조금 더 빠른 길로 갈 수 있어서 좋다"고 대답했다.

정찬성은 가능한 한 빨리 타이틀에 다시 도전하는 시나리오를 구상 중이다. 이번에 랭킹 8위 버뮤데즈를 꺾으면 톱10 진입이 이루어지는 동시에 타이틀 도전을 위한 본격적인 경쟁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긴 뒤 가장 원하는 상대는 랭킹 3위 리카르도 라마스. 타이틀 도전을 노리는 정찬성에게 있어 매우 탐나는 위치에 있는 상대다. 정상의 문을 두드리기 위한 교두보로 삼기에 적합하다. 설령 라마스가 아니더라도 버뮤데즈보다 랭킹이 높은 선수가 되길 바란다는 생각도 밝혔다.

고속 승진을 생각한다면 승리는 필수.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같은 승리라도 어떻게 이겼느냐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강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임팩트를 남겨야 한다. 정찬성이 과거 입대 전 보여줬던 '어메이징'한 능력이 발휘되어야 할 순간이 왔다.

2013년 정찬성의 타이틀 도전은 이례적이었다. 타 단체에서의 실적을 인정받아 높은 위치에서 시작한 경우가 아니었음에도 불과 세 경기를 치르고 챔피언과 대결했었다. 앞서 WEC에 잠시 몸담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남긴 것은 2패라는 성적이었다. 화끈한 경기로 이름만 알린 상태에서 UFC로 옮겼다고 할 수 있다.

당시의 타이틀 경쟁 구도에 있어서도 정찬성은 유리한 입장이 아니었다. 원래 알도가 UFC 163에서 맞을 5차 방어 상대는 앤서니 페티스였다. 라이트급 타이틀 도전권을 획득한 페티스가 알도와 맞붙고 싶다고 밝혀 둘의 대결이 성사됐다. 가장 유력한 도전자로 평가받던 랭킹 2위 리카르도 라마스는 억울한 마음을 가지고 4위 정찬성과 대결해야 했다.

얼마 뒤 페티스가 부상으로 빠졌을 때, 투입이 가장 유력해 보이는 선수는 라마스였다. 당시 라마스는 컵 스완슨, 히오키 하츠, 에릭 코크라는 강자들을 연파하며 4승 무패를 기록 중이었다. 4위였던 정찬성보다 랭킹도 높고 좋은 명분을 가지고 있었다. 1위 채드 멘데스 역시 알도와의 1차전 패배 이후 3승을 쌓은 상태. 정찬성이 부상으로 주춤하는 사이 경쟁자들이 기세를 올리던 시기였다.

그러나 주최사는 페티스의 대체 선수로 정찬성을 낙점했다. 당시 라마스는 자신이 선택되지 않은 것에 대해 석연치 않은 마음을 드러냈으며, 정찬성 역시 미안한 생각을 전한 바 있다. 그 역시 라마스가 더 유리한 위치에 있었음을 인정하는 부분이다.

정찬성이 도전자로 선택된 배경에는 경기에 대한 기대감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랭킹은 라마스가 높지만, 조제 알도와 겨룬다고 했을 때 경기를 더 기대되게 만드는 선수는 정찬성이었던 것이다.

그 기대감은 매 경기 강한 임팩트를 남기는 것에서 만들어졌다. 정찬성은 UFC에서 치른 세 경기를 통해 주최사와 팬들을 완전히 사로잡는 '매력덩어리'로 거듭났다. 옥타곤에 올랐다 하면 그냥 내려오는 법이 없었다. 예상을 뛰어넘는 어메이징한 경기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에 미국 팬들이 정찬성은 몰라도 '코리안좀비'는 알 정도로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졌다.

데뷔전이었던 레오나르드 가르시아와의 2차전에선 UFC 역사상 최초로 트위스터를 성공시켰고, 두 번째 경기에선 타이틀전을 치른 직후의 마크 호미닉을 7초 만에 KO시켰다. 트위스터는 2011년 올해의 서브미션에 선정됐으며, 7초 KO승은 최단시간 경기 타이 기록에 올랐을 정도로 가치가 남다른 승리였다. 그리고 2012년 생애 첫 메인이벤트에선 더스틴 포이리에를 상대로 명승부를 연출하며 서브미션으로 승리했다. 세 경기에서 받아낸 보너스만 무려 4개였다.

정찬성은 다시 그때의 어메이징한 능력을 보여줄 수 있을까. 본인은 '승리가 우선이다'는 것을 이전보다 강조하고 있다. 과거엔 자신만을 위해 앞 뒤 안 보고 싸웠지만, 이젠 상황이 다르다. 한 명의 가장이자 지도자다. 좀 더 슬기롭게 싸워야 하고 경기를 비즈니스적 관점에서 대하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경기에 대한 재미는 여전할 것이라며 기대를 하게 만든다. "올라가 봐야 알 것 같지만, 재밌는 경기를 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지난해 소집해제 직후 인터뷰에선 "사람 성향이 어디 가겠나. 사실 오히려 안 변할 것 같아 걱정도 된다. 내 스타일대로 싸우는데, 좀 더 똑똑하고 지능적인 코리안 좀비가 될 것이다. 재미가 있으면서 실력까지 좋은 선수가 되는 게 목표다"고 말했었다.

상대적으로 많은 이들이 열세일 것이라 생각하지만 정찬성은 지난 3년간 이 순간만 바라보며 준비했고, 기량이 향상됐다고 확신하는 만큼 자신이 있다. 아직 증명되지 않은 것은 단 하나. 기량을 실전에서 얼마나 발휘하는지 여부다. 그것만 원하는 만큼 된다면 챔피언도 가능하다고 믿는다.

그러나 그가 지금까지 옥타곤에서 보여준 모습은 실전에 능하고 기회에 강했다. 스스로도 링 러스트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결과가 나올진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겠지만, 그를 옆에서 지켜봐온 이들은 이번에도 기대 이상의 결과물을 만들어 낼 것으로 예상한다.

끝으로 정찬성은 UFC와의 인터뷰에서 아래와 같은 말을 남겼다. "코리안 좀비다운 경기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난 승패에 관계없이 항상 최선을 다한다. 나 자신을 위해서, 팬들을 위해서 모든 것을 쏟아내겠다. 흥미진진한 경기 그리고 승리를 보여드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