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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하게 떠난 세로니

라이트급의 대표적인 명승부 제조기 도널드 세로니가 정들었던 옥타곤을 떠났다.

세로니는 지난 3일 UFC 273에서 짐 밀러에게 패한 뒤 자신의 상징과도 같은 카우보이 모자와 UFC 글러브를 옥타곤 바닥에 내려놨다.

그는 인터뷰에서 "매우 길었던 트레이닝 캠프였다. 이제 싸우는 게 즐겁지 않다. 아침에 일어나는 게 힘들다"면서 "이제 떠날 때인 것 같다. 은퇴하기 좋은 대회다. UFC에게 감사하다. 명예의 전당에 오르길 바란다"는 소감을 남겼다.

세로니는 라이트급의 정상에 오르지 못했으나 많은 화제를 남기면서 팬들을 즐겁게 한 파이터다. WEC에서 경쟁하던 그는 2011년 UFC로 이적해 최단기간 38경기를 소화했다.

그 과정에서 의미 있는 기록을 남겼다. 현재 기준 그는 최다출전 공동 2위, 최다승 공동 2위, 최다 피니시 공동 2위, 최다 보너스 공동 1위, 최다 넉다운 1위의 기록을 가지고 있다. 최근 출전 횟수가 줄어들어 그렇지 위에서 언급한 대부분의 부문에서 선두를 달리던 시기도 있었다. 

세로니가 옥타곤에 자주 오를 수 있었던 것은 큰 부상을 당하지 않았고, 경기 자체에 대한 부담이 누구보다 적었기 때문이다. 많은 선수들이 경기에 민감하지만, 세로니는 둔하다 싶을 정도로 옥타곤을 안방 드나들듯 했다. '돈을 준다는데 자주 싸우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게 세로니의 생각이다.

UFC를 대표하는 소방수로도 유명하다. 누군가가 부상으로 빠진다는 소식을 듣기만 하면, 세로니는 항상 나타난다. 내가 대신 싸우겠노라며 손을 든다. 상대가 자신보다 체급이 높아도 상관하지 않고 심지어 며칠 전 경기를 치르고도 출전을 자청한다. 빠지지 않고 항상 출석한다는 의미에서 국내에서는 '공무원 파이터'라는 별명도 얻었다. 

그의 전성기는 2013년부터 2016년까지였다. 2013년 에반 던햄을 꺾은 것을 시작으로 8연승을 질주한 바 있다. 그 과정에서 에드손 바르보자, 에디 알바레즈, 벤 헨더슨 등의 강호들을 이겼다. 타이틀전에서 하파엘 도스 안요스를 넘지 못하자 웰터급으로 전향해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한편 세로니는 앞으로의 인생에 대해 영화배우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2006년 프로에 데뷔한 그의 통산 전적은 36승 17패 2무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