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 인상적이다. 2016년 첫 UFC 이벤트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명승부가 펼쳐졌다. 웰터급 챔피언 로비 라울러가 도전자 카를로스 콘딧을 맞아 타이틀을 방어했는데, 경기 내용이 25분간 펼쳐진 한 편의 영화나 다름없었다. 엎치락뒤치락 하는 양상으로 보는 이들의 손에 땀을 쥐게 했다.
흔한 말로, 이런 경기에서는 승자도 없고 패자도 없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크게 잘못된 말이다. 이런 경기일수록 승자의 기쁨은 배가 되고 패자의 아쉬움은 그만큼 크다. 누구의 손을 들어도 이상하지 않을 만한 경기 내용이었지만, 결국 승자는 라울러가 됐다. 이번 경기에 모든 것을 걸었던 콘딧의 마음은 쓰리기만 하다.
경기 후 라울러는 "콘딧은 세계 최고 훈련캠프 중 한 곳 출신의 굉장한 파이터다. 그는 전략을 갖고 임했고 우리는 그것에 맞서 지켰다. 그러나 다시 싸워보자"며 "콘딧은 사람들 앞에서 항상 자신의 터프함을 증명했다. 그에게 경의를 표한다. 그는 터프하고 대단히 기술적이며 신체도 좋다"며 콘딧을 한껏 추켜세웠다.
그러나 상대인 콘딧의 입장은 달랐다. "근소한 차이였지만 내가 앞설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가 나와 총력전을 펼칠 것을 알고 있었다. 신경이 손상되진 않았지만 조금 거칠게 당했다. 내가 3개의 라운드를 취했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이렇게 됐다"며 분루를 삼켰다. 패한 만큼 관중들이 좋아할 만한 경기를 펼쳤다는 것 외에는 만족스러운 것이 없다.
그리고 콘딧은 기자회견장에서 은퇴 의사를 표하며 주위를 놀라게 했다. 재차 재대결을 강조한 라울러와 달리 그는 "내가 이겼을 경우 당연히 타이틀 방어를 준비하겠지만 난 졌다. 은퇴를 고려할 생각이다"고 밝혔다. 콘딧은 경기 전 이번 경기를 두고 "선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전"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웰터급 타이틀매치에 대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확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러나 라울러가 재대결 의지를 보이고 있고 데이나 화이트 대표 역시 콘딧의 승리로 봤던 만큼 가능성이 없지 않다.
현재 타이틀 도전에 근접한 파이터는 타이론 우들리다. 로리 맥도널드와 조니 헨드릭스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있지만 최근 타이틀에 도전해 패한 적이 있어 아직 기회를 받긴 이르다. 5위 데미안 마이아와 6위 맷 브라운은 3위권 파이터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