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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 라울러의 특이한 행보

로비 라울러는 조금 특이한 파이터다. 보통 챔피언에 오를 만한 선수들은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내 재능을 인정받고 꾸준히 성장하다가 정상을 밟는 편인데, 라울러는 한계라는 평가를 받았던 커리어의 중반을 넘긴 시점에 갑자기 성장한 경우다.

좋은 파이터였지만, 특별하거나 대단한 파이터는 아니었다. 그것이 라울러를 보는 사람들의 시선이었다. 

그는 2001년 종합격투기에 데뷔해 이듬해인 2002년 UFC 옥타곤을 밟았다. 초반 순항하는 듯 했으나 닉 디아즈와 에반 터너의 벽을 넘지 못한 뒤 여러 단체를 전전했다. KOTC, 프라이드, 엘리트XC 등에서 경쟁하던 그는 2009년 스트라이크포스에 입성했다.

당시 UFC에 이어 2위권 단체였던 스트라이크포스에서는 그가 가진 경쟁력의 한계가 드러났다. 

라울러가 스트라이크포스에서 4년간 남긴 총 전적은 4승 5패. 전적이 좋지 않았지만, 더 큰 문제는 강호들과 맞서 모조리 패한 것이다. 당시 스트라이크포스 미들급의 강호로 불린 제이크 쉴즈, 헤나토 소브랄, 호나우도 소우자, 팀 케네디, 로렌즈 라킨을 넘지 못했다. 

반면 라울러에게 패한 파이터들은 강호가 아니었고, 인지도 역시 높지 않았다. 라울러가 상위권 파이터들과 경쟁할 수준은 되지만, 그들을 넘어 정상을 밟긴 어려워 보이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UFC의 스트라이크포스 인수가 발표되었고, 스트라이크포스 소속 파이터들은 족족 UFC로 둥지를 옮기기 시작했다. 라울러도 10년 만에 UFC로 복귀할 수 있었다. 

미들급에서 경쟁하던 라울러는 UFC에 복귀하면서 웰터급으로 체급을 내렸다. 경쟁력이 조금 높아지긴 하겠지만,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라는 게 보통의 생각이었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라울러에게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기대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그때부터 라울러는 커리어에서 가장 화려한 시기를 보낸다. 프로로 10년 이상 경쟁하며 경쟁력이 다 드러난 것으로 보였던 그가 전혀 다른 파이터로 거듭난 것이다.   

UFC 복귀전에서 라울러는 조쉬 코스첵을 1라운드에 쓰러트리더니 내리 3승을 거두고 타이틀에 도전했다. 엄청난 접전 끝에 조니 헨드릭스에게 판정패했지만 2승 뒤 다시 헨드릭스와 맞붙어 끝내 챔피언 벨트를 허리에 감았다.

1차 방어전 상대였던 로리 맥도날드와의 대결은 희대의 명승부로 회자되며, 2016년에는 카를로스 콘딧을 꺾고 2차 방어까지 완수했다. 그 결과 라울러는 2014년과 2015년 2년 연속 UFC 올해의 파이터에 뽑히는 영예를 누렸다. 또 헨드릭스와의 1차전은 2014년 올해의 경기, 맥도널드와의 대결은 2015년 올해의 경기에 각각 선정됐다. 

하지만 2016년 타이론 우들리에게 패하며 정상에서 내려온 뒤 다소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복귀전에서 도널드 세로니에게 승리할 때까진 좋았으나 이후 3연패했다. 하파엘 도스 안요스, 벤 아스크렌, 콜빈 코빙턴을 넘지 못했다. 아스크렌과의 경기는 심판의 실수가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 등 운도 따르지 않았다. 

그를 향한 기대감이 다시 떨어진 것은 당연하다. 더군다나 이젠 마흔의 나이를 바라보고 있다. 

라울러는 이번 주말 닐 매그니와 맞붙는다. 그는 이번 경기를 반등의 기회로 삼을 수 있을까. 스스로는 여전히 건재하다고 하겠지만, 사람들의 기대감을 높이기 위해선 결과로 증명하는 방법 밖에 없다.